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우크라 방문과 캠프 데이비드 회동 후 강경 선회
러 외교부 "한국 비우호 정책, 이웃 관계 악화시켜"
"북한 위협 구실로 한 대결적 성격" 한미일 합의 비판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 제재뿐 아니라 군사 지원 제공을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 범죄적인 키예프 정권(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 윤석열 정부의 지원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국가들에 대한 서울(한국)의 비우호적 정책이 한국과 이웃들 사이의 양자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이 '한·미·일 안보협력체' 창설을 공식화한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공식 견해를 스푸트니크 통신에 밝히면서 한국을 특별히 지목해 주변국 정책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 때보다 더 강경한 쪽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한국, 우크라 추가 지원 묵과 안 해"
당시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 언론발표 자리에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확실히 했다.
정전 상태의 분단국으로서 교전 당사자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는 역대 정부의 기조를 깨고 전시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아간 것도 모자라 마치 전쟁에 가담이라도 하겠다는 듯한 무모한 발언을 던진 것이다.
또한 '공동언론발표문'에는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평화 공식'(Peace Formula)에 공감했다는 내용이 있다. 젤렌스키의 평화 공식에는 러시아군의 전면 철수와 1991년 독립 당시의 영토 복원, 전쟁범죄 처벌이 담겨 있다. 전쟁범죄 처벌 대상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포함된다. 러시아로선 묵과하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당시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사흘 후인 <시민언론 민들레>의 요청에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입장에 그 어떤 새로운 점을 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정권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을 주목한다"라고 논평했을 뿐, 러시아 본국 외교부에선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지뢰 탐지기를 비롯해 올해 군사 지원 수준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살상무기가 아니면 문제로 삼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
윤 우크라 방문, 캠프 데이비드 회동 후 강경 선회
한 달여 전 이런 상황과 비교해보면 한국에 대한 러시아 입장이 훨씬 강경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겉으론 그냥 넘어가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속으론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전 70주년에 맞춰 푸틴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끄는 군사대표단을 북한에 보내 ’전승절'을 축하토록 한 것은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
1990년 한·소 수교 이후 남한에 뒀던 한반도 정책의 무게중심을 북한으로 옮기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하다. (김진호, 러시아 "한국 대통령 우크라 방문에 깊은 주의 기울였다") 북·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 급격히 밀접해졌다. 러시아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라 2020년 10월 중단했던 대북 정제유 선적을 지난해 12월 재개했다. 지난 6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금까지 6만 7000배럴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올해 푸틴에게 두 차례 축전을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전했다.
또 하나의 계기는 캠프 데이비드 회동이다. 이 회동 결과에 대한 러시아의 스탠스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비판적이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합의해 내놓은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러시아에 대한 강한 비판과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담았다. 3국 정상은 "지금은 진정한 파트너끼리 일체화와 조율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러 "북한 위협 등을 구실로 한 대결적 성격의 합의"
세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 질서의 기초를 뒤흔든, 정당한 이유 없는 야만적인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라고 비난하고 우크라이나 지지 결의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강력하고 조율된 대러 제재,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축소를 다짐했다.
성명은 "우리는 이 재앙적 침략 전쟁의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은 영토의 완전성과 주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란 원칙을 지키려는 국제공동체의 변함 없는 의지여야만 한다고 믿는다"며 "어디서든 이런 기초 원칙들을 거부하면 우리 지역에 대한 위협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주시했다는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미·일 안보협력체’로 상징되는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을 포함한 글로벌 도전과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구실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긴장 고조를 겨냥한 대결적 성격의 합의"라고 비난했다.
그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앵글로색슨 동맹),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와 같은 미국의 '편협한 블록’에 버금가는 격상된 '삼각동맹’이 천명한 목표와 목적을 보고 판단하면, 이 세 나라의 군사·정치적 소통은 대러, 대중 봉쇄를 포함해 미국 패권의 핵심 원칙을 고취하고 악명 높은 '규칙 기반 질서'에 복종하도록 주권국에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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