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경고
우크라이나 침략 원동력은 "제국의 향수"
제국주의 전쟁 최대 피해자는 언제나 약자들
푸틴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낼 유일한 방책은
‘끝까지 간다’는 유럽의 우크라 지원 자세
박노자(본명 블라디미르 티코노프)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한국학, 동아시아학)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이데올로기를 “자국 중심의 헤게모니적 민족주의”라고 규정했다.
박노자, “제국주의적 의도”가 푸틴 전쟁의 1차적 본질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라는 ‘옛 (소련)제국 영토’를 ‘수복’, 즉 재점령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제국주의적 의도”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의 “1차적 본질”이라고도 했다.
“일부 좌파 논객들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발’했다고 보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 침공이 궁극적으로 푸틴 주위 집단이 추진하는 일종의 ‘국가 주도 개발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최근 저서 <전쟁 이후의 세계> 2024년 2월. 한겨레출판)
박노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러시아 등과 같은 그 경쟁세력에 대한 무비판적인 추종으로 대체하면 결국 그 환상들이 언젠가 다수에 의해 깨어져 환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 환상과 환멸의 악순환을 멈추게 하려면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까지 포함한 모든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실사구시와 비판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했다.
하라리, 푸틴의 정복영토 합병은 제국주의 원칙 따른 것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지난 3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쓴 글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정복한 모든 영토는 러시아 국가에 합병된다는 제국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썼다.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 교수(역사학)로 재직 중인 하라리는 오는 15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소련 붕괴가 “금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었다며 그 제국 재건을 공개 선언한 푸틴의 ‘제국주의’를 저지하지 못하면 새로운 제국주의와 전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런 종류의 제국주의가 전 세계에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를 정복하거나 이란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정복하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나 카자흐스탄을 정복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어떤 국경이나 국가도 군사력과 동맹 외에 다른 어떤 것에서도 안전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제국주의 정복에 대한 금기가 깨어지면, 오래 전부터 독립과 국경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가라 할지라도 점증하는 침략의 위험, 심지어 다시 제국의 영토로 복속될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의 조국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우익 정권의 가자지구 ‘제노사이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푸틴의 전쟁’을 어떻게든 저지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특히 전쟁이 결국 약자들을 최대의 피해자로 만든다며 든 인도네시아의 비극적 사례와, 푸틴을 평화협상장에 나오게 만들 유일한 방책이 유럽의 확고한 우크라이나 지지와 중단없는 지원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나치의 폴란드 침공 뒤 인니 350만~400만 사망
“예컨대,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사상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 중 하나가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 즉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였다. 1939년 동유럽에서 전쟁(히틀러 나치군의 폴란드 침공)이 발발했을 때, 그것은 자바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폴란드에서 일어난 그 일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약 350만~400만 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 대부분은 그 땅을 침략한 일본 점령자들 통치하에서 굶주림이나 강제노동으로 희생당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수치로 미국(0.3%), 영국(0.9%), 그리고 일본(3.9%) 등 주요 교전국들의 사상자 비율보다 더 높았다. 20년 뒤 인도네시아는 또다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냉전은 베를린에서는 차가웠을지 모르지만 자카르타에서는 불타는 지옥이었다. 1965~66년에는 공산주의자와 반공주의자들 사이의 긴장이 야기한 학살로 인도네시아인 50만~100만 명이 죽임을 당했다.”
수백만명이 희생당한 근대 이후 한반도의 침략과 전쟁의 비극이 인도네시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푸틴의 우크라 침공 최대의 희생자는 물론 우크라 국민들이다.
