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약속한 '전략핵잠함'이 아닌, 미시건함 부산에
'전략자산'도 아닌, 전투용 잠수함에, 과도한 의미 부여
전대미문의 SSBN 한반도 방문은 여전히 "조만간 예정 "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에서 전략핵잠함(SSBN)의 방문을 포함, 미국 전략자산의 정기적인 한반도 가시를 다짐한 건 지난 4월 26일이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두 달이 가까워지도록 구현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미국 오하이오급 핵순항유도탄잠수함(SSGN-727) 미시건함이 16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김명수 해군 작전사령관(중장)은 "미국 SSGN의 방한은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제고한다는 합의사항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한·미 동맹의 압도적인 능력과 태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사령관의 강조와 달리 SSGN의 한반도 방문은 핵무기의 한반도 '방문'을 다짐한 워싱턴 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다. 또 SSGN은 '전략자산'에도 포함되지도 않는다. 정확한 전달이 아닌 것이다.
위치 자체가 특급 비밀인 SSBN과 달리 SSGN과 SSN은 상대적으로 자주 모습을 공개한다. 미시건함은 한반도 정세가 험악해진 2017년 4월 25일에도 부산항에 입항했었다. 올해 3월에는 핵추진잠함(SSN) 스프링필드호가 역시 해군 부산작전기지를 공개적으로 방문했다. 국방부가 2018년 발표한 '전략자산'의 정의는 우선 핵무기 투발 수단을 보유한 무기이어야 하고, 두 번째 핵무기 투발 수단이 없더라도 한반도 군사 균형에 의미 있는 증강이 되는 무기여야 한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무기는 항공모함뿐이다.
전략자산의 방문·전개는 정부가 강조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강화된 확장억제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 핵전략의 3축은 육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중의 전략전폭기, 수중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SLBM을 적재한 SSBN은 이 중 가장 은밀하면서도,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핵심 억제력이다. 인류는 생성형 인공지능(AI)를 거론하지만 아직 잠수함을 탐지할 기술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1년부터 오하이오급 SSBN 18척을 취역시켰지만, 이중 4척을 공격용 핵잠수함인 SSGN으로 개조했다. 1994년 핵태세보고서(NPR)에서 전략적으로 14척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시건함은 1982년 SSBN으로 취역했지만 2007년 SSGN으로 개조됐다. 탑재한 무기를 바꾸는 게 개조의 핵심이었다. 기존 트라이던트II SLBM 20발 대신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로 교체했다. 사거리 2500㎞의 중거리 초음속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는 당초 핵탄두 또는 재래식 탄두를 장착할 수 있었지만 2014년 핵탄두 적재를 점차 폐지키로 했다. 전략적인 목적의 핵 억제력에서 공격용 잠함으로 기능을 바꾼 것이다.
반면에 SSBN은 핵무기를 적재한 상태로 기동한다. 트라이던트II 20 발 당 12개의 핵탄두를 장착, 240개의 핵탄두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SSGN이 미 해군 소속이지만, SSBN이 핵전력을 통합, 관리하는 미 전략사령부 소속인 까닭이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를 워싱턴 선언에 나오는 전략핵무기인 양 방문 의미를 강조했지만, 차원이 다른 무기다.
오하이오급 SSBN은 취역 22년 동안 괌을 비롯한 미군기지가 아닌, 동맹국 기지를 방문한 적이 없다. 사거리 1만 1300㎞인 트라이던트II는 전 세계 어디에 있건 적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트라이던트II를 적재한 SSBN이 대한민국을 방문하고 또 방문 사실을 공개한다면, 이는 1991년 조지 H. 부시 행정부의 결정으로 대한민국에서 전술핵무기가 사라진 뒤 처음으로 핵무기가 다시 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적, 지정학적으로 전대미문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이 보유 중인 SSBN 14척 중 유일하게 올해 들어 위치를 여러 차례 공개한 것은 메인함이다. 워싱턴 선언 대로 SSBN이 온다면 메인함일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은 한반도에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visibility)을 한층 제고할 것이며, 이는 미 핵탄도미사일잠수함의 조만간 방문으로 입증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구만 놓고 보면 SSBN이 방문하더라도 그 즉시 공개하는 대신, 출항한 뒤 방문했던 사실을 뒤늦게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시민언론 민들레>의 질의에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만큼 SSBN이 조만간 한국에 온다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도 "방문 시기는 미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을 탑재한 잠수함은 은밀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의미가 부각될 수 있는 시기와 상황에 방문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데 협의를 강화했다는 정부의 주장이 기실, 미국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임을 시사한다.
SSGN 미시건함은 동해를 작전지역으로 하는 칼 빈슨 항공모함 전대에 소속돼 활동해왔다. SSBN 메인 함은 독자적으로 기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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