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대만은 중국 영토…중국 내정 간섭 반대"

틈만 나면 대만 문제 개입하는 윤석열과 정반대

중·베, 서방의 규범 기반 질서·인권 정치화 반대

미·중 구애 줄다리기에 '어부지리' 베트남

인프라·투자·교역 전 분야서 36개 협정 체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응우옌 푸 쭝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12일 하노이 베트남 공산당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3 12. 12 [중국 외교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응우옌 푸 쭝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12일 하노이 베트남 공산당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3 12. 12 [중국 외교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중국공산당과 베트남공산당은 집권한 세계 최대의 두 공산당이다. 두 당은 마르크시즘을 옹호, 발전시키고 사회주의 길에 헌신하며, 양국의 사회주의적 발전을 이끌고 있다."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세계가 전례 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더욱 중요한 건 두 당이 중-베 관계의 특별한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전 세계에 사회주의 역량을 구축하고 자국의 사회주의 대의의 건전하고 일관된 발전을 담보하면서 중-베 운명공동체 건설을 굳건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시 주석은 "두 나라가 민족의 독립과 해방 투쟁 과정에서 서로를 돕고 서로의 개혁과 개방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튿날인 13일 중-베 청년 대표 모임 연설에서도 "양국은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싸웠다"면서 호치민 주석이 중국에서 12년간 혁명 활동을 한 사실과, 프랑스 점령과 미국의 침공에 맞선 베트남의 구국 전쟁에서 1400명이 넘는 중국 지원군 사병들이 전사한 사실, 그리고 1920~30년대 대장정 등 중국 혁명 과정에서 베트남 혁명가들의 동참 사실들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지이고 형제이기 때문에 베-중 우호 관계는 깊다"는 호치민의 발언도 소개했다. 시 주석은 13일 오전 하노이에 있는 호치민 주석의 묘소를 참배했다.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3 12. 13. 브이엔익스프레스 홈피 캡처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3 12. 13. 브이엔익스프레스 홈피 캡처

베트남 "대만은 중국 영토…중국 내정 간섭 반대"

틈만 나면 대만 문제 개입하는 윤석열과 정반대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쭝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또한 시 주석은 "베트남을 주변국 외교의 우선으로 삼고 있다"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베 운명 공동체' 건설을 위해 △ 더 큰 정치적 상호 신뢰 △ 더 실질적인 안보 협력 △ 더 깊은 호혜적 협력 △ 더 견고한 대중적 기반 △ 더 긴밀한 다자적 조율 및 협동 △ 더 적절한 이견 관리 등 6가지를 제안했다.

이에 쭝 서기장도 양국은 "동지이자 형제"라면서 베트남의 개혁개방, 산업화, 현대화 추진에 대한 중국의 지지, 코로나19 위기 때 지원 등을 포함해 중국의 베트남 우선 정책에 감사를 표시했다.

특히 쭝 서기장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줬다. 쭝 서기장은 "베트남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하게 지지하며, 대만을 중국 영토의 양도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정하며, 중국의 재통합이란 대의를 지지하며, 어떠한 형태의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도 확고히 반대한다. 또한 홍콩과 신장(위구르), 시짱(티베트) 관련 문제들도 중국의 내정이며, 베트남은 중국 내정에 어떤 세력의 간섭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브이엔익스프레스가 보도한 정상 공동성명에서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베트남은 대만을 중국영토의 분리할 수 없는 부분임을 인정하고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어떤 분리주의 활동에도 단호히 반대하며, 타국의 내정에 불간섭 원칙을 지지하며, 대만과는 어떤 국가급 관계도 맺지 않음으로써 '하나의 중국' 정책의 일관된 이행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의 반중국 봉쇄 전선에서 '행동대'를 자처하며 중국의 수없는 경고에도 1992년 수교 때 약속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기회 있을 때마다 "대만 해협의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중국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윤석열 정부의 접근법과는 너무 다르다.

 

지난 21일 동틀 무렵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을 지나는 필리핀 어선들. 2023.09.21. [AFP=연합뉴스]
지난 21일 동틀 무렵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을 지나는 필리핀 어선들. 2023.09.21. [AFP=연합뉴스]

"운명공동체…독립과 해방 위해 함께 싸워"

인프라·투자·교역 전 분야서 36개 협정 체결

당연히 베트남은 반대 급부를 챙겼다. 대표적인 게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 이슈다. 공동성명은 "양국은 해상에서의 이견을 능동적으로 다루고 남중국해(베트남명 동해)와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국은 협의와 합의에 기초해서 남중국해에서의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선언(DOC) 이행에 합의하고 1982년 유엔 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따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행동규범(COC)도 조속히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남중국해에서 공동 순찰을 하고 해상 사고 대응을 위한 비상 연락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양국은 하노이 공산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외교, 경제 협력 등과 관련해 총 36개의 협정을 체결했다. 그 분야는 인프라와 투자, 교역, 금융·화폐, 식량 안보와 녹색 개발, 문화와 관광, 교육·스포츠·인력자원·과학기술 교류, 보건과 자연재해 예방 통제, 지방 간 주민 간 청소년간 교류 등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국으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15년이 됐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액 규모는 1756억 달러(약 229조 원)에 달했다.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초청을 받아 베트남 국빈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2023 09 10. 베트남 정부 제공. [UPI=연합뉴스]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초청을 받아 베트남 국빈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2023 09 10. 베트남 정부 제공. [UPI=연합뉴스]

중·베, 서방의 규범 기반 질서·인권 정치화 반대

베트남 놓고 미·중 줄다리기…'어부지리' 베트남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다자 무대에서 양국 간 공조를 약속한 대목이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준수하고, 상대국의 독립과 영토 완전성, 평등과 호혜, 그리고 평화와 안정, 협력, 개발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유엔 헌장과 국제법 준수'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내걸고 미국 등 서방 진영 국가들이 패권적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견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양국의 이런 인식은 "인권 이슈를 정치화하고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기 위해 인권 이슈를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한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이를 위해 양국은 유엔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같은 국제 및 지역 기구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아태지역을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심성'을 견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아세안-중국 3.0' 자유무역지대 조성을 가속화하고 중-아세안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시 주석의 이번 베트남 국빈방문은 지난 9월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한 것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 짙다. 바이든의 베트남 방문은 중국 포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포위를 위해 앵글로색슨 동맹인 오커스(미국‧영국‧호주)를 주축으로 삼고,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 협의체인 쿼드를 활성화하는 한편, 8‧18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준 군사동맹'인 3자 안보협의체'를 출범시켰고 최종적으로 베트남에 접근했다. 베트남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미·중의 패권 경쟁이 뜨겁다. 그 사이에서 자주적 외교·국방 정책과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양쪽에서 '선물'을 챙기는 베트남의 실용적 국익 외교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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