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수뇌부 사흘간 공백…바이든도 '깜깜'
상‧하원 군사위 민주‧공화 지도부 "용납 못해"
오스틴 "공개 여부 결정 책임 전적으로 내게"
로이드 오스틴(70) 미국 국방부 장관이 입원 사실을 사흘간 숨겼다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새해 첫날인 1일부터 7일 현재까지 수술 합병증으로 월터 리드 국립 군의료센터에 입원 중이다. 그러나 미 국방부(펜타곤)는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함구했다가 4일에서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백악관에 보고했고 장관 유고 시 직무 대행을 맡아야 할 캐슬린 힉스 부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관련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AP 통신과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힉스 부장관은 '장관이 5일 정상 복귀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 일정을 계속 소화했다. 국방부 1, 2인 자 둘 다 사흘간 자리를 비웠지만, 그 사실을 국민은 물론 군 통수권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미국에선 고위 관료나 군 관계자가 입원하면 24시간 이내에 성명을 내 공개하는 게 통상적이다. 국방부는 5일 저녁에서야 성명을 통해 외부에 공개했으며, 의회에도 성명 발표 15분 전에 통지했다.
국방부 수뇌부 사흘간 공백…바이든도 '깜깜'
이에 따라 미 행정부 업무의 기본 원칙인 '투명성'을 해친 데다가, 가자 전쟁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등 중동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방부 수뇌부의 '공백'이 있었고 그 내용을 대통령도 몰랐다는 데 대해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미시시피)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며 의원들에게 즉시 "사실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위커는 오스틴의 조속한 쾌유를 빌면서도 "그러나 국방부가 고의로 국방장관의 치료 상황을 며칠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는다.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의 위원장인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의원(앨라배마)과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워싱턴)도 공동성명을 통해 "국방장관의 상태를 공개하는 과정에 우려를 표한다"며 "투명성이 제일 중요하다. 가급적 빨리 오스틴은 그의 건강과 지난주에 벌어진 의사결정 과정에 관해 추가로 설명하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도 오스틴 장관의 입원과 보고 지연에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오스틴의 입원 사실은 일부 국방부 고위 관료들도 몰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기자단 항의서한…"분노, 국민 알권리 중요"
미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국민의 알권리'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출입기자단은 6일 저녁 국방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 국가 안보와 관련한 중대한 사안을 한동안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것에 "분노"를 표시했다고 AP는 전했다. 항의 서한에서 출입기자단은 "중동에서 미군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국가안보상 핵심적 역할들을 수행하는 때에 미국 국민이 최고위 국방 지도자의 건강 상태와 의사결정 능력에 관한 정보를 아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오스틴 국방장관은 6일 저녁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성명을 직접 내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오스틴은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인정한 뒤 "대중에 적절한 정보 제공을 더 잘 했어야 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더 잘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나의 의료 수술이었으며, 공개 여부에 관한 결정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평소 사생활 보호를 강조해온 오스틴은 그동안 언론에 직접 노출을 피해왔다.
연합뉴스에 따릅면,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공군 소장)은 7일 성명을 내고 "오스틴 장관은 여전히 월터 리드 국립 군의료센터에 입원해 있지만 잘 회복하고 있으며, 정신적으로는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5일 저녁에 업무를 재개한 이후 부서 운영 상황에 대해 브리핑 받았고, 참모들에게 필요한 지시도 했다며 입원에 따른 업무 공백이 없다고 덧붙였다. 라이더 대변인은 이어 "오스틴 장관은 어제(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고, 캐슬린 힉스 부장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및 고위급 참모들과 소통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신임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더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장관의 구체적인 퇴원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정부 운영의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장관의 상태에 대해 정보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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