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 4년 만에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복귀
"윤 정권 심판 내일이었으면…20일도 못 기다려"
"민생 파탄에 역점 둔 구호 짜야"…설화 경계령도
본인 지역구서 '7전 7승', 21대 총선 압승 이끌어
친노‧친문‧친명 두루 아우르는 원로로 결집 역할
회고록 등에서 이재명 향한 일관된 신임 표시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마지막 임무…담금질 중"
임종석 공천 배제로 등 돌렸다?…김현 "이간질"
"이번 총선은 제가 지금까지 치러 본 선거 중에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현실 정치를 떠났습니다만,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그런 절실한 심정이 들어서 선대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선거 한복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20년 8월 당 대표 임기를 마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4년 만에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공식 복귀하자마자 연일 윤석열 정권에 직격탄을 날리며 선거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14일 대전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필승 결의대회에서 그는 "대전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우리가 모두 이겼던 지역"이라며 "제가 선거 전날 바로 마지막 유세를 대전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때 당 대표이자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대전 지역에서도 민주당 압승을 일궈냈던 기억을 소환하며 '어게인 2020'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이번 4월 10일 총선은 정말로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저는 정치를 오래 했지만, 국가를 이렇게 망가뜨리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잘못 지휘한 것도 문제인데, 해외로 도망까지 가는 이런 사태가 어떻게 벌어질 수가 있느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부임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해찬 위원장은 "경찰로 수사권을 넘기려고 했던 사람(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오히려 항명죄로 잡아들이고 영장까지 청구했던 이 무도한 정권이, 그 사건의 가장 핵심 증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해외로 빼돌렸다"며 "사건 후에 개통한 전화기를 (공수처에) 증거물로 제출하고 도망갔다는 것 아니냐? 이것은 조작도 아니고 공작이다. 이런 무도한 정권을 언제까지 우리가 보고 있어야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또 "이미 호주 대사가 아니고 '도주 대사'라고 유튜브에 나오던데, 당장 붙잡아 와야 한다"면서 "어차피 대사 활동을 할 수가 없다. 관저에서 못 나오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독일 국빈 방문을 불과 나흘 전에 전격적으로 취소하지 않았는가? 그러고 나서 왜 취소했는가를 지금까지 한마디도 국민들에게 설명을 안 하고 있다"며 "외교를 이렇게 파탄을 내고 어떻게 국제 사회에 나가서 발언권을 갖고 신뢰 있는 국제 관계를 맺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외교 문제를 거듭 따졌다. 그러면서 "이렇게 국가의 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이 정권을 심판하는 4월 10일이, 저는 내일이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20일도 못 기다리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정말 우리 국민이 경제 파탄, 민생 파탄으로 너무 힘들어한다. 과일도 못 사 먹을 정도라니까"라며 "저는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죄를 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승리해서 국민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도 "4월 10일은 지난 2년간을 평가하고 정권을 심판하는 아주 중요한 선거"라며 "지금까지 (윤석열 정권의) 성적표를 보면 30점대밖에 못 받았다. 40점 이하로 받으면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승급이 안 된다. 보충 수업을 하든가 과외를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러 자료를 보니 민생 파탄이 예상보다 훨씬 심하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 구호도 경제 문제에 좀 더 역점을 두고 잘 맞추는 것이 좋겠다"고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지금부터는 굉장히 신중하게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면서 "그래서 문제가 될 말에 대해 유념을 하고, 또 상대방 말에 대해서도 귀담아듣는 그런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 같다"고 '입조심'을 당부했다. 또 "여러 가지 선거 경험으로 보면 말 한마디 가지고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제가 여러 번 봤다. 그런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선대위를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설화(舌禍) 경계령'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1988년 제13대 총선 때 서울 관악을에서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첫 당선된 이래 본인의 지역구 선거에서 '7전 7승' 전승을 기록했다. 심지어 20대 총선 때는 당시 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자신을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컷오프하자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여야 후보를 모두 제압한 뒤 복당했다. 18대 총선 때는 야인으로 지내며 불출마했고, 직전 21대 총선에서는 당 대표로서 선거를 총지휘하는 역할에 전념해 민주당 사상 초유의 대승을 이끌었다. 이렇게 18대만 빼고 이번 22대까지 총선을 무려 9번째 치르며 대통령 선거에서도 4번 선대위에 참여해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이 위원장은 탁월한 지략가의 면모에 남다른 카리스마까지 겸비해 정치권에서 '선거의 제왕'으로 불린다.
