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국가부채, 상한선 넘어서 4경 1560조 원
아프간, 이라크 전쟁 등으로 매년 1300조 원 증가
잇단 ‘바이 아메리칸’법…미 현지 공장 설립 요구
내년 대선 의식, 부채 한도 상향 놓고 줄다리기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민하는 경제전략 가운데 하나는 과거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 채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방국에 대해 미국내 자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또 최근 미 최대 관심사항인 부채 한도의 상한도 마찬가지의 대책이다. 이들 대책들은 바이든 대통령 자신의 재선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이들 대책을 낳게 한 미 국가부채의 규모는 최근 미 재무부의 추계로 31조 4600억 달러(약 4경 1558조 6600억 원)이다. 이 액수는 세계은행이 밝힌 2021년 미 국내총생산(GDP) 23조 3200억 달러의 135%에 달한다. 미국인 모두가 1년 내내 번 소득을 모두 빚 탕감에 사용해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 국가부채는 지난 20년간 공화당 및 민주당 행정부를 가리지 않고 급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매년 1조 달러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그림 참조> 미국은 국가적으로 현재 빚투성이이지만, 장래 전망도 ‘눈덩이 빚’이 예상되는 암울한 상태이다.
미국의 국가 채무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그동안 누적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때문이다. 미 정부는 이들 ‘쌍둥이 적자’를 경제활동을 통해 메우는 것이 아니라 국채발행으로 대신한 결과,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군사 분야의 과도한 비용은 재정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냉전 대결에서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전략방어구상(SDI) 비용은 1조 달러(약 1321조원)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별들의 전쟁 비판론자들은 이보다 1.5~2배 많은 액수가 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1990년대 초의 걸프전은 1020억 달러, 이라크 침공 전쟁은 7840억 달러, 아프간 전쟁은 3210억 달러(이상 2011년 불변가격, 2010년까지 비용)가 들어간 것으로 미 의회조사보고서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은 2010년에 끝나지 않고, 이라크 전쟁은 2011년까지 이어졌으며 아프간 전쟁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2021년 8월에야 미군 철군이 이뤄졌다.
좀더 부기하자면, 이들 전쟁 비용에 대한 반론은 만만찮다. 이라크 침공 전쟁과 아프간 전쟁을 합친 비용을 앞서 미 의회조사국은 1조1050억 달러로 계산했다. 미 국방부가 국방 예산에서 별도로 편성하는 해외긴급작전(OCO) 예산 가운데 중동 지역에 사용된 내역을 2001년부터 2019년까지 합산하면 2조 5억 달러이다. 벌써 2배의 액수이다. 미 브라운대 왓슨 국제공공문제연구소(WIIPA)는 미 국방부가 같은 기간 중동 전쟁 비용은 5조9천억 달러라고 주장했다. 왓슨 연구소는 전투 비용 이외에 ▲미래 2020-2059년 전역장병 의료비와 치료비 ▲테러 예방과 대비를 위한 미 본토 안보 예산 ▲중동지역 전쟁으로 인한 국방 기본예산 증가 추정치 등 전쟁을 위한 ‘진정한 비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과다한 중동 전쟁 비용에 대해 직설적인 발언을 남겼다. 그는 2019년 10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중동으로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었다. 미국은 결코 중동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비용은 8조 달러(약 1경 568조 원)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굴욕을 무릅쓴 아프가니스탄 철군도 미 경제에 대한 추가적 압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국가채무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바이든 정부의 등장 이래 미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 투자는 큰 증가폭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은 2020년 1091억 달러(세계 3위)였지만, 2021년에는 4053억 달러(세계 1위)로 약 3.7배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조사에 의하면, 미 직접투자 잔고는 2021년 말 5060억 달러로 늘어나 전년도 비해 11.3% 증가했다. 미국은 직접투자 잔고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였지만 2020년부터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직전 그동안 미국의 투자 유치 실적과 비교해도 대폭적인 것이다. 미국은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자 2006년부터 범정부 차원의 ‘미국 선택(Select USA)’ 콘퍼런스를 개최해 2020년까지 연평균 11.7%의 미국내 외국인 투자를 늘려왔다. 같은 기간 세계의 외국인 투자 증가율 4.4%보다 2.66배 높은, 성공적인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2021년 1월 20일 정식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이전의 실적을 능가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시장에서 미 생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활용하여 미국내 자본 투자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 자주 거론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이같은 사례의 하나이다. 이 법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이거나 일정 비율 이상의 광물과 부품이 북미 등의 지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해야만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 공제는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받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함을 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법은 자동차 조립공장과 배터리 조립공장을 북미지역에 설립하도록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관련 법과 규정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이외에도 '반도체·과학법(C·SA)',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등이 있다.
또다른 대책은 부채한도의 인상이다. 부채 한도는 미 연방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국채 등의 총액으로 미 의회의 세출 관련법에 정해져 있다. 미국의 부채액은 현재의 한도액 31조 40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로, 미 재무부는 공무원 퇴직·장애 기금(CSRDF)등의 투자를 일시 정지하는 방법 등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연방정부 보유 현금이 모두 소진되는 ‘X-데이’를 오는 6월 1일로 제시한 바 있다. 부채 한도를 올리려면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만약 부채 한도가 인상되지 않으면 미 정부는 국채의 원금 상환이나 이자 지불에 돌리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같은 벼랑끝 상황에서 미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과 미 행정부는 힘겨운 줄다리기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양측 모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고 있다. 공화당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일부 프로그램을 삭감하면서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을 1000억 달러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행정부와 민주당은 감축안을 거부하고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세금안을 제시했다. 일부 강경파 민주당 의원들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고 계속 부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 패권 국가의 패권 지속에는 많은 비용 부담이 수반된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이어지는 세계 각지의 전쟁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 원칙적으로 현재의 미국은 국내 경제의 활력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무역과 재정에서 건전성 확보해 갚아가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경제의 활력을 잃은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체감 경제지표인 고용률을 단기간에 높이기 위해서 외국인 직접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부채의 증가는 막을 수 없어 부채 한도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 바이든 경제전략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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