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영상 틀었다고 멋대로 발언 자르고 개입
안보실 공격하니까 발언권 없이 막 끼어들기
"다른 의원 질의에 이러는 게 어딨냐" 따지자
"어딨긴 여기 있다" 놀리며 야당 의원 비아냥
잘 굴러갔는데…여당 오자마자 엉망된 운영위
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도운 홍보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을 상대로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발언' 등 현안 질의가 진행됐지만, 여당 의원들의 발언 방해가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출처가 명확한 보도된 뉴스 영상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재생할 수 있다는 방침에 따라 위원장 허락을 받고 JTBC 보도 영상을 재생했지만,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신 의원 질의 도중 발언권도 얻지 않고 끼어들어 항의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반박했고 장내에 고성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간사 (국회 운영위원장 대행 중)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요, 김정재 의원님, 지금 질의 중이지 않습니까. 질의 방해하고 있잖아요, 지금! 끝나고 지금 추후에 간사한테 이야기하세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영상에 「항의」, 여야 의원들 「고성」)
박성준 간사 지금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그동안 진행된 것을 제가 보고 드리는 거 아니에요? 자, 진행을 하겠습니다. 잠깐만, 여야 의원님들 잠시….
(장내 소란, 여야 의원들 여전히 「고성」)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여당 의원을 향해) 임기훈 비서관이 거짓말한 게 드러나니까 두려우십니까! 임기훈 비서관이 거짓말하는 게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요! (제가) 질의하고 있잖아요! 그게 두려우세요?
박성준 간사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 신장식 의원님 질의해주세요.
(장내 소란, 여야 의원들 여전히 「고성」)
신 의원이 재생한 영상은 지난달 21일 입법 청문회에서도 언급됐던 것으로, 폭로성 영상이나 기획된 영상도 아니었다. 영상에는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지난해 국회 운영위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신 전 의원은 임 전 비서관의 지난해 발언이 위증이라고 지적 했는데, 여당이 반발하며 발언을 가로막은 셈이다.
오후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 질의 시간에도 국민의힘 의원이 끼어들어 장내 소란이 일었다.
정 의원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채 해병 사건과 관련해 위증을 했다며 박찬대 운영위원장에게 "국회법에 따라 고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번엔 국민의힘 임의자 의원이 질의 시간 중간에 끼어들었다. 임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발언을 제지하자 "의사진행 발언도 하는데 왜 나는 못하냐"고 오히려 따졌다.
이에 민주당 박성준 간사가 "예의를 갖추세요"고 하자, 임 의원은 "박성준 간사보다 예의 잘 갖추고 있어요"라고 비꼬듯이 말했다. 정 의원이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 의원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며 중재에 나섰으나, 임 의원은 "열심히 할려면 제대로 하라"며 정 의원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야당 의원이 "다른 사람 질의시간에 이렇게 하는 게 어딨냐"고 따지자, 임 의원은 "어디 있긴 여기 있다"며 계속해서 말꼬리를 잡았다. 야당 의원이 "기본도 없이 원칙도 없이 하느냐"고 따지자, 임 의원은 "원칙은 무슨 원칙이냐"고 적반하장이었다. 이에 여야 의원간 고성이 오갔고 결국 약 15분 정회했다.
이날 여당과 대통령실은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전에도 박성준 의원이 대통령실을 향해 "업무보고를 하는데 아예 자료제출도 하지 않았다"고 따지자,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대통령실을 대신해 야당의 항의에 반발하면서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느냐"고 했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가고 장내가 혼란스럽자,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운영위를) 정회하라"고 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답변도 진상을 규명하기보다는 사실관계 자체를 가리기에 급급해보였다.
운영위에서는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유선번호 02-800-7070이 누구의 번호인지를 두고 질의가 이어졌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에 번호에 대해 물었지만, 장 실장은 "안보실 번호는 4로 시작한다"고 했다. 정진석 비서실장도 "처음 듣는다"며 "그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고 의원이 02-800-7070 번호가 (다른 부서로) 재배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만약 (번호를) 재배치했다면 증거 인멸"이라고 지적하자,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동의할 수 없다"며 "그건 의원님 생각이시고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답변 태도 역시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의원을 대통령실 아래에 두는 듯 무시하는 태도였다.
같은 당 곽상언 의원도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전화번호에 대해 질의했지만, 정 실장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외부에 확인 불가한 기밀보안 사안"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명함관리 서비스를 검색하니 02-800-7 이런식으로 전화번호들이 공개돼 있다"며 "국정원도 아니고 대통령실 번호 일체가 기밀이라는 게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입법기관이 아니라 대통령실 직원처럼 발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청와대에서 이런 통화내역을 통으로 제출하거나 수사기관에 통으로 제출한 적 있느냐"며 "일관되게 기밀사안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자료제출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찬대 위원장은 주 의원의 발언에 "입법부 운영위원이 대통령실을 상대로 자료요청을 하는 것"이라며 "같은 입법부 동료 의원이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격노에 대해서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고민정 의원의 질의를 받고 "(대통령은)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이 없다"며 "저희 앞에서 (대통령이) 화를 낸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곽상언 의원이 '어느 정도면 격노냐'고 묻자 "목소리 톤이나 표정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내용에 대해 성실하지 않았다고 질책할 때가 화를 낼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거부했다는 김진표 회고록 내용에 대해서도 질의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회고록이 알려지자마자 "멋대로 왜곡했다"며 "대통령이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해명했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이도운 홍보수석에게 '특정세력에게 유도된 사고라고 정식으로 의혹을 제기한 언론이 있느냐, 기억나는 매체가 있느냐'고 묻자 "당시에 많은 언론이 당시에 바닥에 어떤 기름이 뿌려졌다 이런 식의 의혹을 제기했다"고 했고, 이 의원은 "각시탈이 오일을 뿌렸다는 건 다 극우 유튜버가 제기한 의혹"이라며 "정식 언론이 제기한 적 있느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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