그런 이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에 당내에서는 고무된 분위기다. 이 위원장이 선거전에서 전략‧전술적 조언과 메시지 발신을 통해 기여함은 물론, 친노‧친문‧친명계를 두루 아우르는 원로로서 공천 과정에서의 일부 갈등을 봉합하고 내부 단합과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며 이재명 대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도의 아이콘'으로서 이번에 이 위원장과 함께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전 총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유세에 집중하고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달리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움직임이 적어 보인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해찬 위원장은 수도권 선거의 귀신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울 중·성동갑에 전략공천을 받은 전현희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해찬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우리 대표로서 당에서 지지자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분"이라며 "상징적인 소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해찬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멘토라고 할 정도로 쭉 이재명 대표와 함께해왔던 그런 어른 아니냐?"며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노무현 정부를 관통하는 두 정부의 적자(嫡子)이기 때문에 친노‧친문에게도 소구력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에 대해 한결같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왔다. 대선 후인 지난 2022년 9월 출간한 <이해찬 회고록>에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 애정과 대선 패배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담겨 있다.
"이재명 후보는 너무 아까운 후보야. 굉장히 좋은 후보였는데…. 정치권에 이 후보처럼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 후보하고 밥 한번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내가 참 미안해지더구만. 소년공으로 공장 다닐 때 야학 다닐 시간도 없었다는 거 아니야. 일이 늦게 끝나니까. 그러면서도 한 단계씩 극복해 나간 의지가 놀라워요. 다시 서민들, 노동자들 곁으로 돌아와서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도 대단하고. 그런 사람을 기득권 카르텔이 똘똘 뭉쳐서 공격했지. 윤석열 쪽의 비리 의혹은 증거가 나와도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언론은 외면해 버렸어요. 반면에 이 후보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의혹을 부풀렸고. 언론의 사유화, 보수화가 심각해.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매체들도 기득권 카르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어요."
회고록에서 이 위원장과 대담한 최민희 전 의원(현 민주당 남양주갑 후보)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대표님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하셨는데 마음이 많이 착잡하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이 당선 직후부터 보인 행보나 정책들도 경제, 외교, 안보 등등 모든 분야를 걱정하게 만든다"며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표님이 뭔가 역할을 좀 더 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의중을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나는 이제 끝이야. 물러나야지"라고 선을 그으며 "당은 이재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이후에도 그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표시했다.
지난해 3월 한 강연에서는 "이재명 대표는 지금 국민을 위해 지도자로서의 훈련, 담금질을 당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국가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담금질을 많이 할수록 명검이 된다"면서 "그런 사람을 중심으로 이기는 선거를 해야 다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을 겨냥해 "이 대표를 300번 이상 압수수색 했다. 300번을 해도 못 찾으면 증거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라며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지 않나. 가짜 증거를 만들려고 하는 거다. 아주 무능한 놈들이거나 증거를 조작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6월 한 특강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민주당을 교란하고 이재명 대표를 끌어내리려고 한다. 이런 야비한 수사가 어디 있느냐"며 "이 대표를 줄곧 지켜봤는데 대단히 진지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내공도 강하다. 대표는 야무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맞서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차리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을 때는 천막까지 직접 찾아와 이 대표를 격려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윤 정권에 대해 "파시즘으로 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등 이 대표와 정세 인식을 공유하며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한때 이 위원장이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제된 걸 두고 이재명 대표에게 크게 실망해 '등을 돌렸다'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는 내용의 기사가 봇물을 이루기도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원장의 오랜 측근인 김현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경기 안산단원을 예비후보)은 14일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관련 보도가 나왔을 당시 이해찬 위원장에게 직접 확인했다. 사실이 아니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이 위원장의 신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이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했던 얘기는 임종석 전 실장에게 공천을 꼭 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임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이니 '명문 정당'으로서 역할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원론적인 취지였다는 것이다. 김현 전 상임위원은 "이해찬 위원장은 의견을 전했고 결정은 당에서 하는 것이다. 임종석 전 실장이 공천이 안 됐다고 이재명 대표와 척을 진다는 건 말이 안 되고 두 사람을 이간질하는 것"이라며 "이해찬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패했을 때 눈물을 흘리며 식사를 안 할 정도였고, 테러를 당했을 땐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하느님이 도와서 살아났다'고 했다. 지금도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놓지 않으신 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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