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애완견' 발언에 언론단체·주류언론 반발
퇴직 언론인 단체 '언시국' "언론계 반발은 적반하장"
"언론 제대로 했다면 애완견이라 했겠냐" 성명 발표
미디어오늘 사설 "언론은 국민에게 어떤 개인가?"
언론, '검찰 받아쓰기' 본질 덮고 자기 성찰도 없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 출입기자를 ‘애완견’에 비유한 발언이 떠들썩하다. 기자협회·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 같은 현직 언론인 단체가 즉각 성명을 내고 “저급한 언론관이자 막말”이 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경향 등 여러 주류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일보는 “얻다 대고 애완견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이 대표가 ‘사실을 호도해 언론에 못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 발언을 ‘망언’ ‘궤변’ ‘선동’ ‘극언’이라고 몰아붙였다.
주류 언론들과 현직 언론인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그리고 격렬히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을 공격하자 마침 잘 됐다는 듯 여당 국민의힘과 그 아류 정당의 정치인들(실은 언론을 애완견처럼 우습게 보고 언론탄압을 자행했던 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이들의 비난 발언은 다시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되면서 삽시간에 ‘이재명 대표 망언’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민주주의의 한 기둥인 언론을 ‘애완견’ ‘기레기’ 같은 멸칭으로 부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표현이 그 자체로 일종의 혐오 표현인데다 모든 기자들이 다 ‘기레기’는 아니므로 사용을 자제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르다. 국민들은 언론과 기자를 향해 실망을 넘어 좌절,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론과 언론인을 향해 적대적인 감정과 혐오를 표출하는 국민들도 꽤 많다.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과 그에 대한 언론의 반발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 SNS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보면 그런 여론을 읽을 수 있다. 언론을 비난하는 험악한 글, 사진, 그림이 최근 며칠 동안 크게 늘었다. 이른바 셀럽으로 알려진 SNS 유명 인사들, 심지어 전직 언론인들의 글도 언론과 기자의 편이 아니다.
마침 권위있는 해외 조사분석기관이 한국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수년째 세계 꼴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발표를 냈다. 국민들은 얼마 전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 바비큐 파티에 초대받아 김치찌개를 더 달라고 조르던 기자들의 모습도 떠올리고 있다. ‘얻다 대고 애완견이냐’는 언론인 단체와 언론들의 반발은 오히려 국민들의 더 큰 분노와 조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국민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애완견’이란 표현을 ‘망언’ ‘극언’이라고 한 것부터가 우스운 일이었다. '애완견'이니 '감시견'이니 하는 말은 언론학 교재에도 나오고 언론학자들이 자주 쓰는 비유적 표현이다. 언론 스스로도 칼럼에서 이 용어를 종종 써왔다. 10여년 전 한국일보의 한 외부 칼럼 제목은 ‘지네발 재벌, 애완견 언론’이었다. 동아일보는 4년 전 ‘애완견이 넘치는 세상’이란 시론을 게재했고, 한겨레도 2년 전 ‘김건희와 경찰견과 애완견 언론’이란 칼럼을 실었다.
국민들은 물론 젊은 기자들이 가장 신뢰한다는 손석희 앵커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방송에서 ‘워치독’ ‘랩독’ ‘가드독’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 언론을 비판한 적도 있다. 그보다 2년 앞선 2014년엔 독일의 한 매체가 “한국 언론은 대통령 무릎에서 노는 애완견”이라고 조롱하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애완견’이란 용어는 사실 혐오 표현이라기보다는 학문적 용어이면서 일상적인 언론 비평에서 사용되는 표현인 것이다. 언론인들이 이를 잘 알면서도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에 유난히 발끈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국민들 사이에서는 ‘도둑 제 발 저린 것’‘적반하장’이란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퇴직 언론인들 100여명이 모인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언시국)’는 19일 “권력의 감시견 노릇 제대로 했다면 ‘애완견’ 소리 나왔겠나”란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언론과 언론인 단체의 반발에 대해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면서 “자신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이를 지적하는 것은 못 참겠다고 게거품을 물고 앙탈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언시국은 또 “‘애완견’이 틀렸다면 애완견 노릇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 될 일이고, 권력의 애완견 노릇을 한 게 맞다면 반성부터 하는 게 옳다”면서 “그런데도 애완견이란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은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걸 사실로 확인해주는 자술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생 언론인임을 자임해온 우리는,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탓하는 언론계의 후안무치에 할 말을 잃었다”고 성토했다. 현직 언론인 단체와 주류 언론에 대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선배 언론인들이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사설에서 던진 질문을 현직 언론인들은 고민해 봐야한다. 이 신문의 사설 1456호의 제목은 “우리 언론은 어떤 개인가”이다. “이재명 대표의 거친 발언이 경솔했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은 우리 언론이 뉴스 이용자에게 ‘어떤 개’로 비칠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물어보자. ‘애완견’이 아니라면 지금 언론은 ‘어떤 개’인가?
