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외발자전거는 없다

조경식 호서대 교수
조경식 호서대 교수

‘부동산은 상승한다’는 강한 믿음이 우리를 붙잡고 있다. 부동산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부를 안겨주었다. 부동산은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토지의 희소성까지 더해져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런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부동산에 집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문가를 가진 경제 영역이 부동산이다.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도 “우리 모두 경제의 한 분야만큼은 전문가를 자처한다. 바로 주택 시장이다”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기준 개업 중인 공인 중개사 수만 11만 9006명이다. 유튜브에도 전문가들이 넘친다.

금융과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주택시장의 매력

금융은 이런 희망에 디딤돌 역할을 했다. 장기주택자금 대출은 꿈을 일찍 이룰 수 있도록 했다. 미래의 소득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장기주택자금 대출 채권의 유동화는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은행에게 주택담보 대출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채무자는 도망가도 주택과 땅은 도망가지 않는다. 은행은 돈을 빌려줄 때도 부동산 가치만 평가하면 되고 신용평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부동산이 오르기만 하면 갚을 능력은 부차적이다. 손실이 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너도나도 부동산에 뛰어든다. 금융이 버블을 만들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한때 활발했던 ‘닌자론’(NINJA loan, no income, no job, and no assets)은 수입도 없고, 직업도 없고, 자산도 없는 사람에게도 주택가격 전부를 대출해 주는 제도다. 개인의 부동산 매입 열기와 금융의 탐욕은 2008년 전 세계 금융 위기를 불러왔다. 최근 정부의 상환 능력과 미래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50년 장기주택자금 대출도 닌자론과 다르지 않다.

부동산에서 주택은 특별한 자산이다. 인간의 필수재이고, 쉽게 사고팔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희소성으로, 때로는 과다한 공급으로 가격의 부침을 겪는다. 부동산의 가치에 맞는 적절한 가격은 그 시대의 경제 환경이나 인구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하여 형성된다. 미국의 칼 케이스와 로버트 쉴러는 세계 3대 신용 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하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를 만들고 주택가격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은 소비자 물가지수의 상승과 비슷했다. 그런 면에서 주택은 주식이나 채권에 비하여 좋은 투자만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의 상품별 생산유발계수를 보면 건설이 가장 높다. 특히 주택 건설은 단기간 내 높은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 계속 주택가격이 오르면 신용 확대도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8억 원이었던 주택가격이 10억 원이 되면 2억 원의 담보가치 상승으로 추가 신용이 가능하다. 신용 팽창과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 효과도 발생한다. 정부의 세수도 늘어난다. 정부로서는 포기하기 쉽지 않다.

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외발자전거는 없다

그러나 주택 건설은 외발자전거와 비슷하다. 공사가 완성되면 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속 건설해야 하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야 한다. 그래야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외발자전거의 바퀴 크기가 더 커진다. 정부는 커 버린 외발자전거의 달콤함과 함께 무너졌을 때의 충격과 그 여파의 두려움 때문에 멈추질 못한다. 하지만 계속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다. 금융이 쉬워지면 자산 버블이 발생한다. 투자에 대한 탐욕도 일어난다. 주택 버블은 금융과 언론, 건설업자들, 여기에 투기꾼과 소위 전문가라는 바람잡이들이 자연스럽게 합작하면서 시작한다.

일단 형성된 주택 버블이 터질 기미라도 보일라치면, 투기꾼, 금융업자, 건설업자, 언론 그리고 이에 대한 압력을 받은 정치인들이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떠든다. 가격이 올라갈 때는 똘똘한 한 채니 미국의 중심 지역 가격보다 낮다느니, 그동안 안 올랐다느니 온갖 타당성을 갖다 대더니 가격이 떨어질 때는 “경착륙하면 큰일 난다”라면서, 제도 완화를 요구하고 투기꾼과 합작꾼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을 번다. 오를 때는 시장의 논리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내릴 때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다. 모래(부채) 위에 지은 성이 연착륙할 수 있겠는가? 금리 상승 등 경제 요건이 조금만 변하면 무너져 내린다.

건설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커질수록 붕괴했을 때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 지금이라도 외발자전거의 바퀴 크기만 키우는 정책을 멈추고, 그 충격을 빨리 흡수하고 경제가 도약할 수 있도록 산업과 금융,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주택에 대한 기본 개념을 정립하고, 양질의 장기 임대주택 확대 등 새로운 주택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가계 부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정책도 고무줄처럼 운용하면 안 된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의 95%가 청약 시장에서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재건축 아파트는 44개 단지, 총 1만1천46가구가 일반 공급됐다. 이 중 42개 단지는 청약에서 1순위 마감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모습. 2023.8.17. 연합뉴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의 95%가 청약 시장에서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재건축 아파트는 44개 단지, 총 1만1천46가구가 일반 공급됐다. 이 중 42개 단지는 청약에서 1순위 마감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모습. 2023.8.17. 연합뉴스

젊은 세대 부 빼앗는 높은 주택가격

주택은 하나의 자산이지만, 주거는 필수재이고 국가는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우리의 일을 시장의 힘에 맡기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그 힘들이 인류나 세계에 유익한 일을 하기보다는 시장에 유익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주택을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투기꾼들의 놀이판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부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한국은 그동안 주택 건설업에 대한 확장 정책 즉, 주택을 사라고만 했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버블만 키웠다.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50년 만기 주택자금 대출, 청약 요건 완화 등을 통해 빚으로 집을 사도록 유도한다.

또 한국에는 쉽게 집을 살 수 있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전세 제도다. 전세 제도는 집값이 오르리라는 가정 아래 만든 제도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주택 소유자는 집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이만큼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기회비용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10억 원에 주택을 사고서 6억 원에 전세를 주면 4억 원에 대한 투자 기회는 사라진다. 물론 집값이 오른다면 이것을 감안하고도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택 소유자는 여기에 보유세 등을 추가로 부담한다. 주택 가격이 시장에서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으면, 형성된 전세 가격(또는 월세)이 그 주택의 사용가치와 실질가치를 더 잘 반영하고 있다. 주택 가격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수인 PIR(Price Income Ratio)이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수도권의 PIR은 중위수 기준 10.1배, 서울은 14.1배로 조사됐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연소득 전부를 14년 이상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적정 PIR이 5배수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주택 버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더 큰 바보’에게 리스크 전가하려는 주택 정책

향후 투자 대상으로서 주택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100%를 넘어서 위험 수위다. 더 이상의 신용 확장이 어렵다. 인구 구조의 변화도 생각해야 한다. 인구통계학자 해리 덴트는 2018년부터 한국의 인구 구조와 소비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 여파로 부동산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팬데믹이 버블을 더 확대한 측면이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0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있으며, 2021년부터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020년 31.2%인 647만 7000가구)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2040년부터는 가구 수도 줄어들 추세다. 인구가 증가하는 고성장 개발 시대의 주택 가격 추이와 같을 수 없다.

자산시장에는 ‘더 큰 바보 이론’이 있다. 지나칠 정도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 아무도 사겠다고 나설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더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기꺼이 구입하겠다는 바보가 시장에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최근의 주택 정책은 더 큰 바보를 계속 양산하고 건설업자를 살리고, 은행의 배를 불리고, 투기꾼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면서 건설업과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한국 부동산 문제는 일본 부동산 버블 시대나 지금의 중국 부동산 시장보다 리스크가 작다고 볼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문제는 애초에 그 문제를 만든 사고 패턴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진로를 바꿀 필요가 있으며, 그러자면 먼저 기차부터 정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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