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위원성·쉬옌 전철타다 체포
토크쇼 시진핑 말 흉내냈다고 거액벌금
법학자·인권활동가 쉬즈융·딩자시 장기징역
스모그 반대 환경운동하다 체포 구금 고문
<변호인><1987> 당시 떠올리게 하는 중국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중국을 꿈꾼다. 아름답고 자유롭고 공정하고 행복한 중국의 꿈을.
그것은 민주적인 중국이다. 특정한 일족이나 당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 진실로 인민을 위한 국가다. 민주적인 중국을 실현하는 책임은 우리 세대에게 지워진 과제이며 다음 세대에게 미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법치가 널리 퍼진 중국이다. 인민이 뽑은 정부가 인민을 위해 법을 집행하고, 어떤 개인이나 조직도 법 위에 서지 않으며, 어떤 약자도 법의 보호에서 배제당하지 않는다. 법은 전제(독재)의 도구가 아니라 공평과 정의를 재는 잣대가 된다.
그것은 자유로운 중국이다. 나는 권력이 횡행하고 인간다움이 왜곡되는 사회를 증오한다. 소수의 관료들이 13억인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말하며, 어떤 뉴스와 영화를 봐야 하는지를 정하고 있다. 수백만 감시의 눈이 인민의 소리를 압살하고 있다. 수억대의 카메라와 빅데이터를 통한 감시 네트워크가 사람들을 발가벗겨 권력 앞에 세우고 있다.…(〈아사히신문〉 2023년 4월 10일. 나머지 뒷부분은 아래에 덧붙임)
법학자요 인권활동가 쉬즈융·딩자시 장기징역형
이는 중국의 법학자요 인권활동가 쉬즈융(許志永. 50) 씨가 지난 4월 10일 국가정권전복죄로 징역 14년형을 받고, 같은 죄목으로 12년 징역형을 받은 딩자시(丁家喜. 56) 변호사와 함께 구금당하기 전에 후원자에게 맡겨 놓은 성명서의 일부(앞 부분)다.
쉬즈융과 딩자시는 중국이 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법치와 민주 등의 가치를 근거로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나은 생활과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공민(公民)이 돼라”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이처럼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의 배후에 중국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서방의 영향이 있다며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
인권변호사 위원성과 부인 쉬옌 체포
5월 25일 <아사히>는 중국의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위원성(余文生. 55) 씨와 부인 쉬옌(許艶) 씨를 베이징시 공안국이 지난 4월 소동 도발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의 지지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4월 13일 베이징 시내 지하철을 타다가 당국에 연행된 뒤 구속됐다. 유럽연합(EU) 고위관리들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마련된 모임에 초청받아 베이징 시내 EU 대표부에 가려고 지하철을 타려던 중이었다.
자세한 혐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위원성은 과거에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써서 국가정권전복 선동죄로 징역 4년형을 받기도 했다.(<아사히신문> 5월 25일)
‘스모그 투사’로도 알려져 있는 위 변호사는 2014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기간 중에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스모그 없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사례 등을 들어 “정부가 스모그 해결을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지역 4억 6000만 명 주민들을 대신해 마스크 비용 65위안과 정신적 피해보상금 9999위안을 지급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 여러 차례 구금과 고문을 당했다. 2018년에도 99일 간의 불법구금과 고문을 당한 뒤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당했다.
토크쇼에서 시진핑 말 흉내냈다가 거액 벌금
5월 17일 베이징 시 문화관광국은 개그 콘서트와 같은 연예 토크쇼에서 출연자들이 시진핑 주석의 말 한 마디를 흉내냈다가 중국군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1335만 위안(약 26억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날 국영 <신화통신>은 5월 13일 베이징 시내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출연자들이 사전에 미리 제출한 신고내용과는 다른 말을 했다는 걸 문제삼은 당국이 “군을 심히 모욕하는 이야기로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었다”는 이유로 15일부터 조사에 들어간 뒤 17일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들에 따르면, 그 토크쇼 무대 출연자는 시진핑 씨가 군에서 훈시할 때 종종 언급하는 “규율을 바로잡아,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말을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SNS 상에서는 이 부분을 문제시하는 글들이 확산됐다.
