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김건희는 '천사'일까 '범죄 가담자'일까?
권력자 부인의 정체성…나라의 흥망 좌우할 수도
미 학자 요부·섭정·공동대통령으로 영부인 분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 기사에서는 ‘소록도 천사’가 보인다. 또다른 기사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의 원인 제공자인 ‘범죄 가담자’가 보인다. 극과 극의 상반된 모습이다. 모순적인 두 기사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다.
김 씨의 정체가 뭘까. 김 씨가 사인이고 자연인이라면 궁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많이 궁금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권력자의 부인이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부인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나라가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의상 대통령의 부인을 영부인이라고 하자. 대통령제가 진작에 발달한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통령학과 더불어 영부인학이 큰 관심을 받아왔다. 어떤 학자들은 역대 영부인들의 정체성을 연구하며 유형별로 분류했다. 그 가운데 게리 웨킨 센트럴 아칸소대 교수는 영부인의 정체성을 △은둔형 △방패형 △정치적 요부형 △고문형 △섭정형 △공동 대통령형 등 6가지로 분류해 관심을 끈 정치학자다.
그러나 국내 연구자들은 웨킨의 분류법을 논문 등에 드물게 인용하며 간단한 표로 정리하곤 넘어간다. 게다가 다른 유형은 쉽게 짐작이 가지만 정치적 요부형은 뭔지 얼른 와닿지 않는다. 웨킨이 사용한 ‘courtesan’이란 말도 ‘정치적 요부형’이라는 번역도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웨킨에 따르면 요부형은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호의를 구하는 자들(favor-seekers)을 식탁에 초대, 그들의 요구를 남편에게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정책적 역할과 함께 법원의 복종도 요구한다.
웨킨은 미국의 두 영부인을 예로 든다. 첫째는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재임 1861~1865)의 부인 메리 링컨(1818~1882)이다. 메리 링컨은 인사에 개입했다. 특정 인물의 임명을 반대했다.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장관들과는 대놓고 반목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폭격을 가하듯 후원을 요청’했다. 웨킨의 논문에는 나오지 않는 얘기지만, 미국 작가 데일 카네기는 “링컨이 암살된 것은 그의 결혼에 비교하면 비극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 정치적 요부형은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S. 그랜트(재임 1869~1877)의 부인 줄리아 그랜트(1826~1902)다. 줄리아 그랜트도 인사에 개입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중용하거나 승진시켰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후원을 요청하면 남편에게 ‘여보, 이 약속을 해줘요’라는 메모를 불쑥불쑥 내밀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쫓아냈다. 대법원 인사, 대사 등 외교관 인사에도 관여했다. 내각의 관료, 백악관 참모들과는 속된 말로 ‘나와바리 싸움’(turf warfare)을 벌였다. 그 과정에 계략을 동원했다. 계략의 하나로 언론 플레이도 했다. 줄리아 그랜트는 영부인의 역할과 권력을 철저히 즐겼다.
웨킨은 ‘빈정 상한 내부자들은 영부인에 대한 추문을 유출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영부인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링컨의 보좌관 존 헤이와 존 니콜라이는 ‘메리 링컨은 악녀(Hellcat)’라는 등의 소문을 퍼뜨렸다. 어떤 사람은 ‘메리 링컨은 남부의 스파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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