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회할 건 핵 오염수 용어 아닌 해양 투기"

기시다, 일본산 수산물 전면 금수 "과학적 근거 없다"

중국, WTO 통보…"공중 생명·건강 지키려는 긴급조치"

일본, 전면 금수 철회 요구…WTO 제소 주장도 나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핵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2023.07.21. [EPA 촬영].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핵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2023.07.21. [EPA 촬영]. 연합뉴스

"일본이 진정으로 철회해야 하는 것은 잘못된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 강행 결정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노무라 데쓰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를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처리수' 대신에 '오염수'란 용어를 썼다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질타를 받고서 발언 취소와 사과를 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대변인은 "일본의 관계 당국자가 그 물을 오염됐다고 부른 것은 단지 그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이 진정으로 사죄해야 하는 것은 핵 오염 리스크를 나머지 세계로 확산시키는 이기적인 행동이다"라고 지적했다.

기시다 정부가 지난 8월 24일부터 9일째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강행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연일 외교부 대변인들을 내세워 해양 투기 행위를 비판하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 일본산 수산물 판매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개시 이후 중국에서 반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2023.08.28. AFP 연합뉴스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 일본산 수산물 판매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개시 이후 중국에서 반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2023.08.28. AFP 연합뉴스

중국 "일본, 철회할 건 핵 오염수 용어 아닌 해양 투기"

특히 일본이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금수 조치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수입 규제"(기시다)라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 가능성을 거론하며 반발하자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왕 대변인은 "일본이 해야 할 일은 피해자인 양 행세하고 불평하면서 동정을 구하려 하기보단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되돌아보고 뉘우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브리핑에서 그는 "일본 측이 과학을 존중한다면"이란 말을 세 차례나 반복하면서 △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토 범위를 왜 해양 투기로 국한했는지 △ 핵 오염수를 왜 정상 가동 원전 수와 비교했는지 △ 일본의 해양 투기 방류를 공개 지지한 나라는 극소수이고, 이들 나라에서 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지 △ 일본 국민 40%가 왜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고 80%가 우려나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지 등을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뭣보다 왕 대변인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에 관한 데이터가 국제사회의 모니터링을 거부한 채 도쿄전력 등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 왼쪽)가 31일 도쿄의 수산물 도매시장인 도요스시장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맛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점심 식사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는 등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도 통신 제공] 2023.08.31. 로이터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 왼쪽)가 31일 도쿄의 수산물 도매시장인 도요스시장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맛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점심 식사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는 등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도 통신 제공] 2023.08.31. 로이터 연합뉴스

기시다, 일본산 수산물 전면 금수 "과학적 근거 없다"

그는 "도쿄전력은 데이터를 손대고 숨기며 위조하는 추문에 반복적으로 관여돼 있다"고 말하고 "일본은 이제 핵 오염수 데이터를 테스트하고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라고 볼 때 그런 테스트가 과학에 기초하고 투명하며 신뢰할 만하다고 누가 여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본이 중국을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이 문제를 중·일 양자 이슈로 끌고가는 것에 왕 대변인은 "바다를 오염시킬지 보호할지, 환경을 해칠지 보호할지, 인류의 건강을 해칠지 보호할지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하고 핵 오염수 투기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일본은 미래 세대에 대한 도덕적,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겸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하루에 네 차례나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일본의 핵 오염수 투기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 두 번째 글에선 "방류 오염수가 무해하다면 일본은 왜 700억 엔(약 6350억 원)을 들여 선전 활동을 하며, 이해 당사국들이 오염수와 바닷물 샘플을 수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의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 강행 직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 금수 조치에 들어간 데 이어 8월 31일 "공중의 생명과 건강을 효과적으로 지키고 위험을 완전하게 억제하기 위한 긴급조치"라면서 그 같은 조치 사실을 WTO에 통보했다.

 

18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류 준비를 마친 일본 정부가 개시 시점을 고심하는 가운데, 이날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에 방류 개시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08.18. 로이터 연합뉴스
18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류 준비를 마친 일본 정부가 개시 시점을 고심하는 가운데, 이날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에 방류 개시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08.18.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WTO 통보…"공중 생명·건강 지키려는 긴급조치"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인간과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중국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중국의 수산물 전면 금수 조치를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갈등은 중·일 양국 국민 사이로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해양 투기 강행 이후 많은 중국인이 도쿄전력뿐 아니라 관공서와 식당 등 해양 투기와 관계없는 곳까지 무차별적으로 욕설과 항의 전화를 걸고 있다. 중국 내 일본인 학교에 돌과 달걀을 던지다 붙잡혀 구속된 사례도 보도됐을 정도다.

일본 측의 맞대응 움직임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의 1일 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해양 투기를 개시한 8월 24일부터 주일 중국 대사관에 대사관 직원을 향해 "공격적 언어"를 사용하는 수많은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대사관 팩스로는 협박 편지들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 측은 일부 우익 반중 세력들의 소행으로 보고 현지 경찰 당국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