언론이 야당 대표에게는 ‘애완견’으로, 국민들에게는 ‘기레기’로 불리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돌아보는 일’(성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언론이 지금까지 수많은 오보와 왜곡보도, 선정적인 보도를 하고도 이를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재명 대표가 ‘애완견’ 발언을 하면서 문제 제기한 것은 언론의 고질적인 ‘검찰 받아쓰기’다. 이미 언론학계나 시민단체들로부터 검찰 출입기자단을 해체하고 받아쓰기에서 벗어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지적받아왔지만 한 뼘도 개선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처럼 이른바 ‘보수’ 정권이 들어서기만 하면 권력 비판의 본령을 저 멀리 우주 안드로메다에 내다 버리는 ‘보수’ 언론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정치인이 언론을 ‘애완견’에 비유하며 욕해도 국민들이 언론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애완견 언론’ 파동도 언론에서 곧 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비판을 귓등으로 들어온 언론이 이번에는 귀담아들을 리 없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얘기를 계속 할 이유도 없다. 언론은 국민들이 품고 있는 언론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왜 언론을 ‘개혁대상 1순위’로 보는지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일 것이다. 국민들은 성찰하지 않고 스스로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에 ‘애완견’이란 비유어와 ‘기레기’란 멸칭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다.
‘애완견 파동’으로 남은 것이 있다면 딱 한가지다. 국민들은 다 아는 ‘애완견 언론’을 한 번 더 지적한 야당 대표에 대한 언론의 악마화다. 이재명 대표가 왜 언론을 ‘애완견’에 비유했는지, 왜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그의 말은 과장인지 혹은 거짓인지 검증 없이 언론은 그저 ‘망언’‘극언’으로 몰아갔다. 언론의 ‘이재명 대표 망언’ 프레임 덕분에 이번에도 정치검찰의 막가파식 기소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또 묻히게 됐다. 언시국이 지적한 대로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만 욕하는’ 모습이다. 혹시나 언론이 성찰의 자세를 보일까 하는 마음으로 언시국이 19일 발표한 성명서를 첨부한다.
(첨부: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제32차 성명)
권력의 ‘감시견’ 노릇 제대로 했다면 ‘애완견’ 소리 나왔겠나?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흘린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는 법조 기자들의 고질적인 보도 행태’를 애완견에 빗대어 비판하자, 언론사들이 떼거리로 반발하고 언론 현업단체들은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 성향의 미디어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성향의 <한겨레>도 이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이 신문은 “법정에서 다툴 사안에 대한 책임을 언론 보도에 돌리는 건 지나치다”고 훈계를 하는가 하면 이 대표의 언론관이 우려스럽다고 사설로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3개 언론인 현업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제1 야당 대표와 일부 민주당 의원이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비하 발언으로 언론을 폄훼·조롱하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이런 ‘망발’에 대해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이런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자신들이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이를 지적하는 것은 못 참겠다고 게거품을 물고 앙탈하는 꼴이다. 도둑이 들어도 짖지 않으면서 왜 짖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주인에게 대드는 ‘정신 나간 개’와 대체 무엇이 다른가?
이 대표는 이번 애완견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의 지적을 떠나, 언론은 검찰과 더불어 오래 전부터 반드시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꼽혀 왔다. 사실 검찰개혁보다 언론개혁이 먼저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권력의 일탈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그 폐해가 고스란히 주권자인 시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애완견’은 과연 언론에 대한 비하·조롱이고 그토록 거친 표현인가? 이 말은 ‘감시견’, ‘경비견’과 더불어 언론의 역할을 논할 때 쓰는 언론계 및 언론학계의 관행어다. 그런 데도 마치 몰랐다는 듯이 정색하고 반발하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급소를 찔렸기 때문 아닌가?
‘애완견’이 틀렸다면 애완견 노릇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 될 일이다. 권력의 애완견 노릇을 한 게 맞다면 반성부터 하는 게 옳다. 그런 데도 애완견이란 표현을 문제 삼으면서 정작 애완견 노릇을 해온 ‘혐의’와 관련해선 구색 갖추기 식으로 “우리 언론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끼워 넣었을 뿐이다.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걸 ‘사실’로 확인해 주는 자술서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 언론인을 자임하는 우리는,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탓하는’ 언론계의 후안무치에 할 말을 잃었다. ‘또 하나의 언론’이 되지 않겠다는 초심을 잃고 제도 언론으로 안주하면서 기득권 동맹의 일원이 된 언론의 자기 수호에 동조하는 듯한 <한겨레>에 대해서는 깊은 연민을 느낀다.
언론이 감시견이 아니라 애완견 노릇을 한다면, 주권자로서는 권력을 제대로 감시할 개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 많은 시민이 지금 짖지 않고 아양만 떠는 애완견을 갈아치우고 싶어 한다. 진보 언론을 포함해 언론계는 명예를 훼손 당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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