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자, 시민 후원으로 4집 앨범 발매…7년 만에
나태주·윤동주·이육사·한용운 시에 붙인 기타 선율
안중근부터 이름 모를 노동자까지 아우르는 가을 노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인간의 고뇌가 깊어지는 가을 밤, 노래패 '우리나라' 음악 감독이자 '촛불 가수'로 시민들에게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백자가 4집 앨범 '가을이 좋다더니' 발매 기념 콘서트를 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4집 앨범은 7년 만에 낸 정규앨범으로 시민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를 쓰고 곡을 붙이는 것을 좋아했던 백자는 이번 앨범에서도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이육사 시인의 <광야>, 한용운 시인의 <나룻배와 행인> 등에 곡을 붙여 담아냈다. 시인들의 고뇌와 저항, 외침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그의 시선도 엿볼 수 있다. 수록곡 '청국장'은 식당 아주머니가 이고 온 청국장 백반을 먹는 건설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린 이정록 시인의 시 <청국장>에 곡을 붙였다. "'하느님도 못 드시는 청국장'을 먹는 노동자가 얼마나 높은 존재이냐"는 백자의 노랫말 소개처럼 그의 노동자에 대한 시선은 따뜻하다.
안중근 의사가 생을 마감한 여순감옥을 다녀온 뒤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인 '안중근의 노래'는 114년 전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탄을 쏜 안중근 의사를 그리고 있지만, "오늘날도 다름 없다"는 백자의 말처럼 현재와도 연결돼 있다. "역사의 외침으로 살리라, 눈부신 그날 오면 덩실 춤을 추리라"라는 노랫말은 무도한 현 정권에 촛불을 든 시민들의 바람을 담는 듯하다.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인 '짙은 그리움'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지만,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동백림 사건' 때문에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윤이상 선생을 기리고 있다.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시에서는 대통령의 '이념 전쟁'을 보듯 극우단체들이 '윤이상 지우기'에 앞장 서고 있다.
앨범 타이틀인 '가을이 좋다더니'는 2018년 11월 별세한 시인이자 통일운동가였던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를 떠나보낸 뒤 백자의 상실감을 담았다. 장석남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목도장'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백자는 장석남 시인이 <목도장>으로 2020년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했을 당시 곡을 붙여 불렀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새로운 도전, 실험도 시도됐다. 백자는 다른 악기들을 제외하고 기타로만 소리를 채웠다. 백자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기타리스트 신희준 씨가 참여해 들려주는 기타 소리는 빈틈을 느끼기 어렵게 가득 채워주면서, 동시에 가을의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앨범은 지난 13일부터 음원 사이트에 공개됐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작은 기념 콘서트도 열린다. 백자는 오는 20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갖고 관객들과 호흡을 맞춘다. 19일 오전 콘서트 예매는 매진됐다. 백자는 시민들에게 "더 좋은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가수 백자의 4집 타이틀곡 '가을이 좋다더니' 뮤직비디오. 2023.10.19. 유튜브 채널 가수 백자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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