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부탁…올해 수능 치는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자"

“대학 입시요강 변경 3년 전에 예고하라던 사람들이…"

윤석열이 전문가?…이명박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시즌2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뎅 작
오뎅 작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방안과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한 발언 요지다. 윤 대통령의 깜짝 발언으로 고3 교실과 입시 학원이 발칵 뒤집혔다.

막바로 교육부가 나서 메치기를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인 지난 16일 수능 시험을 총괄하는 이 모 교육부 인재정책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교육부는 같은날 총리실과 합동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감사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교과과정 밖에서 출제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등에 대한 감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19일 ‘총리실 고위 관계자’의 전언으로 “윤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강조해 온 공정수능 지시사항을 교육부가 이행하지 않은 의혹을 신속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복무 감찰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감찰 대상으론 지난 16일 대기발령이 난 교육부 전 대입담당 국장 A씨를 비롯해 대입 및 수능 출제 관련 라인 인사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감사 계획이 발표되자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19일 “오랜 시간 수능 준비로 힘들어하고 계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문을 내고 전격 사임했다. 모의평가에 책임을 지고 평가원장이 사퇴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원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였다. 평가원장은 차관급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론쪽)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론쪽)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같은날 정부와 여당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수능 출제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주호 장관은 “수능의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원인”이라며 “이를 출제에서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정이 전광석화처럼 나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한 셈이다.

게다가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윤 대통령은 조국 일가 대입 사건을 수사하는 등 대입 제도에 있어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발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폭발했다.

 

이준석 페이스북(왼쪽), 오뎅 풍자화 
이준석 페이스북(왼쪽), 오뎅 풍자화 

현장의 입시전문가들은 언론 인터뷰와 SNS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철학’을 비판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이규민 평가원장의 ‘자의반 타의반’ 사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술 취한 동네 할아버지도 하지 않을 뻘소리를 대통령이 하면, 옆에서 누군가 지적을 해줘야지, 뻘소리를 현실화하려고 정말 노력들을 많이 하십니다. 경질을 하고, 사임을 하고, 감사를 하고, 뭔 짓을 해도 좋습니다. 정말 국어과목을 암기과목으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사교육을 때려잡아도 좋습니다. 제발 부탁인데, 올해 수능 치는 아이들은 건드리지 맙시다. 대학도 요강 바뀌면 3년 전에 예고하라고 한 사람들이 당신들 아닙니까? 그럼 최소한 아이들이 대비할 시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나쁜 애만도 못한 어른들아.” (김호창 업스터디 대표)

 

“대선 후보 시절 예능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교육 철학을 설파한 우리 '입시전문가' 대통령의 진정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과거부터 존재하고 있는 과학고 등을 지금 없는 것처럼 새로 만든다고 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다 교육 비전문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장용호 위캔교육연구소장)

“킬러 문항은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문제인데, 변별을 요하는 시험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안도 너무 추상적이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출제기법을 고도화하겠다는 건 문제를 꼬아 내겠다는 것인데 결국 학생들은 이런 문항도 킬러 문항으로 여길 것이다. (이규민 평가원장의 사임에 대해) 정부의 발언이 평가원에는 압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렇게 가면 누가 출제위원으로 가겠냐는 말이 나온다. 결국 수험생들에게 죄송하다는 건데, 이런 시기에 수능을 총괄하는 평가원장이 바뀌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적어도 이런 발표는 학기 초나 수능이 끝난 직후에 해야 했다. 수험생들은 당장 공부해온 패턴을 바꿔야 하는 등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사교육 과열 문제의 원인이 킬러 문항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서열화된 대학입시 속에서 치러지는 상대평가라는 선발구도가 근본 문제이고, 킬러 문항은 증상일 뿐인데 증상을 없앤다고 근본 원인이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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