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칼럼] 낯선 윤 정부, 낯선 '구조적 무역 적자국'

환율·금리 변동성 커지며 '코리아 엑소더스'

눈덩이 가계부채에 인플레 괴물에 꽁꽁 묶여

금리발작 등 쇼크 잦으면 예측 못할 경제위기

빙하기 막으려면 정권교체 비장한 각오해야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제조업 및 수출 강국이다. 최근의 성적만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10년에 걸쳐 100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가 났던,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출 강국이었다. 먼 옛날 일 같지만 불과 1년 6개월 전의 일이다. 그 10년 동안 해외에서는 우리를 가리켜 ‘구조적 무역 흑자국’이라 불렀다.

‘구조적 무역 흑자국’의 몰락, 지난해 단군 이래 최대 적자

하지만 2000년 이전에는 우리나라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해가 많지 않았다. 결국 무역수지 적자로 IMF 국가부도까지 겪었던 나라다. 우리가 무역수지 흑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영향이 매우 컸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2001년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정식으로 가입한 이후부터다. 그때부터 중국의 무역규모가 크게 증대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수출도 중국 비중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무려 우리 수출의 30% 이상을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했다. 우리나라 수출 증대와 무역수지 흑자에는 중국의 역할이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 첫 해인 2022년에 무역수지가 무려 473억 달러 적자가 났다. 단군 이래 최대 적자다. 올해도 여전히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미국의 안보경제동맹에 우리 경제를 종속시키면서 NATO에서 호기롭게 ‘탈중국’ 선언을 하고 온 대가다. 하지만 지금 새삼스레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외교정책이나 경제의 무능을 탓하려고 ‘무역수지 적자‘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아니다. 한가롭게 비판만 하고 있을 수 없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가 장기간 계속되면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 쌓이게 된다. 시중에 달러가 흔해지면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우리 돈 원화가치가 올라간다. 원화가치가 계속 상승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우리 수출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외환 당국이 적정한 달러-원 환율관리를 위해 시중에 쌓여 있는 달러를 사들이게 된다. 그럼 시중에는 달러를 사들인 만큼 달러는 줄어들고 우리 돈 원화가 풀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출로 달러가 들어왔는데, 그 달러를 사들인 만큼 우리 돈 원화가 시중에 풀리는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 급락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하락세로 출발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후 4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2,320대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 대비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750대를 기록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하며 1,350원대를 기록했다. 2023.10.26. 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 급락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하락세로 출발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후 4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2,320대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 대비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750대를 기록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하며 1,350원대를 기록했다. 2023.10.26. 연합뉴스

수출-달러 유입-외국인 투자 증가, 무역 흑자국의 선순환 고리

그런데 이렇게 가만 내버려두면 시중에 원화가 넘쳐나 이번에는 원화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흔히 통안채로 불리는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원화를 흡수하며 원화 유동성을 관리한다. ‘통화안정증권’만으로 원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주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한국은행이 Repo(환매조건부채권)를 매각하면서 또 시중에 있는 원화를 흡수한다. 결론적으로, 국내에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 결국 시중에 원화 유동성이 증가한다. 금리는 돈의 값이다. 달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원화 유동성이 또 증가하니 시장 금리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인 환율과 금리만큼 중요한 투자 기준도 없다. 주식이나 채권으로 어렵게 투자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환차손이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금리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 나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자산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국채와 주식에 외국인 투자가 계속 늘어났던 이유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또 다시 달러 유입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투자자가 달러를 들고 들어와서 우리 원화로 바꿔 투자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 증가할수록 달러-원 환율과 금리가 더욱 안정화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무역수지 흑자로 달러가 계속 들어오면서 경제 성장과 함께 환율변동성이 낮아졌고, 또 들어온 달러가 담보가 되어 원화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시중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이에 외국인 투자까지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바로 여기까지가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늘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가 ‘구조적 무역 흑자국’에서 무역 적자국으로 전락하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코리아 엑소더스’ 부르는 무역수지 적자의 악순환 고리

작년에 이미 47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여전히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 개월 흑자가 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전에 비해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크게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로 일반적인 적자 현상보다 더 좋지 않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 무역흑자로는 달러가 더 이상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달러를 담보로 원화 유동성도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율 방어 등의 이유로 외환보유액은 2021년 10월 4692억 달러에서 2023년 9월 기준 4141억 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유입되는 달러가 줄어드니 환율 변동성도 더 커질 수 있다. 2021년에 1100원대였던 달러-원 환율이 2023년 10월 현재 1350원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젠 이전과 다른 완전 반대의 모습을 취할 수 있다. 이전에는 매주 Repo(환매조건부채권)를 매각하면서 원화를 흡수해 왔지만 반대로 Repo(환매조건부채권)를 매입하면서 시중에 원화를 공급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뀔 수 있다. 또 시중에 원화가 부족해지는 만큼 금리 변동성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Repo(환매조건부채권) 대상채권 적격담보범위를 전격 확대한 것이나, 유동성 긴급지원 대출(자금조정대출) 금리를 50bp(0.50%) 인하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이전과 달리 외국인 투자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무역수지 흑자로 달러가 들어올 때는 환율 변동성과 시중 금리가 안정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증가했지만, 반대로 무역수지 적자로 환율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 외국인도 이전처럼 마음 놓고 우리나라에 투자를 할 수 없다. 환율과 금리 변동성으로 환차손과 매매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외국인 투자자의 ‘코리아 엑소더스’도 이런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시장 발작’과 가계대출 등 복합위기가 부를 끔찍한 빙하기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채권을 팔고, 주식을 팔면 다시 국내 달러가 더 줄어들고 환율과 금리 변동성이 더욱 커지면서 ‘시장 발작’현상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채권과 외환시장 등에 ‘쇼크’ 현상이 잦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 감소가 금리와 환율 변동성을 더욱 키우면서 다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동안 늘 봐왔던 익숙했던 시장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의 모습이다.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이지만 이 문제가 단순하게 달러 유입이 줄어들고, 원화 유동성이 줄어들고,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문제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미 전 세계 국가 중 가계부채 리스크가 가장 큰 나라 중의 하나다.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GDP 대비 105%가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전세보증금과 개인사업자대출까지 포함하면 3000조 원도 훌쩍 넘는 규모다. 불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 잔액도 약 140조 원에 이른다. 이미 가계부채와 부동산 PF의 연체율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인플레이션이란 괴물이 우리 몸을 꽁꽁 묶어 두고 있다. 기준 금리를 내릴 수도 없다. 아니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금리 수준을 아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발작 등의 시장 쇼크가 자주 발생한다면 우리 경제에 어떤 위기가 얼마나 크게 닥쳐올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에게 늘 익숙했던 모습들과 완전히 이별을 해야 할지 모른다. 아니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그러니 익숙한 것들과 이별을 코트 깃 여미고 낙엽 밟으며 떠나는 가을 보내듯 어설픈 낭만으로 대처할 때가 아니다. 이 가을이 떠나면 첫눈의 추억이 있는 그런 따뜻한 겨울이 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얼려버리는 빙하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니 자연의 이치를 거꾸로 돌려서라도 떠나는 가을을 잡아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때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면 바꿔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모든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빙하기를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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