하라리는 지금 상황은 1939년이나 1965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핵전쟁이 발발해 중립국에 있는 수억 명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는 또한 기후 변화와 통제 불능의 인공 지능(AI)이라는 또다른 실존적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
유럽 지원 지속과 비서구 주요국들 역할이 중요
푸틴이 유린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의 회복을 강조하는 그의 논리는 박노자의 그것과는 다소 결이 달라 보인다. 예컨대 박노자는 미국 일본 등 서방이 러시아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동원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라는 것도 결국 ‘힘의 서열’, 곧 ‘군사력’ ‘살상능력’의 서열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상’이란 기존 헤게모니 세력이 정해 놓은 질서일 뿐이라고 박노자는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푸틴의 ‘현상 변경’을 박노자가 지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라리는 우크라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본다. 푸틴도 그럴 위험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지쳐가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자신의 도박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푸틴의 그런 오판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여기에는 인도 브라질 등 비서구 대국들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의 <이코노미스트> 기고문 전문을 번역해서 붙인다.
유발 노아 하라리가 말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를 막는 법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을 위해 비서구 주요국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무릎이 망가지고 나서야 우리는 무릎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게 된다. 글로벌 질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의 혜택은 그것이 없어지고 난 뒤에야 선명해진다. 그리고 질서가 무너지면 대개 약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6월 15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세계 지도자들은 이 역사의 법칙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평화를 회복하지 못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가 계속해서 흐트러져 있다면, 그 파국적인 결과가 전 세계에 미칠 것이다.
국제 규칙이 무의미해질 때마다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무기와 군사 동맹을 통해 안전을 추구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을 보건대, 폴란드가 군대와 군사 예산을 거의 두 배로 늘리고, 핀란드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거나 사우디 아라비아가 미국과 방위조약을 맺으려 한다고 해서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불행하게도 군사 예산의 증가는, 돈이 학교와 병원에서 탱크와 미사일로 전용되기 때문에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을 희생시킨다. 군사동맹 역시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보호막 밖에 놓인 약한 국가들은 쉬운 먹잇감이 된다. 군사화된 블록들이 전 세계로 퍼지면 무역로가 쪼그라들고 상업이 위축되며, 그로 인한 가장 높은 대가를 가난한 사람들이 치르게 된다. 그리고 군사화한 블록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 세계의 먼 구석에서 인 작은 불꽃이 세계적인 대화재를 촉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맹은 믿음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사소한 도발도 제3차 세계대전을 유발할 수 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그 모든 것들을 봐 왔다. 2000여 년 전에 손자(<손자병법> 저자), 카우틸랴(인도 고전 치국책 <아르타샤스트라> 저자), 투키디데스(<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저자)는 무법 세계에서는 보안에 대한 추구가 어떻게 모든 사람들을 오히려 더 안전하지 못하게 만드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나 냉전과 같은 과거의 경험들은, 세계적인 분쟁이 일어나면 가장 많은 고통을 당하는 쪽은 약자들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인도네시아의 비극
예컨대,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사상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 중 하나가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 즉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였다. 1939년 동유럽에서 전쟁(히틀러 나치군의 폴란드 침공)이 발발했을 때, 그것은 자바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폴란드에서 일어난 그 일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약 350만~400만 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 대부분은 그 땅을 침략한 일본 점령자들 통치하에서 굶주림이나 강제노동으로 희생당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수치로 미국(0.3%), 영국(0.9%), 그리고 일본(3.9%) 등 주요 교전국들의 사상자 비율보다 더 높았다. 20년 뒤 인도네시아는 또다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냉전은 베를린에서는 차가웠을지 모르지만 자카르타에서는 불타는 지옥이었다. 1965~66년에는 공산주의자와 반공주의자들 사이의 긴장이 야기한 학살로 인도네시아인 50만~100만 명이 죽임을 당했다.
