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채권자 명시적 반대…3자 변제 허용 안 돼"
정부 "항고하겠다"…국민 혈세로 호화 변호인단 꾸려
대법원서 원심 확정시 일본 전범 기업 자산 '현금화'
광주‧수원 등 다른 재판부 심리에 상당한 영향 줄 듯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의 의사를 묵살한 채 '제3자 변제'를 통해 징용 배상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던 윤석열 정부의 집요한 시도에 법원이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주지방법원 민사12단독 강동극 판사는 15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법원 공탁관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사건의 신청인은 재단이고 채무자는 일본 피고 기업, 채권자는 고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 2명이다.
현재 같은 성격의 이의신청 수용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심리가 전주지법과 광주지법, 수원지법, 수원지법 평택지원과 안산지원 등에서 진행 중이다. 이날 강 판사의 기각 결정은 그 첫 사례인 만큼 앞으로 다른 이의신청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징용 공탁 이의신청 첫 기각…'막무가내' 윤석열에 제동
윤 정부는 3월 6일 일본 전범 기업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손해 배상 판결을 부정한 '제3자 변제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와 유족, 총 20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피고인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 11명은 수용했다.
그러나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생존 피해자 2명과 박해옥 할머니와 정창희 할아버지 등 사망한 피해자 유족 7명은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 등을 요구하며 수용을 거부했다.
이에 윤 정부는 이들의 손해 배상 위자료 채권을 소멸시키려고 지난달 3일 기습적으로 판결금의 법원 공탁을 시도했으나 모두 법원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이 나자 다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한 것이다. 전주지법은 이마저도 물리친 것으로 윤 대통령은 타격을 입게 됐다.
전주지법 "채권자 명시적 반대…3자 변제 허용 안 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 사건은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제3자 변제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공탁서를 보면 채권자가 제3자 변제에 관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를 보면 '채무 변제와 관련해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제 3자가 변제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돼 있다.
또한 재판부는 "재단은 이 사건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으니, 재단과 박 할머니 유족 사이에 의견이 충돌할 경우 피해자 측 의사를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데도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몰각(완전히 없앰)시킬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채무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라며 "채무자에게 제재를 부과함과 동시에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현저히 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항고하겠다"…국민 혈세로 호화 변호인단 꾸려
전주지법의 이의신청 기각에도 윤 정부는 끝까지 법정 싸움을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강제징용 해법 취지에 따라 피해자의 원활한 피해 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항고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계속 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얘기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에 따르면, 윤 정부는 관련 소송에 대비해 대법관 출신 민영일 변호사,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 등 8명의 호화 변호인단까지 꾸렸다고 한다.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자 국민 혈세로 우리 사법부와 싸우겠다는 게 대한민국을 책임진 윤 정부의 '진면목'이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공탁 '불수리 결정'에 손을 들어준다면 판결금 수령을 거부한 피해자와 유족들은 배상금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 절차를 속행해 압류 상태인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통해 강제로 변제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3자 변제 안'은 파탄 나고 폭주하는 한‧일 밀착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한편 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놓인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피해자 4분에게 힘을 보태고자 모금된 시민 성금 5억4000만 원(8월 13일 현재) 중 4억 원은 14일 1차로 각 1억 원이 전달됐다. 광주에서 열린 성금 전달식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주관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