<아사히>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대중공연을 할 때 사전에 해당 지역 문화 당국에 내용을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가 된 공연은 ‘나라의 명예와 이익을 손상시키고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저촉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시 문화관광국은 출연자와 소속 회사에 벌금 1335만 위안을 지불하라고 명하면서 공연 수입 132만 위안의 몰수 결정을 내리고, 베이징에서의 공연도 무기한 금지시켰다. 당국은 “수도(베이징)의 무대에서 군의 빛나는 이미지를 손상시킨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SNS에서는 “벌금이 너무 가볍다” “스파이 회사다”는 등 출연자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리는 한편으로, “그냥 오락인데 너무 심하다. 본보기 처벌이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광밍일보 논설 부주임 지낸 둥위위 스파이혐의 기소
지난 4월 25일에는 중국공산당계 신문인 <광밍(光明)일보>의 논설부 부주임을 지낸 둥위위(董郁玉. 61) 씨가 스파이 혐의로 중국 검찰당국으로부터 기소당했다. 둥위위는 지난해 2월 베이징에서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 관원과 점심 식사를 하던 중에 체포돼 구속된 뒤 조사를 받아 왔다. 중국에서는 요즘 외국 정부와 자국민 간의 접촉을 몹시 경계하면서 단속을 강화하는 중국 보안 당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둥위위는 지난해 2월 21일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국가안전국에 구속된 뒤 6개월 간 연금상태로 조사받는 ‘거주 감시’ 처분을 거쳐 구금된 지 거의 10개월이 지난 뒤 기소된 것이다. 둥 씨는 변호사 접견은 했으나 가족과의 면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개혁파 논객으로 알려진 둥 씨는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국 매체에 기고한 적도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저널리스트나 연구자, 외교관과 깊은 친교가 있고, 하버드대 특별연구원과 일본 게이오대와 홋카이도대 객원교수로 초청받기도 했다
둥 씨는 이번 취조 과정에서 2010년대 전반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행동을 자세히 기술하도록 요구받았으며, 취조관은 일본대사관 쪽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아사히>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둥 씨의 혐의에 대해 당국이 제시한 증거에는 스파이 조직과의 접촉이나 금전 수수 등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당국은 일본대사관 등을 스파이 조직처럼 취급하고 있다”면서, 둥 씨도 “외국인과의 접촉은 정상적인 업무의 일부로, 의심스러울 게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관은 아사히의 취재에 “일의 성질상 답변은 삼가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재외공관이 이른바 스파이 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부대변인은 4월 25일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둥 씨의 기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대답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2월에 둥 씨를 구속할 때 함께 식사를 했던 일본대사관원도 잠시 구속했다. 일본정부는 “통상적인 외교활동”이었다며 외교관의 지위 등을 규정한 빈협약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중국 쪽에 항의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하에서 반스파이법을 시행하는 등 ‘국가안전’ 명목으로 외국인 및 외국과 접촉하는 중국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스파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는 반스파이법 개정 작업도 막바지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지난 3월에는 일본 대형 제약회사 아스테라스 제약 중국 현지법인의 일본인 간부가 반스파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한국 방불
쉬즈융과 딩자시가 구속되기 전 후원자에게 미리 넘겨 준 성명서를 순서대로 덧붙인다. 쉬즈융의 성명은 이 글 맨 앞부분에 인용한 부분에 이어지는 내용을 덧붙이며, 딩자시의 성명은 전문을 인용한다.
이들의 성명서는 1970~80년대 한국 3공, 5공의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활동가들이나 그들을 지원하다 함께 고통을 당한 법률가, 지식인, 종교인들의 성명을 연상하게 한다. 당시의 한국 민주화운동이나 폭압정치에 대한 저항운동은, 영화 <변호인> <1987> 등 그런 운동의 역사를 담은 사실적인 영화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중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중국 당국이 사드 배치 이후 한국의 이른바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을 대폭 강화한 뒤 지금까지 이를 풀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들도 있다. 중국 당국이 한국, 일본을 포함한 서방의 이른바 ‘자유주의적 사조’의 유입을 위험시하면서 극도로 꺼리고 있는 정황은 시진핑 체제 이후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중국사회는 관영 매체를 통해 공표되는 사실들만으로는 제대로 그 실체를 알기 어렵다. 잘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속에서 온몸으로 분투하는 이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쉬즈융 성명의 나머지 부분
…나는 공평하고 정의가 보장되는 국가를 갈망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가 주어지고, 모든 사람이 권력에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의 재능과 인간성을 통해 각자 어울리는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세계에서는 종교나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는 미래를 향해 새로운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제 역할을 수행하고 새로운 문명을 키우는 것은 중화의 사명이다. 우리가 인류에 바쳐야 할 정신적인 양식은 유적에서 잠자는 고문서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가 귀를 기울이는 계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가 돼야 하는데, 그것은 전제(독재)가 끝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중국이 돼야 가능하다. 우리는 힘이 아니라 자신의 매력으로 세계를 끌어들여 우리의 사상과 문화를 세계에 전해야 한다.
진짜 자신만만한 대국은 영원히 역사의 아픔에 구애받음 없이 신진국과도 협력, 경쟁하면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세계질서를 쌓아가야 한다.
나는 이 아름다운 중국의 꿈을 얘기하면서 사람들에게 “공민이 돼라”고 호소한 일로 국가정권전복 혐의를 받았다. 정권도 핵심적인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민주와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정권전복에 해당한다는 것인가.
자유와 ‘공의(公義)’, 그리고 사랑을 위해 고난을 당하는 것을 나는 자랑으로 여긴다.
딩자시 성명
신해혁명으로부터 110년 남짓한 세월이 지났다. 몇 세대의 사람들의 희생이 거듭됐지만 중국의 인민은 여전히 정치면에서 압력을 받고 있고 경제면에서도 통제하에 놓여져 있으며, 사상면에서는 노예와 같은 상태에 있다.
그러나 문명은 강력하게 역사의 프로세스를 밀고 가고 있고, 민주와 전제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변혁의 시대가 가져다 줄 사회의 동요나 인민의 고통을 회피하는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나는 평화롭고 이성적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이 중국이 변혁해 가기 위한 가장 안정적인 모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어떤 곤란과 좌절, 어떤 잔혹한 형벌이나 처사도 나의 이런 신념을 바꿀 수 없다.
민족의 앞길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국인들은 모두 우리 세대의 역사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그 책임은 전제를 제거하고 아름다운 중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 속의 공포를 극복하고 큰 소리로 계속 정의를 외쳐야 한다.
중국의 큰 변화가 목전에 다가와 있다. 나는 높은 벽에 갇혀 있지만 그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중국 인민이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깨어나 그들(정권)이 거짓말로 얘기하는 ‘공의’의 본질을 간파하고 사실과 진실을 분명히 응시하는 모습이 내게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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