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종속되거나 권력에 비굴해진 언론생태계

이를 바꾸려 시대의 부름에 응한 언론인·지식인들

깨어있는 6천여 명의 시민들의 성원과 지지 속에

민들레는 흐르고 흘러 큰 강물을 이룰 것입니다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검사가 대통령 됐다고 새삼스럽게 검사집단(검찰)이 우리나라 권력 구조의 맨 꼭대기에 등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에도 검사집단은 장막 뒤에서 실질적인 최고의 권력을 행사해왔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할 때마다 그 앞에서 굽신거리는 척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거의 반드시’ 전 대통령 포함, 전 정권을 때려잡았습니다. 그리 함으로써 ‘현 정권’에 대해서도 “너희도 까불면 좋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권력을 구가했던 검사집단이 이제 당당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을 뿐입니다.

검사들의 무소불위 힘은 오래 전부터 검사동일체라는 난공불락의 성을 쌓은 채, 있는 죄도 덮을 수 있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에서 비롯됐음을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됐습니다. 그 힘으로 조국을 치고 이재명을 옭아매며 드디어 당대의 ‘대장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밀어올린 것입니다. 그의 입에서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이 정권) 하는 거 보면은…”이라는 무지막지한 말이 튀어나온 배경입니다.

검사 등 공직자들의 배신, 더 두려운 언론윤리의 배신

‘정의의 사도’를 자임하는 검사들의 우두머리가 권력을 잡았으니 세상은 완벽하게 정의로워졌을까요? 아니, 조금이라도 과거보다 정의로워졌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바야흐로 우리의 눈앞에 끔찍한 악몽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무능(경제, 안보)과 무책임(이태원, 오송)과 비리(인사, 관급공사)와 부패(양평고속도)와 비굴함(대일·대미 외교)이 뒤섞인 리더십으로 인해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언론 한 귀퉁이에서 삐져나오는 부정 부패 비리 외에도 어디에서 더 많은 부정과 부패와 비리가 자행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적발하고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검사들이 온통 우두머리를 따라 정치권으로 뛰어들거나, 현직에 남아서도 ‘유권무죄 무권유죄’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검사들은 ‘파사현정’이라는 자신의 직업윤리를 철저히 배신하고 있습니다.

검사들 뿐입니까. 거의 모든 다른 공적 직업을 가진 자들도 열심히 자신들의 직업윤리를 배신하고 있습니다. 기재부와 교통부 고위 공무원들, 외교부와 교육부 국방부 고위 공무원들, 감사원 공무원들까지, 모두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공익과 국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과 함께 부여받은 권한을 오로지 개인의 영달을 취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치검사와 한 통속으로 노는 정치판사들의 직업윤리 역시 비 온 날 낙엽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또 어떻습니까.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려니와, 그렇다고 그것이 정치인들은 공익을 팽개치고 사익을 추구해도 좋다는 허가는 아닐 것입니다.

이렇듯 3권의 공직세계가 무너진 가운데 더욱 심각한 것은 지식인들, 그중에서도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인들의 직업윤리마저 철저히 붕괴한 것입니다. 언론인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언론인은 그 어떤 공무원 못지않게 중요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 입법 사법 3권을 감시 비판할 뿐 아니라 전 사회에 정보를 유통시키고 공론화 하는 등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공직보다도 더 중요한 공무를 수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언론인들의 직업윤리가 완전히 무너진 것입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사실을 보도해야 할 자들이 왜곡과 편향으로 찌그러진 뉴스, 심지어 가짜뉴스까지 남발하고도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는 것입니다.

