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변제' 거부 징용피해자 4인에 성금 1억씩
이춘식 할아버지 건강 악화로 전달식에 불참
정부, 법원 공탁 불수리에 이의신청…재판부 심리중
"날개가 있으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14일 시민 모금을 통해 마련된 성금 1억 원을 받고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양 할머니는 "시민의 힘으로 나라를 위해 모금하는 것이 거룩하다. 끝까지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도록 분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양 할머니는 이춘식 할아버지와 함께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일본 전범 기업들에 면죄부를 준 이른바 윤석열 정부의 '3자 변제 안'을 거부한 생존피해자다. 세상을 떠난 정창희 할아버지와 박해옥 할머니의 유족 7명도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 등을 요구하며 수용을 거부해왔다.
윤 정부는 3월 6일 일본 전범 기업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손해 배상 판결을 부정한 '제3자 변제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와 유족, 총 20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피고인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 11명은 수용했다.
양 할머니와 이 할아버지 등은 판결금(위자료) 수령 거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양 할머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굶어 죽어도 일본의 사죄 없이는 윤석열 정부가 주는 그런 돈은 안 받겠다"거나 "사죄 한마디 듣고 싶은 것이 소원이다"라고 윤 정부의 친일 행보를 질타했다.
법원 공탁 불수리에 이의 신청…재판부 심리중
집요한 '회유와 압박'도 소용이 없자 끝내 윤 정부는 지난달 3일 기습적으로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들의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징용 배상 판결금 공탁 시도는 법원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윤 정부는 법원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이들 피해자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제기해 현재 해당 재판부들이 심리 중이다. 여기서도 기각되면 항고와 재항고를 통해서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게 윤 정부의 생각이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에 따르면, 윤 정부는 관련 소송에 대비해 대법관 출신 민영일 변호사,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 등 8명의 호화 변호인단까지 꾸렸다고 한다.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자 국민 혈세로 우리 사법부와 싸우겠다는 얘기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을 비롯해 모두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춘식 할아버지 건강 악화로 전달식에 불참
시민 모금은 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처한 이들 피해자 4명에게 힘을 보탠다는 취지에서 지난달 3일부터 공식으로 개시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금액은 한 달 만에 4억 원을 돌파했고, 13일 기준 7천834명이 십시일반으로 모금에 참여해 약 5억4000만 원이 모였다.
이 가운데는 "역사정의시민모금이 꼭 성공해서 한 맺힌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렸으면 좋겠다"면서 1000만 원을 쾌척한 익명의 여성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4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을 갖고 이들 피해자 네 분에게 1차로 각각 1억 원의 시민 모금을 전달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전달식에 이춘식 할아버지는 건강 악화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춘식 할아버지를 대신해 참석한 딸 이고은 씨는 "아버지께서는 본인의 몫을 다하는 날까지 국민과 함께하신다고 말씀했다"며 "국민의 성원을 잊지 않고 아버지 뜻을 기려 이 싸움에서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달식에는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도 참석해 일본인들이 모은 성금 8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