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철 칼럼]관건은 직접민주주의와 자치분권

개헌과 제7 공화국 건설 핵심문제도 마찬가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하지유지’ 리더십

스위스와 대비되는 좀비민주주의 정치체제 한국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전국민회 상임의장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전국민회 상임의장

촛불시민들의 꿈과 열망!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201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의 당면 요구는 대통령탄핵이었다. 그러면 그 이면에 존재하는 촛불시민들의 본질적 열망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대통령 한 사람으로 인하여 국정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국민 스스로의 자기통치(자치)에 의해 운영되는 더불어 함께 잘사는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그러면 그러한 유토피아의 나라가 가능할 수 있을까?

유사 이래 존재해온 자치와 분권의 유토피아 열망

그러한 유토피아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꿈과 열망은 유사 이래 존재해 왔다. 그러한 유토피아적 국가나 이상사회를 하느님 나라(기독교), 불국 정토(불교), 대동사회 또는 태평성대사회(유교)라 일컬었다.

노자는 그러한 유토피아 국가론적 기초로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야기했고, 마하트마 간디는 스와라지(마을공화국)를, 다산 정약용은 여전제 마을을, 그리고 말년의 마르크스는 꼬뮨(COMMUNE)을 이야기했다. 모두 분권과 자치의 이상을 펼쳤다. 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담대한 혁신사회 플랜: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이라는 저서에서 마을공화국-마을연방공화국-마을공화국 지구연방의 삼중체제로 지구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지를 펼쳤다.

 

5월 28일 스위스 루체른 근처 부르겐슈톡 리조트 모습. 6월 15~16일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이 열린다. 2024.5.28. 로이터 연합뉴스
5월 28일 스위스 루체른 근처 부르겐슈톡 리조트 모습. 6월 15~16일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이 열린다. 2024.5.28. 로이터 연합뉴스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게 하는 하지유지(下知有之) 리더십

노자는 소국과민(小國寡民)론을 전개하면서 지도자론도 전개했다.

노자의 도덕경 17장에 보면, 지도자를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며 지도자를 4종류로 나눈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太上)는 그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백성이 잘 모르는(下知有之) 지도자이고, 그 다음은 백성의 존경과 칭송을 한 몸에 받는(親而譽之) 지도자이며, 세 번째로는 아랫사람이나 국민들을 두려워서 복종케 하는(畏之) 지도자다. 마지막으로는 국민들에게 경멸받으며 조롱당하는(侮之) 지도자이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알고, 그 다음은 친근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 다음은 두려워하며, 그 다음은 업신여기고 경멸한다.”(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통하여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평가해 본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통틀어 그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백성이 잘 모를 정도로 훌륭하기 그지없는 하지유지(下知有之)에 해당하는 지도자가 있었을까?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을 평가해 본다면? 하지유지(下知有之)형 지도자는커녕 친이예지(親而譽之)에 해당하는 지도자라도 있었을까? 존재했다면 몇이나 될까? 외지(畏之)나 모지(侮之)한 지도자가 대부분이었다면 우리는 참으로 불행한 세월을 살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21세기 세계광장 민주주의의 전범을 만들어낸 촛불시민은 그 장엄한 꿈과 열망으로 하지유지(下知有之)형 지도자를 세울수 있을까?

있을 것이다. 다음의 노자 도덕경 17장은 그것이 가능함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진실함이 부족하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말이 그럴듯할수록 염려스럽다. 공을 이루고 일이 성취되어도 백성들이 모두 ‘내가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게 해야 한다.”(信不足焉 有不信焉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사회적 신뢰자본을 촘촘하게 형성하고 자치(自治)를 하게 되면, 그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백성이 잘 모를 정도의 하지유지(下知有之)의 리더십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이 되려면 “공을 이루고 일이 성취되어도 백성들이 모두 ‘내가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러시아, 크림 공화국 심페로폴 남쪽 콘스탄티노프카 마을에서 한 여성이 꽃을 꺾고 있다. 2024.6.1. 타스 연합뉴스
지난 1일 러시아, 크림 공화국 심페로폴 남쪽 콘스탄티노프카 마을에서 한 여성이 꽃을 꺾고 있다. 2024.6.1. 타스 연합뉴스

각자도생 모래알사회 넘어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체제

그런데 리더십과 시스템의 상관관계에서 보면, 태평성대의 이상사회를 이루는 데 있어서 하지유지(下知有之)의 리더십은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태평성대의 이상사회가 이루어지려면 그러한 리더십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충분조건으로서의 시스템과 제도가 받쳐 주어야 한다. 그 시스템과 제도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을 직접민주주의 제도와 자치분권 시스템이라고 본다.