지금 상황은 1939년이나 1965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핵전쟁이 발발해 중립국에 있는 수억 명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는 또한 기후 변화와 통제 불능의 인공 지능(AI)이라는 또다른 실존적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
군사 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금이 글로벌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군사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합의에 필요한 선의가 증발하고 있다. 긴장 고조로 AI 군비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에 도달할 기회도 무산되고 있다. 특히 드론 전쟁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세계는 곧 완전 자율 드론 무리가 우크라이나 하늘에서 서로 싸우면서 지상에 있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모습을 조만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킬러 로봇이 등장하고 있지만 인간들은 의견 불일치로 마비돼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곧 평화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키이우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면서 그곳에서의 전투가 자신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금기 깨뜨리기
평화를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들은 넓은 곳간 문을 통해 전쟁에 돌입하지만 유일한 출구는 쥐구멍이라는 말이 있다. 주장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상황에서는 책임을 따지고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으레 그렇듯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난히 단순하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뒤,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국경은 널리 인정됐다. 그 나라는 매우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핵무기를 포기하는데 동의하면서 러시아나 다른 강대국들에게 동일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그 대가로 1994년 러시아(미국과 영국도 포함)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하는 부다페스트 각서에 서명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일방적인 군축 조치 중 하나였다. 국제 규칙과 협정에 대한 신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에는 핵폭탄을 종이 약속과 바꾸는 것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현명한 움직임처럼 보였다.
20년 후인 2014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리주의 운동을 조장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정복하기 위해 기습 공격을 감행할 때까지 8년 동안 가라앉은 채 흘러갔다.
러시아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양한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특히 러시아에 대한 서구의 공격에 대한 선제공격이었다는 주장이 가장 두드러졌다. 그러나 2014년이나 2022년에 그런 무력 침공의 임박한 위협은 없었다. “서구 제국주의”나 “문화적 코카-식민주의”에 대한 막연한 이야기는 상아탑 내에서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수 있지만, 부차 주민들을 학살하거나 마리우폴을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제국주의”라는 용어는 로마, 영국, 차르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외국 땅을 정복해서 자신들의 지방으로 삼은 경우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런 종류의 제국주의는 1945년 이후 점차 금기가 되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수단, 미얀마 및 기타 지역에서 끔찍한 분쟁들이 이어지면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가가 강력한 정복자의 합병으로 간단하게 지도에서 지워진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1990~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그런 일을 시도했을 때, 국제 연합군은 쿠웨이트의 독립과 영토를 회복시켰다. 그리고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그 나라를 합병하거나 그 일부를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품은 사람은 없었다.
러시아는 이미 크림 반도뿐만 아니라 지금 자국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하고 있는 모든 영토를 합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정복한 모든 영토는 러시아 국가에 합병된다는 제국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주의 점령당하지 않은 지역들처럼 자국 군대가 단지 정복하고자 하는 여러 지역들까지 합병하기에 이르렀다.
푸틴은 자신의 제국적 의도를 숨기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는 적어도 2005년부터 소련 제국의 붕괴가 "금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었다고 반복해서 주장해 왔으며, 그 제국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침략 방치하면 제국주의 부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런 종류의 제국주의가 전 세계에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를 정복하거나 이란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정복하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나 카자흐스탄을 정복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어떤 국경이나 국가도 군사력과 동맹 외에 다른 어떤 것에서도 안전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제국주의 정복에 대한 금기가 깨어지면, 오래 전부터 독립과 국경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가라 할지라도 점증하는 침략의 위험, 심지어 다시 제국의 영토로 복속될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전 제국 식민지들의 관찰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놓치지 않았다. 케냐의 유엔 주재 대사 마틴 키마니는 2022년 2월에 한 연설에서 유럽 제국이 붕괴된 후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에서 새로 해방된 사람들이 국경을 신성한 것으로 취급했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끝없는 전쟁을 벌이게 될 것임을 그들은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국주의 시대로부터 분쟁 가능성이 있는 많은 국경들을 물려받았지만, 키마니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국경에 만족하기로 합의했다… 위험한 향수(노스텔지어)를 가지고 역사를 되돌아보는 국가를 만들기보다는, 우리의 많은 국가와 민족들 중 누구도 알지 못했던 위대함을 추구해 가는 쪽을 택했다.” 소련 제국을 재건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시도를 언급하면서 키마니 대사는 제국의 붕괴는 일반적으로 이루지 못한 많은 열망을 남기지만 결코 무력으로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와 억압에 자신을 다시 던져넣지 않는 방식으로, 죽은 제국의 타고 남은 불씨로부터 우리 자신을 회복하는 일을 완수해야 한다.”
