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감축법 제정 뒤 미국에 대한 EU 반감 폭발

“푸틴이 서방을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우크라전 뒤 LNG 공급 미국으로 수입처 바꿔

유럽 미국산 LNG 수입 급증, 가격도 미 국내가의 4배로

IRA 제정 뒤에는 유럽 산업기반과 투자까지 미국으로?

“미국은 보호주의적이고 차별적인 중국의 길로 간다”

맞대응 소리 높아지고 있는 EU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왼쪽)과 EU 순환의장국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산업장관(오른쪽). 2022.11.25. 연합뉴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왼쪽)과 EU 순환의장국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산업장관(오른쪽). 2022.11.25. 연합뉴스

 미국의 정치정책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2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개월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을 분열시키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유럽, 미국이 전쟁으로 이익 챙긴다며 비난”(Europe accuses US of profiting from war)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명암이 갈리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알력과 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보고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대서양 양안의 서방세계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EU의 갈등은 늘 있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좀 더 커졌지만,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바이든 정부가 얼마전에 발표한 인플레 감축법(IRA)이다. 우리 사회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킨 IRA를 서유럽은 훨씬 더 심각하게 보고 반발도 거센 모양이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유럽의 최대 급소인 에너지를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국산 에너지를 자국내 거래가격의 몇 배나 되는 고가에 유럽에 팔아먹고 있고, 무기장사로도 한몫 챙기고 있는데에 대한 원망이 적지 않았는데, IRA 제정 이후에는 유럽의 산업기반과 투자까지 다 미국으로 앗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이 아직도 우리 동맹이 맞나?”라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유럽쪽 기고자 니콜라스 비노쿠르Nicholas Vinocur가 이 기사 후속으로 쓴 논평기사를 25일에 내보냈는데, 미국 바이든 정부에 대해 훨씬 더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예컨대 25일 기사는 유럽(EU)에게 트럼프는 아이들을 놀래킬 때 들먹이는 부기맨 같은 존재였다면 바이든 역시 트럼프와 본질에서 다를 바 없지만 트럼프보다 훨씬 더 대하기 까다로운, 트럼프보다 센 한 수 위의 상대라고 본다. 이 기사는 바이든이 집권 초기부터 유럽 특히 동유럽과 나토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크러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주도해 왔지만, 그럴 때조차 바이든의 주관심사는 한결같이 중국과의 ‘결투’였다고 했다.

어쨌든 IRA를 바라보는 시각은 유럽과 한국이 같기도 하지만 상당히 다르기도 하다. 유럽이 IRA를 어떻게 보는지, <폴리티코>의 24일 기사를 통해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 전문을 번역해 싣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유럽, 미국이 전쟁으로 이익 챙긴다며 비난

EU 관리들, 미국의 LNG 가격 급등, 무기 판매와 거래가 푸틴의 전쟁이 서방의 결속을 깨뜨리게 만들 수 있다며 바이든 공격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개월만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서방을 갈라 놓기 시작했다.

유럽 고위관리들은 바이든 정부에 격분하면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 미국인들은 많은 돈을 챙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냉정하게 본다면, 이번 전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왜냐면 그들은 더 많은 가스를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있고, 더 많은 무기들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 고위관리는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제정에 따른) 보조금이 유럽 산업을 파산의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는 분노의 소리가 커지면서, 관리들과 외교관들 그리고 장관들의 지지를 받는 논평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크렘린(러시아)은 서방 동맹국들의 이런 분위기 악화를 반길 것이다.

EU의 한 고위관리는 “우리는 정말로 역사적인 시점에 서 있다”면서, 미국의 보조금과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2중의 무역 타격으로 (유럽의) 여론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대서양동맹에 등을 돌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많은 EU 회원국들의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U의 또 다른 고위관리 주제프 보렐(외교안보 담당)은 워싱턴에 대해 유럽의 우려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인들-우리 친구들-은 우리에게 경제적 충격을 가하는 결정들을 내렸다”고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미국은 유럽의 불평을 외면했다. “유럽에서 가스 가격이 오른 것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유럽에 대해 에너지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라고 바이든 정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말했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급격하게 늘었으며, (그 덕분에) 유럽은 (수입처를) 러시아에서 다양화할 수 있었다”고 NSC 대변인은 말했다.

