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NSC 열어 "최전방 대북 확성기 재개"
민주당 "국지전 비화 위험"…확성기 재개 비판
탈북단체 2차 전단 살포에, 북한 3차 오물 살포
윤 정부, 탈북민 단체 전단 살포 사실상 '용인'
조국혁신당 "갈등만 부추기는 갈등 유발 정권"
남한과 북한이 핑퐁 게임을 하듯 전단(삐라)과 오물 풍선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은 6~7일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 전단 30만 장과 K팝·트로트 동영상 등을 담은 USB 2천 개를 대형 풍선 20개를 이용해 다시 북한에 살포하자 공언대로 8~9일 오물 풍선을 남쪽에 날렸다.
탈북단체 2차 전단 살포에, 북한 3차 오물 살포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북한은 33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띄운 것으로 포착됐고, 남측 지역에 떨어진 것은 80여 개다. 상당수는 바다 혹은 북한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합참은 봤다. 풍선의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제1차(5월 28∼29일), 제2차(6월 1~2일) 때와 마찬가지로 폐지, 비닐 등의 쓰레기와 오물이었고 해로운 물질은 없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합참 관계자는 "바다에 다수 떨어졌고 북한 지역에 낙하한 것도 있을 것"이라며 "상당수가 목표지역으로 가지 못해 북한의 오물 풍선은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오물과 전단의 핑퐁 게임 전말은 이렇다. 시비는 먼저 남쪽 탈북자 단체가 걸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5월 10일 밤 11시에 대북 전단 30만 장과 K-팝·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천 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 보냈고, 풍선에 달린 현수막에는 "김정은, 이자야말로 불변의 역적, 민족의 원수일 뿐"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놓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점뿐 아니라 북한 사회를 흔들만한 내용들이어서 그동안 북한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거칠게 반발했다. 오죽하면 대북 삐라 풍선에 사격을 경고하고 2020년에는 이를 빌미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윤 정부, 탈북민단체 전단 살포 사실상 '용인'
이 탈북민 단체가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접경지역 주민을 비롯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대북 전단 살포 행동을 재개한 것은 작년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문재인 정부 때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면서 위헌 결정을 내린 게 계기가 됐다.
헌재의 결정 취지는 대북 전단 살포를 별도의 법률로 금지하는 게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것이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 남북 긴장 완화 등을 위한 정부의 전단 살포 제지는 정당한 조치이며 경찰관직무집행법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봤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북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게 문제다.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대북 전단 관련 통일부의 공식 입장에선 '자제 요청'이란 표현이 자취를 감췄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1차 대북 전단 살포(5월 10일)에 북한이 제1차(5월 28∼29일)와 2차(6월 1~2일) 오물 살포로 맞섰다. 1차 오물 살포 직후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29일 담화에서 "우리가 저들이 늘상 하던 일을 좀 해보았는데 왜 불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야단을 떠는지 모를 일"이라며 "한국 것들은 (우리) 인민이 살포하는 오물짝들을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어린 '성의의 선물'로 정히 여기고 계속 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험한 오물·전단 공방…제갈량도 불러올 판
이어 2차 오물 살포 직후인 2일 밤 김강일 국방성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잠정 중단 방침을 밝혔다. 그는 오물 풍선 살포는 "철저한 대응조치"라며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4일 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의 오물 살포를 구실로 2018년에 남북이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 모든 조항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금지된 서북 도서와 군사분계선 일대 남북 접경지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고 군에 의한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 등 대북 심리전 재개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순직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및 디올 백 사건, 사기극이 우려되는 '동해 유전' 사태 등으로 악화된 여론의 시선을 돌리는 데 활용하고자 남북 대결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윤 정부의 암묵적 '용인'하에 6~7일 대북 전단을 살포했고, 북한은 예고대로 8~9일 오물 풍선을 남쪽에 날렸다. 앞으로도 풍선을 활용한 전단과 오물 주고받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남과 북 어느 쪽이 유리한지가 그때그때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한반도에선 겨울에는 북서풍이, 여름에는 남동풍이 불기 때문이다. 이젠 적벽대전에서 이기고자 동남풍을 부른 삼국지연의의 죽은 제갈공명이이라도 불러올 판이다.
윤 정부, NSC 열어 "최전방 대북 확성기 재개"
남북 긴장 고조를 원하는 윤 정부로선 '불감청 고소원'(청하진 않아도 원했던 바)이었던 시니라오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제3차 오물 살포 직후인 9일 오전 장호진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대북 심리전 카드인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이달 중 재개하려 했던 서북 도서와 군사분계선 일대 등 남북 접경지역 내 훈련 준비도 서두르기로 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빠르게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로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북한 체제를 비난하며 한국 가요 등 '자본주의 문화'를 침투시키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군인과 주민을 동요시키는 효과가 있어 북한 당국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그래서 북한은 남북대화 때마다 강하게 중단을 요구해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남북군사합의에 의해 중단됐으나,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절 천안함 피격(2010년)과 목함지뢰(2015년),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로 재개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됐다. 2015년 목함 지뢰 건으로 박근혜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북한은 서부전선에서 포격을 가했다.
민주 "국지전 비화 위험"…확성기 재개 비판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저열한 방식의 도발로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국지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은 대북 전단 살포가 원인이다.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마땅히 전단살포 행위를 제지했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회피하고 모면하기 위해 북의 도발을 국면 전환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앞서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어젯밤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했다. 7일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에 내몰지 말라"며 "국민 불안을 이용할 정치적 속셈이 아니라면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뻔한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의 배수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날아오는 오물 풍선을 어떻게 처리하고 제거할지, 애초에 날아오지 않도록 할 방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대북 확성기가 만능인 양 하는 꼴에 한숨이 난다"며 "문제해결에는 손 놓고 갈등만 부추기는 갈등유발 정권의 행태에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점점 커져만 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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