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은 67세 충남에 주소를 둔 김모 씨
경찰 살인미수 혐의 적용, 당적 직업 확인 중
프로파일러 "예리한 흉기 사용…감정 수위 높아"
이재명, 오후 헬기로 서울대병원 도착…수술 중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테러한 피의자는 67세 남성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해당 남성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충남 지역에 거주하는 1957년생 김모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이재명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린 부산경찰청은 김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고, 범행 동기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와 목격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김 씨는 이날 오전 10시 29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 시찰을 마친 이 대표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던 중 지지자 행세를 하며 다가가 "사인 해달라"고 했다.
이어 상의 재킷에 숨기고 있던 예리한 흉기로 이 대표의 목 왼쪽 부위를 찔렀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총 길이 18㎝, 날 길이 13㎝로, 김 씨는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는 범행 직후 이 대표 주변에 있던 민주당 당직자와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압송됐다. 김 씨의 당적이나 직업 등은 아직 확인 중에 있으며, 이전에 별다른 전과는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진술이나 사용된 흉기 등을 고려했을 때, 김 씨가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의도나 고의성은 명확해 보인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예기(예리한 흉기)로 찌르는 것과 칼 같은 흉기로 베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날카로운 것으로 경정맥을 노렸다면 상대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감정의 폭발성, 수위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씨가 계획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피의자 김 씨는 지난달 13일 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간담회에 참석한 이 대표의 동선을 따라다닌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이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영상에 보면, 김 씨가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이 대표의 차량 앞에 서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날 범행에서도 김 씨는 동일한 파란색 종이 왕관을 착용했다.
SNS로 이 사실을 공유한 누리꾼들은 김 씨에 대해 "지지자인 척 범행을 계획하고 참석한 듯 보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씨가 이전에도 이 대표를 따라다녔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범죄 전문가들은 김 씨가 단순히 동선에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계획성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당적이나 그동안 행적, 범행 동기 등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계획성 여부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준경 부산경찰청 수사과장은 "(김씨 범행을) 계획범죄로 보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사건 발생 20여분 만인 오전 10시 47분쯤 구급차에 실려 간 뒤 헬기로 오전 11시 13분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이 대표는 이송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목 부위에 1.5㎝ 정도 열상을 입어 경정맥 손상이 의심됐으며 대량 출혈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마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쯤 헬기 편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오후 3시 20분쯤 도착해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의 수술은 오후 3시 45분쯤부터 시작됐다. 당초 수술 시간은 1시간이 예상됐으나 이보다 1시간남짓 길어져 오후 5시 56분쯤 끝났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수술 경과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수술명은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이라며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됐으며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서 관을 삽입한 수술이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실하여 회복중에 있다"며 "의식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퇴원 시기에 대해선 "아직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부 지역언론과 수구언론, 의료전문지 등은 수술이 부산대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데 대해 민주당 측과 병원의 이견이 논란이 됐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표의 가족은 의료진과 상의해 후유증이나 입원과 간호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에서 수술받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수석대변인은 "중증수술을 요하던 상황이었으나 가족과 의료진이 상의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이 결정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남 양산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며 "용서받지 못할 테러 행위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되길 기대한다고"고 했다.
이 대표와 가족들에게도 "조속한 쾌유를 바라며, 걱정하실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보낸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표로 브리핑을 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야만적인 테러와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며 "당 지도부는 차질 없이 당무를 집행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 흉기 테러로 인해 경찰의 야당 대표 경호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에 대해 "우발상황 및 인파, 교통관리 등을 위해 경찰관 41명을 배치하여 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달 13일에도 김 씨가 이 대표 가까이에서 포착된 점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경호가 이뤄졌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구급차가 20여분 만에 도착해 응급처치가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 흉기 테러 뒤 현장 영상에서는 '왜 구급차가 오지 않느냐'며 한 지지자가 울먹이는 모습도 확인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가덕도 내에는 안전센터가 없어 출발할 수 있는 구급대가 없었고 피습 현장에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지사센터에서 구급차가 출발했는데 현장과 21㎞ 거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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