최근 몇 주간 최대의 긴장 요소가 된 것은 바이든 정부의 탈탄소(green)와 과세 보조금이었는데, 유럽연합은 이것이 유럽연합의 무역을 부당하게 위축시키고 유럽의 산업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공식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지금까지 전혀 물러설 조짐이 없다. 

그리스에서 물가상승에 항의해 24시간 총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 로이터 연합뉴스
그리스에서 물가상승에 항의해 24시간 총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 로이터 연합뉴스

 그와 동시에 푸틴(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혼란 때문에 유럽 경제가, 인플레의 고공행진과 올 겨울 공급 중단과 배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파괴적인 에너지 공급의 급감 속에 불황을 맞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면서, 대신 미국산 가스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지불하는 가스(LNG) 가격은 미국 내에서 거래되는 동일한 가스 가격의 거의 4배나 되는 높은 가격이다. 게다가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들을 지원하면서 유럽 군대에 무기가 부족해져 미국제 군사장비들에 대한 주문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브뤼셀과 다른 EU 회원국들 정부 수반들이 보기에는 너무 지나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비싼 LNG 가격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했고, 독일 경제 장관은 워싱턴에게 더 많은 “연대”를 보여 주고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또 유럽연합의 다른 나라 장관들과 외교관들은 미국의 국내 경제정책들이 유럽의 동맹국들에게 가하는 충격효과를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바이든 정부의 행태에 좌절감을 토로했다.

EU의 지도자들이 지난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에게 비싼 미국제 LNG가격을 문제삼았을 때, 이 미국 대통령은 그 문제 자체를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고 앞서 인용한 고위 관리가 말했다. EU의 다른 관리들과 외교관들도 그에 따른 유럽의 현실에 대한 미국의 무지는 심각한 문제라는데 동의했다.

“유럽인들은 (미국쪽의) 사전 정보와 상의 없는 태도에 분명히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싱크탱크 브뤼겔의 데이비드 클라이만은 말했다.

대서양 양안(유럽과 미국)의 관리들은 앞으로 서방 동맹 사이에 점차 분위기가 악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다툼(알력)이 바로 푸틴이 바라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EU와 미국 외교관들은 동의한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 감축법(IRA)-대규모 세금, 기후 및 보건의료 패키지-을 둘러싼 점증하는 분쟁은 정치적 어젠다에서 또 다시 대서양 양안간 무역전쟁에 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EU 회원국 무역장관들은 금요일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관리로서 유럽의 산업을 파산의 위기에서 구할 비상 전쟁시 지원 보조금 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인플레 감축법은 정말 걱정스럽다”고 네덜란드 무역장관 리셰 슈라이네마허는 말했다. “유럽 경제에 끼칠 잠재적인 충격효과가 매우 크다.”

“미국은 자국 내 어젠다를 따르겠지만, 그것은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는 보호주의적이고 차별적인 것이다”라고 에콰도르 의회에서 대서양 양안관계에 관해 선도적 식견을 지닌 토니노 피쿨라는 말했다.

유럽 구매자들에게 설정된 LNG 가격은 민간 시장의 결정을 반영하는 것이지, 미국정부의 정책이나 조치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고 미국의 한 관리는 강조했다. “미국 회사들은 유럽에 대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천연가스 공급자 역할을 해 왔다”고 그 관리는 말했다. 수출 총량도 핵심 시설 가동을 중단시킨 지난 6월의 사고 때문에 제한돼 온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수출과 수입 가격의 차액은 미국의 LNG 수출업자들 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EU 내의 가스(LNG) 전매회사들 손에 들어간다고 그 관리는 덧붙였다. 예컨대 미국 LNG 공급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가장 큰 유럽 회사는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다.