YTN 사영화 이유와 JTBC 몰락의 이유는 같다

사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이 모양이 된 것은 언론인들 개개인의 윤리문제 이전에 언론 소유구조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즉 대다수 언론사가 특정 족벌이나 재벌, 종교재단, 건설사의 사적 소유물로 전락해, 이들 소유주들의 사적 이해관계, 나아가 이들이 총체적으로 얽혀있는 기득권의 이익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TV조선)나 중앙일보(JTBC) 같은 막강 언론사 사주들은 얼마든지 술자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만나, 이 자가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인지 가늠해 보고, 자기들의 그런 판단과 의지를 자기가 거느린 기자들을 통해 여론화 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기들과 공적·사적 관계를 맺은 재벌들로부터 자기들의 매체 영향력보다 훨씬 많은 광고나 협찬을 끌어오기도 하고, 발행부수를 조작해 정부 광고를 부당하게 편취하기도 합니다. 건설사를 사주로 둔 언론사는 계약을 따내고, 불법과 부정을 가리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목을 맵니다. 이런 언론들로부터 진실과 정의는커녕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 YTN 등 공영언론을 사영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영언론은 언론의 무덤인 것입니다. 이 무덤 속에서 자본은 말 듣지 않는 기자에 대해서는 해고위협(채찍), 말 잘 듣는 기자에게는 넉넉한 보수(빵)로 다스립니다.

한때 언론계에 ‘계몽군주론’ 비슷한 것이 떠돌던 때가 있었습니다. 미디어를 소유하고 경영하는데는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특정 자본가가 미디어를 만들어 소유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결국 그 자본가가 건전한 언론관을 가지고 언론을 귀하게 다루어 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한 거대언론이 그런 경영으로 성공을 거두면 다른 거대 사영언론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설사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최소한의 여론의 균형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런 논리적인 기대는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JTBC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한때 손석희 사장 체제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구가하던 JTBC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다른 종편들과 거의 비슷한, 혹은 더 못한 상황으로 전락했습니다. 오로지 소유주의 변심 혹은 변덕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에 ‘계몽군주’는 허상이었던 것입니다.

 

10일 오후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시민언론 민들레 1주년 후원한마당에서 민들레 필진들과 후원자들이 상견례를 하고 있다. 2023.11.10. 사진작가 김동원
10일 오후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시민언론 민들레 1주년 후원한마당에서 민들레 필진들과 후원자들이 상견례를 하고 있다. 2023.11.10. 사진작가 김동원

시대의 소명에 부응한 언론인, 지식인들이 시민들과 함께 한 1년

‘시민언론 민들레’의 출범은 바로 이런 처참한 언론 상황에 대한 절박한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언론의 사명에 투철하고 기자의 직업윤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언론인들이 사정없이 배척되고 도태 당하는 것이 대한민국 언론생태계의 현재 모습입니다. 사적 욕망에 휘둘리는 언론의 심각성은 ‘자본에 종속되거나 권력에 비굴한 소유주’가 장악한 거대 언론사뿐 아니라 몇 사람, 심지어 1인 유튜브 방송에도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사적으로 소유된 언론은 언제라도 순식간에 저널리즘을 배신하고 위태롭게 만들 개연성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한국 언론에 대한 우리의 이같은 인식에 동의하고, 이런 참담한 언론 생태계를 바꿔보겠다는 우리의 의지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면서 순식간에 ‘민들레’의 기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1년 자기 직업윤리에 충실하고자 결심한 연부역강한 기자들이, 역시 자신들의 시대적 직분과 소명에 부응하고자 하는 지식인 학자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매일 뉴스를 생산해 왔습니다.

‘민들레’ 구성원들은 이제 자신들의 소명을 분명히 알고 있는 언론인들, 시민사회 대표들과 함께 사단법인(‘시민언론 보루’)을 출범시키고자 합니다. ‘주식회사 민들레’의 주식을 ‘사단법인 보루’로 양도해 사적 소유구조를 공적 소유구조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명실상부 시민이 주인인 언론사가 되는 것입니다. ‘민들레’ 역시 사주의 욕망과 의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인데, ‘민들레’의 사주는 6천여 명의 깨인 시민들이며, 그 시민들의 욕망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는 세상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시민들의 의지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불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그런 욕망과 의지를 받드는 언론사가 편향과 왜곡, 편견, 거짓으로 찌그러진 뉴스를 생산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광명정대하고 정론직필하는 곧은 언론, 참언론이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탁류 속 한 줄기 맑은 물에 불과할지 모르나 시민들의 성원과 지지 속에 끝없이 흐르고 흘러 큰 강물을 이룰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진실과 정의는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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