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부당한 강도적 사고로 탄압”

6천 자 장문의 글 올려 미국 언론상황 비판

“사상 최대의 거짓정보 유포자는 미국정부”

미국 반격 “인터넷 외부 접속도 못하는 중국”

‘만리 방화벽’ 깔아 놓은 중국의 자가당착

동영상 플랫폼 틱톡 애호가들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하원에서 진행된 투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미 하원은 자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2024.03.14. AP 연합뉴스
동영상 플랫폼 틱톡 애호가들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하원에서 진행된 투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미 하원은 자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2024.03.14. AP 연합뉴스

누가 더 위선자인가?

중국의 인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을 미국 앱스토어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양국 정부가 서로 위선적이라 비난하는 날선 설전을 벌였다.

미국 하원은 지난 13일 틱톡을 중국 모회사와 분리시키거나 미국 내 이용을 전면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국제적으로 이용자가 폭증하고 있는 틱톡의 중국 모회사가 중국 정부를 추종하고 있다며 안보 관련 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 왔다. 2023년 소셜 미디어(SNS) 세계 월간 이용자수는 페이스북이 30억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유튜브(약 27억), 와츠앱과 인스타그램(약 24억), 그리고 틱톡(16억) 순이었다. (Business of App)

 

지난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별도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미국의 틱톡 퇴출 움직임을 겨냥해 비판했다. 2024.3.7.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별도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미국의 틱톡 퇴출 움직임을 겨냥해 비판했다. 2024.3.7.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 “부당한 강도적 사고”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각) 보도된 블룸버그 티비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국가안보를 이유로 임의로 다른 나라의 우수한 기업을 탄압한다면, 그것은 전혀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미국의 관련 법안 하원 통과가 워싱턴의 “강도적 사고”(bandit mentality)의 산물이라며, “부당하게 외국 기업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FP 통신 3월 16일)

6천 자 장문의 미국 언론 비판

이날 중국은 또 외교부 홈페이지에 <미국의 이른바 ’언론 자유‘라는 것의 진상>(美国所谓“言论自由”的事实真相)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약 6000자)의 글을 올려 미국의 이번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미국이야말로 언론 통제와 왜곡, 날조로 국내 여론을 통제, 조종하고 이중잣대로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양회’ 기자회견장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반박한 것도 미국의 이런 조치를 겨냥한 것이었다.

 

한정 중국 부주석(가운데 오른쪽)이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암참 행사에 참석해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얘기하고 있다. 2024.3.1. AP 연합뉴스
한정 중국 부주석(가운데 오른쪽)이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암참 행사에 참석해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얘기하고 있다. 2024.3.1. AP 연합뉴스

미국 반격 “인터넷 외부 접속 권리조차 없는 중국”

이런 중국 쪽의 비판에 대해 니콜라스 번스 중국주재 미국대사는 14일(현지시각) “엑스(X, 예전 트위터)를 통제하는 중국이 (미국) 법안에 반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연구기관인 동서센터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 중이던 그는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엑스나 인스타그램, 구글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조차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관리들이 우리가 지금 진행 중인 틱톡 논의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역설적”(supremely ironic)이라고 받아쳤다. 상대의 허물이 더 크니 자신의 허물은 문제될 게 없다는 전형적인 정당화 논리다.

번스 대사는 또 중국에서의 미국 공공외교를 위한 방법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그들은 심지어 14억 중국인들에게조차 틱톡을 사용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온라인 정보 확산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을 소셜 미디어에서 삭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방의 인터넷 플렛폼들은 운영할 수 없게 차단돼 있다. 틱톡의 중국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도 중국 내에서는 ‘더우인’이라 불리는 별도 버전의 앱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이른바 언론 자유라는 것의 진상’

중국 외교부가 14일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의 이른바 ’언론 자유‘라는 것의 진상>은 ‘1. 미국의 언론 자유는 유명무실하다’ ‘2. 미국은 자국 내의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 ‘3. 미국은 대외적으로 언론 자유를 통제한다’는 3개의 소제목 아래 실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미국이 내세우고 있는 언론 자유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문건은 앞부분 요약문에서 오랫 동안 언론 자유를 과시해 온 미국이, 실은 정치 조작과 사회적 불의를 감추기 위해 공허한 정치적 슬로건과 언론의 자유라는 위선적인 도덕적 가면을 사용해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민주화를 방해하고 비방과 소문으로 국제여론 환경을 더럽히고 파괴하면서 자국을 미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미국 나이트 재단은 2022년 ‘2020년 이후의 미국 언론 자유’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 분쟁으로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미국인들이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으며, 그 중 8%는 미국인들이 언론 자유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도 들춰냈다.

스탠퍼드대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정치단체들이 허위정보를 퍼뜨려 선거를 방해했는데, 가짜뉴스 웹사이트 방문자가 1억 5900만 회에 달했을 정도로 가짜 정보들이 만연해 있다는 사례도 동원했다.