NSC 대변인은 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미국이 선도한 글로벌 LNG 공급량 증가는 유럽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이 이번 겨울 전에 비축량을 권장치 수준까지 올려 놓을 수 있게 도와 주었고,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EU와 그 회원국들, 기타 다른 유럽 국가들이 겨울과 그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주장은 아니지만, 유럽인들에게 별로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이 자국산 가스를 우리에게 팔 때 대서양을 건너오면 그 가격이 4배가 된다”고 EU 역내시장담당 집행위원 티에리 브르통이 수요일 프랑스 TV방송에서 말했다. “물론 미국인들은 우리 동맹이다… 하지만 뭔가 잘못될 때는 동맹국들 사이에 그것에 대해 얘기할 필요도 있다.”

값이 더 싼 에너지는 미국 회사들에게도 금방 경쟁에서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거나 그들의 기존 사업들을 유럽에서 미국 공장으로 옮기고 있다. 바로 이번 주에 다국적 화학업체 솔베이는 새 투자처로 유럽이 아닌 미국을 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잇따랐던 유럽 주요 대기업들의 비슷한 일련의 발표들 가운데 최신 발표다. 

북미 오토쇼 행사장서 연설하는 바이든 美 대통령. AP 연합뉴스
북미 오토쇼 행사장서 연설하는 바이든 美 대통령. AP 연합뉴스

동맹이냐 아니냐?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이 IRA로 녹색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3690억달러규모의 산업 보조금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브뤼셀(EU)이 완전 공황상태에 빠지진 않았다.

“IRA가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고 EU의 한 외교관은 말했다. “미국이 여전히 우리의 동맹국인 게 맞나?”

바이든에게 IRA 제정은 역사적인 기후변동 대응 성과다. “우리는 일부 무역 파트너들이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조항이 그들의 생산자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운용이 될지 우려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이해를 위해 계속 그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라고 NSC 대변인은 말했다.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IRA는 청정 에너지 투자를 위한 파이를 키우는 것이지 나누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EU는 그것을 다르게 본다. 프랑스 외무부의 한 관리는 진단은 명확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거기에는 “경쟁을 왜곡시킬 차별적인 보조금들”이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이번 주에 심지어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고립주의의 길로 들어섰다고 비난하고, 브뤼셀(EU)에게 그런 접근법을 복제하자고 촉구했다. “유럽이 최후의 모히칸족이 돼선 안된다.”고 그는 말했다.

EU는 유럽의 산업이 미국의 경쟁자들에 의해 전멸당하는 걸 막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과 같은 대응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 관계 속의 통상문제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신뢰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유럽의회의 독일인 의원 라인하르트 뷔티코퍼는 말했다.

“어느 순간, 당신은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유럽의회 프랑스 의원 마리 피에르 베드렌은 말했다. “우리는 권력투쟁의 세계에 살고 있다. 팔씨름을 할 때, 당신이 근육질이 아니라면, 당신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당신은 진다.”

그 이면에는 돈이 미국 방산부문에 흘러들어가고 있는 데에 대한 짜증이 커지고 있는 점도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의 군사원조 제공국으로, 전쟁 발발 이후 152억달러어치의 무기와 장비를 공급했다. 보렐에 따르면, EU도 지금까지 약 80억유로어치의 군사장비들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유럽 어느 나라 수도에서 온 한 고위관리에 따르면, 일부 정교한 무기들은 공급망과 칩 생산 문제 때문에 재고를 보충하는데 “몇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미국 방산산업이 전쟁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부채질해 왔다.

펜터건(미국 국방부)은, 무기와 장비에 대한 더 큰 수요 증대에 맞출 것을 요구하는 동맹국들의 압박에 따라 무기 판매 속도를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이미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EU의 한 외교관은 “그들이 무기로 번 돈”은, “가스(LNG)로 이 모든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좀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인들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외교관은 LNG 가격을 인하하면 우리가 “공론의 결속을 유지”하고 제3국과 LNG 공급 협상을 벌이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상 당신의 최고 동맹이 실은 당신의 곤경 덕에 거금을 벌었다는 인상을 주는 건 좋지 않다.”고 그 외교관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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