정치부장 '민주당 방통위원장 탄핵' 비판 칼럼

사실 왜곡하고 "역대 정부 모두 방송 장악" 물타기

시시비비 덮고 양비론 동원 '진흙탕 싸움'으로 묘사

국민신뢰 높은 MBC를 '땡윤 방송' 만들려 하는데도

얕은 정치공학에 빠져 윤 정권 방송장악 합리화만

이젠 국민들의 입에 익숙해진 ‘조중동’이란 단어는 몇 가지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우선, 한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문들이자 막강한 언론 권력을 휘두르는 언론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제는 종이신문을 구독하거나 열독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발행 부수도 미미하지만 그래도 조중동은 발행 부수, 기자 수, 판매망 등 규모 면에서 종이신문 가운데 톱3다. 게다가 조중동 3개 신문사는 모두 종편TV도 운영하고 있어서, 여전히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쥐고 있는 언론 대기업이다.

조중동은 ‘보수 언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른바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큰 소리로 대변하고 또 스스로가 ‘보수’ 진영의 한 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보수’ 세력이다. 그러나 사실 ‘보수’라는 수식어는 적절하지 않다. 이 글에서 ‘보수’라는 단어에 굳이 홑따옴표를 쓴 것은 그것 때문이다. ‘보수’보다는 낡은 것을 지킨다는 뜻의 ‘수구(守舊)’가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조중동이 지키려고 하는 그 ‘낡은 것’은 시대착오적인 반공이데올로기, 친일·독재의 잔재, 반노동·친자본의 신자유주의 체제, 그리고 이를 통해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기득권을 누려온 국민의힘 계열 정치세력의 집권과 경제적 이익 등이다. 조중동은 수구 세력의 이익, 수구 정치세력 앞에서는 늘 애완견(lap dog) 혹은 경비견(guard dog)이었다.

‘보수’라고 불러준 덕에 조중동은 역사 퇴행과 매국 행위, 범죄로 얼룩진 수구세력의 부정적 이미지를 감출 수 있게 됐다. 대신,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마치 진보에 맞선 당당한 보수 세력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보수’는 친일 독재와 범죄의 추한 얼굴을 감춰주는 가면이요, 미사여구인 것이다. 가면을 쓴 수구세력이 당당히 '보수'로 대접받은 탓에 진짜 보수, 건강한 보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언론시민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지난 2013년 9월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언론시민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지난 2013년 9월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조중동’은 또 ‘불신 언론’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올해 발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한국 내 언론 불신 1위 매체는 조선일보였고 2위는 조선일보 자매회사인 TV조선, 공동 3위는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차지했다. 다른 조사기관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악의적 왜곡, 의도적 오보, 극단적 정치편향, 혐오조장, 선정성, 말바꾸기가 너무 많고 정도도 심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이 세계 꼴찌 신뢰도에, 기자들이 ‘기레기’라 불리게 된 데에 조중동이 큰 기여를 해왔다.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을 하나로 묶어 ‘조폭 언론’이라고도 불렀다. 3개 신문이 떼를 지어 억지 주장을 강요하고 이권을 추구하며, 편향되고 사나운 논조 , 여론조작과 왜곡, 부당한 시장 독과점 등이 조직폭력집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조폭처럼 떼를 지어 여론시장을 흔들기는 하지만 조중동이 아주 같은 모습인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가 ‘보수’ 세력의 이익을 위해 가장 사납고 극단적이면서 저급한 말로 주먹을 휘둘러댄다면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보다 덜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는 정도다. 동아일보는 약간의 기계적 중립을 갖추는 기색이 보이지만 조선, 중앙처럼 수구 기득권 세력의 나팔수임에는 변함이 없다.

조중동 가운데 중앙일보의 최근 칼럼이 수구 기득권 –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편향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는지 최근의 한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정치부장이 쓴 “MBC 안 뺏기려 방통위원장 탄핵”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당의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과 ‘방송 4법(공영방송 3법+방통위법)’ 개정을 거꾸로 ‘방송장악’이라면서 비난하고 나섰다.

또 사실 왜곡과 억지 주장을 동원해 윤석열 정권의 몰상식한 방송장악을 감싸면서 이를 막으려는 야당의 입법과 국민의 저항을 오히려 ‘시끄러운 정쟁거리’로 호도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그보다 며칠 전 게재한 “한 방송사 구사대 같은 민주당” 사설(6.29)과 똑같은 악의적 왜곡이다. 국힘당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은 물론이다.

 

칼럼에서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부장은 “민주당 주장대로 현재 방통위가 하는 일련의 행위를 방송 장악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묻더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며, 일부 동의할 부분도 있다”라고 자문자답했다. ‘2인 체제’ 김홍일 방통위가 벌인 행태를 ‘방송장악’이라고 볼 부분도 있다고 인정하고 있으니,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민주당을 ‘MBC 구사대’라며 사납게 짖었던 모습에 비하면 부드러운 편이다.

그러나 칼럼은 이내 “다만 이 정도를 갖고 방송 장악이라고 해야 할지는 의문”이라며 궤변을 시작한다. 윤석열 정권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절 임기가 남아있던 KBS 이사장 등을 강제 해임한 뒤 극우 성향의 박민 씨를 사장에 앉혔다. 그 결과는 매일 밤 9시 ‘땡윤 뉴스’다. KBS에서 정부 감시와 비판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MBC 방문진 이사장 강제해임도 시도했다. 