중국 외교부 문건이 이어서 열거한 사례들을 더 추가하자면 다음과 같다.

언론자유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미국 주들의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는 위스콘신, 미시간, 아이오와 3개 주만이 70% 이상의 점수를 얻었고, 35개 주는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칼 번스타인은 중앙정보국(CIA)와 언론의 유착을 자세히 폭로했고, 뉴욕타임스와 타임, CBS 등도 CIA와 협력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14일(현지시간) 연방 공공기관 직원이 공무용 기기로 틱톡을 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구두표결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는 중국 IT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이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돼왔다. 사진은 지난 10월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찍은, 틱톡 로고가 나온 스마트폰. [자료사진] 2022.12.15. AP=연합뉴스
미국 상원은 14일(현지시간) 연방 공공기관 직원이 공무용 기기로 틱톡을 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구두표결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는 중국 IT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이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돼왔다. 사진은 지난 10월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찍은, 틱톡 로고가 나온 스마트폰. 2022.12.15. AP 연합뉴스

“사상 최대의 거짓정보 유포자는 미국정부”

케이토 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인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정확하고 중립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언론에 의존한다면 “그들은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5월 4일 공화당 상원의원 랜드 폴은 의회 청문회에서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거짓 정보 유포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미국정부입니다”라고 말했다.

전염병 발생을 경고하고 검사 결과를 보고한 전문가에게 금언령을 내리고, 미 해군 함정의 전염병 실상을 폭로한 선장은 해고됐다. 흑인 등 소수집단에게 훨씬 더 가혹한 인종차별, 성 차별이 존재한다. 대학들에서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고 교사들이 교실에서 인종문제와 사회정의를 논의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또 기술적 우위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미국의 이데올로기, 가치, 문화상품을 전파하고 국제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심지어 국민들 간의 대립을 선동한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외국의 간섭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날조한다. CIA 직원이 정부가 듣고 싶어하는 정보와 다른 정보를 제공하면 경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고, 소셜 미디어를 조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거짓 선전전을 펼쳤다.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적인 논평을 한 언론인이 해고당했다 등등.

미국 언론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사례를 수집해 열거해 놓은 듯하다. 이래 놓고 무슨 언론 자유 타령이냐는 힐난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제14기 2차회의) 개회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인대는 한국의 정기국회 격이다. 2024.03.05. AF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제14기 2차회의) 개회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인대는 한국의 정기국회 격이다. 2024.03.05. AFP 연합뉴스

중국의 자가당착?

그런데 이처럼 열거된 사례 대부분은 미국 언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미국 언론 보도나 미국 싱크탱크들, 대학들의 연구를 그 논거로 삼고 있다. 이는 중국의 미디어나 연구자들이 중국 국내의 언론 문제를 지적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중국 현실과 대비된다.

중국 외교부 문건은 자국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시키려는 미국을 비판하기 위해 언론 자유의 모범국,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미국 언론의 허상과 위선을 드러내 공격하기 위한 것이어서, 비판 논거를 미국 내의 연구기관들이나 미디어들의 비판적 발표와 보도에 의존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고, 주장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처럼 그런 연구도 발표도 보도도 허용하지 않는 중국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역설적인 면이 있다. 미국이 그런 자체 허상도 비판하고 발표할 정도의 자유는 있다는 것을 중국 외교부가 오히려 입증해 주는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엑스나 인스타그램, 구글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조차 부여하지 않는다”는 번스 대사의 비판을 도드라지게 만든 자가당착인 것이다. 외부세계와의 비교를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정보 통제야말로 절대적 통제사회 유지의 비결이요 근간이다.

만리 방화벽

<포린 폴리시>는 지난 달 18일 ‘중국 인터넷 통제의 비밀’(China’s Secret to Controlling the Interne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정부가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해 “단순히 콘텐츠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액세스(접근) 자체를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서 “중국 당국은 누가 온라인상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시하며, 이를 통해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 사람들을 식별, 추적, 위협, 처벌할 수 있다”고 썼다.

올해 2월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나온 ‘보초 국가-감시와 중국 독재체제의 생존’(The Sentinel State: Surveillance and the Survival of Dictatorship in China)이라는 책 내용을 발췌한 이 기사는 “중국공산당에게 사이버 공간은 새로운 전쟁터”라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차역, 쇼핑몰, 호텔, 대학 등 공공통제를 위한 전쟁의 최전선에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했다. “전장 통제”(battlefield control) 개념이다.

중국공산당 중앙 네트워크정보화위원회 검열관이 어떤 콘텐츠를 차단하고 검열(필터링)할지 결정하고, 중국 전역의 공안국(PSB) 사이버 경찰대가 그것을 받아 “유해한 정보”를 감시하고 통제하며, 인터넷 상황을 수집, 분석, 보고하고 사이버 범죄를 수사하고 처리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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