현재 한국은 직접민주주의 제도와 자치분권 시스템이 거의 전무한,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체제라고 불리는 87년체제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 김현성은 그의 책에서 “한국의 극단적인 저출산 지역소멸 현상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경쟁’의 매운맛을 보게 하며, 파국과 소멸을 향해 질주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이라고 진단한다. 자본과 결탁한 중앙집권체제는 사람도 마을도 생명의 그물망도 사정없이 해체시키고, 시쳇말로 '아작'을 내어버림으로써 삭막하기 그지없는 각자도생 모래알사회를 만들어버렸다. 대한민국은 생명을 죽이는 정치경제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이 생명을 죽이는 체제라면, 여기서 대한민국이 살길은 생명을 살리고 고양시키면서 풍요롭게 하며 자연과 더불어 대통령이 누군지 모르고 잘 사는 태평성대체제로 나아가는 것이리라! 그러면 그러한 체제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은 무엇일까? 생명평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생명력이 고양되고 존재하는 것들간에 상호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화주의적 시스템이다. 생명평화 시스템은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체제 속에서 꽃을 피운다. 자치분권체제를 만들어야 마을도 회복되고 생명의 그물망도 살아난다.

 

5월 28일 촬영된 스위스 루체른 근처 부르겐슈톡 리조트 모습. 오는 15~16일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이 열린다. 2024.5.28. 롤이터 연합뉴스
5월 28일 촬영된 스위스 루체른 근처 부르겐슈톡 리조트 모습. 오는 15~16일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담이 열린다. 2024.5.28. 롤이터 연합뉴스

스위스 정치와 대비되는 좀비민주주의 정치체제 한국

대통령이 누군지 모르고 잘 사는 태평성대체제를 운영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국민소득과 행복지수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며 빈부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다. 그리고 핵공격도 끄떡없이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세계최강의 안보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가 자랑하는 것이 많은데 그 가운데 최고의 자랑거리는 정치다. 스위스의 정치는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시스템과 제대로 된 공화정에 의해 운영되는 마을연방 민주공화국 체제다. 세금부담과 복지수준을 풀뿌리 꼬뮨 단위에서 주민들이 모여 직접민주제로 결정하고, 전국 단위의 의제에 대해서는 국민발안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스위스는 보충성의 원리와 연방제 원리를 통해서 아래로부터 읍면동 단위의 꼬뮨과 칸톤(지방정부), 그리고 연방정부라는 3중 연방체제와 직접민주제 및 대의민주제의 협치체제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중앙정치에서 정당간에 치고받으며 싸울 일이 별로 없다. 재정 분권도 잘되어 있어서 국가예산의 30%를 꼬뮨이 쓰고 칸톤이 40%를, 그리고 연방정부가 30%를 쓴다. 중앙정부는 7개 부처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장관 할당을 받으며, 대통령은 일곱 명의 장관이 돌아가며 맡는다. 그러니 스위스 국민들은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뿐 대통령이 누구인지를 잘 모른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하지유지의 리더십에 대한 묘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현재 한국의 87년체제는 위와 같은 스위스의 정치체제와 비교해 보면 너무 크나 큰 간극을 느낀다. 직접-대의 융합체제인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민치시스템(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과 통치시스템(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의 협치체제로서의 공화주의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87년체제는 개발도상 중진국가에나 걸맞은, 국민의 직접민주주의적 통제가 전무하여 엘리트 카르텔 부패가 서식하기에 딱 좋은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체제다. 그러기에 이 체제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웅비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과 잠재력을 갉아먹으며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거대 보수 양당의 적대적 공생체제, 숙의토론을 무력화하는 땃벌떼 팬덤정치, 증오 상업주의의 진영정치, 재벌과 언론의 야합에 의한 선거의 정치 경마장화 등과 같은 현상이다. 영혼과 생명력이 빠져버린 산송장과도 같은 좀비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5월 26일 인도 펀자브 카푸르탈라 지역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카두르 사히브 선거구의 무소속 후보인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 암리트팔 싱의 선거 유세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24.5.26. 로이터 연합뉴스
5월 26일 인도 펀자브 카푸르탈라 지역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카두르 사히브 선거구의 무소속 후보인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 암리트팔 싱의 선거 유세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24.5.26. 로이터 연합뉴스

제7 공화국 건설 핵심문제는 직접민주주의와 자치분권제도 도입 여부

개헌 공론화의 계절이 오고 있다.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 ‘국민주도 개헌 만민공동회’참여단체 대표들과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주도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음을 <연합뉴스>는 전했다.

만민공동회는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해 먹어 온 정치권을 질타하고, 지금과 같은 퇴행적 정치 시스템을 혁파할 직접민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 중앙집권제와 이로 인한 저출산 지방소멸을 극복할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담긴 개헌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주의 생명력은 직접민주주의와 자치분권에 있다. 생명력이 고갈되어버린 좀비민주주의 정치체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제도와 자치분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문제가 개헌과 제7공화국 건설의 핵심문제일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개헌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해 먹어 왔던 정치권에 농락당하며 여전히 87년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넘어설 것인지 말이다. 넘어설 것이면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며 잘사는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마을연방 민주공화국인 스위스 모델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하향 조정된 프랑스 모델, 자치분권 시스템과 중앙집권 시스템의 융합체제로 나아갈 것인지 국민공론화를 통해 결정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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