김홍일 위원장은 ‘2인 체제’ 방통위를 운영하면서 YTN을 자격미달의 악덕 기업에 넘겼다. 방통위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되어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이 ‘청부심의’까지 벌여가며 비판적 방송보도에 대한 전례없는 집중적 제재를 가했다. 이런 것들은 방송장악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군인이 총 들고 방송사에 상주해야 꼭 방송장악인가?

칼럼은 이어 “과거 정권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역대로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어느 정권이든 공영방송 장악에 나서지 않았나.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취임 초 ‘적폐 청산’ 등을 명분 삼아 KBS·MBC 기존 경영진을 험하게 쫓아내고 자기 진영 사람 꽂기에 바빴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민주당도 똑같다’는 것이다. 국힘당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진영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이런 물타기 수법으로 진실을 왜곡해 왔다.

국힘당 계열 정당과 민주당의 공영방송과의 관계설정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어떤 위법적 행위를 했는지, 정권 비판적 방송보도를 어떻게 탄압했는지 사례를 들고 비교해 보라. 민주당 정부 시절 KBS 사장들(박권상, 서동구, 정연주, 양승동, 김의철)이 정권에 아부하거나 눈치를 보고 ‘땡X뉴스’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KBS사장과 단 한 차례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 이전 국힘당 정권이 임명한 공영방송 사장(KBS 고대영, MBC 김장겸)이 교체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전 국힘당 계열 정부에서 정권에 아부하다가 국민들에게 지탄받고 공영방송 신뢰도를 추락시킨 것에 대한 방송사 내부 직원들과 국민의 강한 저항 때문이었다. 한국방송기자협회가 회원 방송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이 방송의 저널리즘을 무너뜨렸다”는 응답이 무려 90%였다. KBS 전 직원 설문조사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사장 사퇴에 88%라는 압도적 다수가 찬성했다. 국힘당 계열 정권의 공영방송 사장은 재임 중 공영방송을 관제방송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묻는 국민과 방송사 내부 직원들의 여론으로 쫓겨난 것이다.

민주당 정부 시절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는 건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만 해도 KBS와 MBC의 신뢰도는 모든 언론사 가운데 1, 2위를 유지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시절 KBS와 MBC는 대통령과 여당을 무조건 감싸지도 않았고 민주당 정부에 아부하기는커녕 비판적이기까지 했다. 국민은 정권에 아부하지 않고 언론으로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공영방송을 신뢰한 것이다. 그러나 국힘당 계열 정부가 들어서면 두 공영방송의 신뢰도는 금세 추락하고 만다.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관영방송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또 이 칼럼은 “비정상적인 ‘2인 체제’로 운영돼 김홍일 위원장을 탄핵시키겠다는 민주당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본질은 “방통위를 마비시키려는 것이며 그래야 친민주당-반윤 방송인 MBC를 유지할 수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칼럼을 중앙일보 언론 담당 기자가 아닌 정치부장이 쓴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부의 방송정책과 공영방송의 문제를 언론자유와 국민에 대한 책임의 관점이 아닌 얕은 정치공학의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김홍일 위원장 탄핵과 방송3법+방통위법을 추진하고 국민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이유는 MBC가 무슨 ‘친민주당-반윤 방송’이어서가 아니다. MBC가 공영방송이요,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MBC가 박민의 KBS처럼 ‘땡윤방송’ ‘관제방송’으로 전락해 그동안 쌓아온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상상해보라. 주권자 국민은 얼마나 큰 실망과 손해를 보겠는가? 그러나 정치공학의 좁은 시각에 갇힌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이런 상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주필이 대통령에게 ‘윤비어천가’ 칼럼(“어둠 속 반지하 계단에서 미끄러진 대통령”, 이하경, 2022.8.22.)을 바치는 신문사의 사원이라 그럴 수도 있다. 

 

주필의 애완견 칼럼을 당당히 공개했던 이 신문사의 정치부장은 김홍일 위원장에게 “국회에서 탄핵당하기 전에 물러나면 된다”고 조언한다. 국회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묻지마 탄핵-꼼수 사퇴 등 활극을 벌이는 모양새다.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양비론도 동원했다. 불리한 논쟁 앞에서 ‘물타기와 양비론’으로 진흙탕 싸움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근거와 논리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얄팍한 정치공학도의 방책이다.

‘큰 언론’ ‘중앙을 차지하는 언론’ 중앙일보 정치부장이라면 칼럼에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갖춘 주장을 담아내야 했다. 정확한 사실과 논거를 갖추고 갈등의 지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것이 칼럼니스트의 책임이다. 아무리 정치부장의 자리에 서 있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언론인 아닌가? 언론인 혹은 저널리스트로서 이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공영방송 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칼럼의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인용해 중앙일보 정치부장 아니 ‘정치공학부장’의 칼럼을 비판하는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그는 “공영방송이 공영을 거세하고 특정 진영의 선봉에 설 때 얼마나 무서운 흉기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최근 목도하고 있다”고 썼다. 언론이 사실(팩트)과 맥락을 거세하고 특정 진영의 선봉에 설 때 얼마나 무서운 흉기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목도하게 됐다. 중앙일보가 흉기가 아닌 언론 구실을 할 생각이라면 얕은 정치공학의 관점이 아닌 언론의 책무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생각하는 보도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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