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100일째…비극적 가자 희생자 추모

"팔, 이란에 패했지만 수많은 마음 얻었다"

살레 "전쟁으로 굶는 내 형제‧자매 생각만"

네타냐후 "ICJ도 누구도 우리 멈출 수 없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난민으로 전락한 팔레스타인인들이 14일 가자 남부의 라파에서 이집트 국경 장벽을 따라 걷고 있다. 2024. 01. 14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난민으로 전락한 팔레스타인인들이 14일 가자 남부의 라파에서 이집트 국경 장벽을 따라 걷고 있다. 2024. 01. 14 [AP=연합뉴스]

팔 사망자 2만4000명, 190만 명 강제 난민

이스라엘 국방 "우리는 인간 짐승들과 싸워"

가자 전쟁이 14일로 100일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과 지상 작전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비롯해 최소 2만396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6만 명 넘게 부상했으며, 전체 인구 230만 명의 83%에 달하는 190만 명이 강제 난민으로 전락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협소하고 초밀집 지역인 가자에 그동안 6만5000톤의 폭탄을 퍼부었고 북부 가자의 경우 모든 구조물의 3분의 2가 파괴되는 등 초토화 직전이다.

하마스 공격 이틀 후인 작년 10월 9일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인간 짐승들과 싸우고 있다"며 식량과 물, 연료,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물품의 가자 반입을 막겠다고 선언하고 지금까지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가자에 대참극이 이어지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혐의로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고, 그에 따라 이스라엘은 11~12일 사상 최초로 헤이그 국제법정에 서게 됐다. 역시나 이스라엘은 뉘우치는 기색이라곤 없었다. ICJ 재판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누구도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없다. 국제사법재판소도, 악의 축도, 그 밖의 다른 누구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팀의 선발 선수들이 1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이란과의 아시안컵 C조 1차전 경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연주에 맞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4. 01. 14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팀의 선발 선수들이 1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이란과의 아시안컵 C조 1차전 경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연주에 맞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4. 01. 14 [AFP=연합뉴스] 

가자 전쟁 100일째…공교로운 팔-이란 축구전

팔 희생자 '묵념'…"팔레스타인에 자유를" 함성

공교롭게도 가자 전쟁 100일째인 이날 팔레스타인과 이란의 축구 경기가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경기가 카타르 도하 인근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것이다. 알자지라와 아랍뉴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약 2만8000명이 관중석을 채웠으며 여기저기서 상당수의 팔레스타인 국기들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국적을 지닌 관중들은 팔레스타인 셔츠를 입거나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었으며 케피예(전통 스카프)를 두르기도 했다.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 팔레스타인의 인기곡인 '다미 팔라스티니'가 연주되는 동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킥오프에 앞서 팔레스타인 국가가 울려 퍼지자, 팔레스타인인들은 따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킥오프를 위해 팔레스타인과 이란 선수들이 그라운드 중앙에 도열하자 "팔레스타인에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잠시 묵념이 있었고, 묵념이 끝나자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란 함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란 팬들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표시했다. 팔레스타인과 이란 국기가 함께 그려진 깃발을 들고 온 이란 팬 알리 미르는 "두 나라는 오늘 밤 매우 중요한 경기를 하지만, 그들은 형제이고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래서 나는 이 특별한 밤에 양쪽 모두를 지지하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팀의 미드필더 타메르 세얌(오른쪽)이 1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아시안컵 C조 경기 도중 점프해 볼을 따내고 있다. 세얌은 이날 전반 종료직전 헤더로 만회골을 뽑아 냈다.  2024. 01 14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팀의 미드필더 타메르 세얌(오른쪽)이 1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아시안컵 C조 경기 도중 점프해 볼을 따내고 있다. 세얌은 이날 전반 종료직전 헤더로 만회골을 뽑아 냈다.  2024. 01 14  [AP=연합뉴스]

"팔, 이란에 패했지만 수많은 마음 얻었다"

살레 "전쟁으로 굶는 내 형제‧자매 생각만"

물론 경기는 예상대로 이란이 지배했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인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인 데 비해 팔레스타인은 99위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전반 38분 만에 3-0을 만들었으나 전반 종료 직전 한 골을 내주었고 후반에 다시 한 골을 넣어 4-1로 낙승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가장 큰 환호성은 팔레스타인의 미드필더인 타메르 세얌이 전반 종료 직전 헤더로 만회골을 넣었을 때였다. 세얌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골 세리머니를 했지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고 아랍뉴스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대표팀은 끝없이 이어지는 가자 전쟁으로 인해 자국 내 대회가 전면 중단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국외를 전전하며 아시안컵을 준비해왔다. 그 바람에 제대로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고, 몇몇 선수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등 고통을 겪기도 했다. 경기 전날인 13일 주장인 무사브 알-바타트는 "팔레스타인인의 얼굴에 웃음을 드리겠다"고 결의를 다졌지만, 실제 경기에선 실력 차가 너무 컸다.

 

팔레스타인 팬들이 14일 이란과의 축구경기에서 응원하고 있다. 2024. 01. 14  [알자지라 홈페이지 캡처]
팔레스타인 팬들이 14일 이란과의 축구경기에서 응원하고 있다. 2024. 01. 14  [알자지라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알자지라는 이날 '아시안컵의 특별한 날에 팔레스타인은 이란에 졌지만 수많은 마음을 얻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팔레스타인은 4대 1로 이란에 패배했지만, 그 팀과 팔레스타인인들은 수천 명의 마음을 얻었다"면서 "그 스코어는 가자를 초토화하는 이스라엘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마음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관중들을 설명하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수비수 모하메드 살레는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고국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축구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는 "오늘 밤이나 이번 경기는 물론, 가자는 매일 매 순간 우리 마음속에 있다"며 "식사하려고 앉으면 전쟁으로 굶는 내 형제와 자매 생각만 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이-팔) 전쟁 종식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100일이 아니라 100년이 됐다. 그런데도 전 세계는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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