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과 사회대개혁, 2중 과제 동시에 해결해야

평교사 출신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강민정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이 22대 국회의 과제에 대한 기고문을 시민언론 민들레에 보내 왔다.  

나는 2020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21대 국회는 지체된 촛불혁명을 완성하는 ‘촛불국회’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회있을 때마다 21대 국회는 촛불국회라는 말을 했었다. 

촛불탄핵 이후 정권교체를 이루고도 국회구성상 어려움으로 촛불시민 열망을 실현할 전면적 개혁이 어려웠다고 누구나 생각했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합쳐 180석이 넘는 압도적 다수국회가 만들어진 21대 국회는 촛불개혁 실현을 목표로 하며 또 실제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21대 국회는 국민열망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다양한 원인진단을 내리고 있다.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 모두 촛불정부, 촛불국회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자만심에서 기인한 것이든 안이함에서 기인한 것이든 무능에서 기인한 것이든 그 모든 것의 총합이든. 

어쨌든 촛불탄핵으로 교체된 정부와 국민이 작정하고 장애물을 해결해 준 21대 국회는 모두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2017년 3월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7.3.4 연합뉴스
2017년 3월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7.3.4 연합뉴스

결국 촛불혁명 완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촛불국회와 시대정신에 대한 자각 위에 목표의식이 뚜렷한 정부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번 22대 총선은 그 중요한 과제 하나를 위한 필수조건을 확보하느냐 마느냐의 절체적 과정이다. 

그 첫 단계인 공천과정을 보면 민주당과 국힘 모두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나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21대 국회 현역의원을 42.5%까지 교체한 반면 국힘은 현역의원들을 대거 잔류시켜 22대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변화기대마저 그 싹을 잘라버렸다. 그나마 소수 교체된 곳마저 더하면 더했지 덜할 거란 기대를 갖기 힘든 대통령 측근이나 극우 유튜버 수준 후보들을 공천해 퇴행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보수언론들이 나서 총선과 정권유지 간 연계성을 그리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국힘에게는 총선보다 특검에 걸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대통령 부인 방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다. 2년 전 대선 때부터 국힘은 줄기차게 방탄정당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공격했지만 실은 국힘이야말로 정권안정의 필수요소인 총선마저 대통령 일가 방탄에 밀어낼 정도의 진짜 방탄정당이며 방탄정부라는 걸 스스로 입증해 준 셈이다. 

이제 그 두 번째 단계인 국회구성을 결정하는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윤석열 심판세력의 대연합전술을 채택하여 지역구에서의 단일화와 연합비례정당 구성으로 진용을 꾸렸다. 당내 공천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 조건에서 선거운동에 돌입할 조건을 마련한 것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심판선거흐름 형성에 결정적 변수가 되었던 조국혁신당 등장과 지지율 상승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공이 지대하다. 그들이 5년 전에 휘두른 무자비한 칼날이 이제 자신을 치는 칼이 되어 돌아온 것이니 원죄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선거란 모름지기 끝까지 가봐야 알 일이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윤석열 정권 심판 흐름의 파도가 높아지고 있다. 워낙 역동적인 우리 정치 특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와 정치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이 거대한 심판흐름이 꺾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세 번째 단계인 22대 국회 개원과 활동이다. 워낙 윤석열 집권 2년간 망가지고 퇴행된 것들이 많아 이를 제자리 잡게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촛불의 요구였던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전면적 사회 대개혁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래서 22대 국회야말로 우리 역사상 드물게 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거대한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무거운 중책을 맡게 된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이채양명주’로 축약된 청산과제와 동시에 87체제를 극복할 개헌, 대통령 결선투표제, 선거제 개혁, 정의로운 전환을 동반한 RE100 실현, 저출생 극복과 지역소멸 대책, 교육대전환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전환 과제들이 22대 국회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 과제들의 실현을 위한 또 하나의 절차인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로 이어져야 보다 확실해진다. 

그래서 말이다. 역대 모든 총선이 국민생활과 우리 사회변화에 결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없었지만 이번 총선이야말로 퇴행이냐 전진이냐 하는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1,700만 국민이 5개월 가까이 혹한의 추위도 마다 않으며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촛불을 들었던 것은 결코 박근혜 하나 탄핵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22대 국회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국회 입성 할 모든 정당 역시 이 역사적 소임을 자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언론 일부에서 야권 200석 총선결과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예측은 예측일 뿐 아니라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인 정당들 입장에서는 오판하여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심판 세력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어야만 한다. 그래야 지체된 촛불개혁으로 다시는 퇴행하지 않는 대한민국, 눈 떠보니 선진국을 잠시 맛보다 끝난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게 할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 모든 결정권은 소중한 한 표, 결정적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에게 있다. 정치권 일원으로서는 참으로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것 역시 현실이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절묘한 결과를 만들어낸 집단지성의 백미를 보여주어 왔다. 각자의 투표가 모인 전체 결과에 서로가 놀란 경험이 선명하다. 이는 그만큼 유권자들이 정치인들보다 시대정신을 더 깊이 체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대를 바꾼 프랑스 혁명도 실은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부터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비로소 봉건체제와의 완전한 단절에 성공했다. 우리가 누군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촛불탄핵 시민이고,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4•19, 광주민주항쟁, 87년 6월 대항쟁으로 민주주의 위기마다 직접 나서 역사의 흐름을 지켜냈던 국민 아닌가. 우리는 수십 년 걸친 프랑스혁명의 굴곡을 훨씬 단축할 어마어마한 내공과 잠재력을 가진 국민이 버티고 있는 나라다. 지난 7년의 시간은 때론 답답하기도 했고 때론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새로운 대한민국 대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친 준비기간이라 생각하자. 

윤적윤, 한적한이란 말이 있다.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고 한동훈의 적은 한동훈이란 뜻이다. 주권자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입만 열면 거짓과 겁박을 일삼으며 국민을 지배하려는 세력을 확실하게 응징•심판하고, 미뤄진 촛불개혁의 새 봄을 열 수 있도록 이번 총선에서 또 한 번의 거대한 유권자 집단지성이 발휘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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