푸틴의 우크라 침공 원동력은 '제국의 향수'
키마니가 암시했듯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추동한 원동력은 제국에 대한 향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토 요구는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 물론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정당한 안보 우려를 갖고 있으며, 모든 평화 협정에서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세기 동안 러시아는 수백만 명의 자국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침략을 반복적으로 겪었다. 러시아인들은 안정감과 존중을 느낄 자격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어떤 안보 우려도 우크라이나 국가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또한 우크라이나 역시 정당한 안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간의 일들을 돌아볼 때, 우크라이나에는 부다페스트 각서나 2014~2015년 민스크 협정보다 더 강력한, 향후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보장이 분명히 필요하다.
제국은 항상 자신들의 안보 문제를 우선시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했지만, 덩치가 커질수록 더 많은 안보 문제를 안게 됐다. 고대 로마는 처음에는 이탈리아 중부 지역의 안보 문제 때문에 제국 계획에 착수했고, 결국 다뉴브 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안보 문제로 이탈리아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잔혹한 전쟁을 치르게 됐다. 러시아의 안보 우려가 드네프르 강 정복의 정당한 근거로 인정받는다면, 그 우려는 곧 다뉴브 강과 유프라테스 강 정복을 정당화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차기 지도자들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를 막으려면 다방면에서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은 특히 중요한 두 단계의 무대를 제공할 수 있다.
첫째, 러시아 제국주의의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는 유럽 국가들은 전쟁이 아무리 오래 지속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해야 한다. 예컨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하려는 캠페인을 강화함에 따라, 유럽은 NATO 국가의 발전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계속하겠다는 보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11월 미국 선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계속 보호하는 데 필요한 돈과 무기를 제공하기로 약속해야 한다. 공화당과 미국 사회의 다른 부문의 고립주의 경향을 고려할 때, 유럽은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을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
그러한 약속만이 러시아가 평화를 위한 협상을 진지하게 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러시아는 장기전으로 가면 잃을 것이 많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꿈은 희미해졌다.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적대감이 깊어지고, 다른 대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높아지는데다, 주요 기술 경쟁에서 러시아가 더욱 뒤쳐지기 때문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유럽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지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간을 벌게 될 것이다. 유럽이 아무리 길어지더라도 전쟁이 계속되는 한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때 비로소 진지한 평화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단계는 비유럽 국가들이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케냐 등 신흥 대국들은 종종 서구 열강들의 과거 제국주의 범죄와 현재의 무능, 편애를 비판한다. 사실 비판할 부분이 정말 많다. 그러나 훈수나 두면서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보다 중앙 무대에 서서 이끌어가는 것이 더 낫다. 비서구 국가들은 쇠락하는 서구에 의무를 지우기보다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제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는 브라질과 인도와 같은 대국들이 정치적 자본을 지출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다른 모든 방법이 실패할 경우 국제 규칙을 수호하는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 대가가 적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치러야 할 대가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2022년 9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푸틴에게 "오늘의 시대는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나중에 그들의 대화를 회상하면서 오늘날의 시대는 "대화와 외교의 시대"라며 “우리 모두는 유혈 사태와 인간의 고통을 멈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가 이러한 감정을 표현한 지 여러 달이 지났다. 세계 지도자들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대화의 시대는 끝나고, 무한 전쟁의 새로운 시대가 우리 앞에 닥칠 것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다가오는 정상회담에 참석해서 정의롭고 지속적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지도자들은 다른 분쟁들을 해결하고, 기후 변화와 폭주하는 AI에 대처하면서, 혼란스러운 21세기에 인류를 인도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길잡이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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