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혼자 발언…기자 안 만나고 툭하면 격노

방통위 파행, 방심위 청부민원, 국민엔 '입틀막'

기자회견 열어 질문받고 공영방송 정상화해야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4.10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심판이었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정권, 공영방송을 파괴하는 정권에게 국민이 보낸 경고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경질하면서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고, 민간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심의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뉴스를 위축시켜 왔다. 기자회견도 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해서 언론은 눈치만 살피며 정권 홍보에 동원되어 왔다. 그러나 국민은 불통하는 대통령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마디로 ‘불통령’이다. 대통령이 한 시간 회의에서 50분 가까이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소문이 들려올 때부터 불통의 징후가 보였다. 그리고 총선 직전 질문도 없이 대통령 혼자 의료개혁 담화를 50분 간 말하는 것을 보면서 불통령임을 확인했다. 대통령은 ‘바이든-날리면’ 사건 이후에 기자들과 출근길 약식회견도 중지했으니, 대통령은 마음 편하게 지내왔을지 몰라도 국민은 불통하는 대통령에 대해 고개를 내저어왔다.

그런데 언론에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이 자주 언급되면서 대통령이 정말 고집불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격노해야 할 사람은 국민인데, 어찌 대통령이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하면서 격노만 할까, 이상하게 생각해 왔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것도 대통령의 격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들려오니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공영방송은 국민소통의 핵심적인 기구이다. 그런데 방통위에서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해임하면서 사장으로 임명한 사람이 국민소통의 적임자 같지는 않다.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박민 KBS 사장은 전임 사장 시절의 뉴스보도가 불공정했다고 사과하면서 업무를 시작했고, YTN 김백 사장도 김건희 씨 관련 보도가 불공정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냈다. 공영방송이 국민을 대신해서 대통령을 감시하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 신임 사장이 대국민 사과한 것인데, 혹시 대통령에 대해 사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연두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고, 대신에 KBS는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기획했다.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은 사라지고, 용산 대통령실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기획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 눈높이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국회에서는 공영방송 사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박민 방지법’을 만든다고 한다. 대통령이 매일 TV 뉴스를 통해 국민여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니, 뒤늦게 총선을 통해 성난 민심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심판에 대해서 응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공영방송 장악을 반성하고 방통위와 방심위를 정상화해야 한다. 방통위를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파행 운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뉴스타파 심의 관련해서 청부민원의 의혹을 받고있는 방심위원장은 해임해야 마땅하다.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국회도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 ‘입틀막’과 공영방송 파괴 문제를 규명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퇴행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총선 후에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커녕 국정기조가 옳다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만 본인이 불통령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앞으로 3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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