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시절 법 어겨가며 변호사 겸직

한국당 부산 당협위원장 때 '반기문 바른정당 갈까, 남을까'

"장관 된 뒤 내년 총선 출마?" 질문엔 즉답 회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2.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2. 연합뉴스

박민식 초대 보훈부 장관 후보자의 ‘양다리 걸치기’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박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법을 어겨가며 변호사를 겸직하는 양다리 행보를 보였다. 부산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자리에 있던 시기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바른정당에 눈길을 주며 어느쪽에 발을 담그나, 타진하기도 했다. 그때 부산 지역의 자유한국당 당원들은 박 후보자 등 ‘옮길까, 말까’ 행보를 보이던 당협위원장들의 출당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정도였다.

박 후보자는 22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그가 보훈부 장관이 되었는데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장관 자리에 앉아있는 기간은 6개월밖에 안 된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상황을 봐 가며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또한 ‘양다리 걸치기’다.

2021~2022년에는 아들과 딸까지 동원, 위장전입으로 의심되는 여러 행태를 보였다. 특히 2022년에는 부산에서 분당으로 거주지를 옮겼는데, 지난해 6월의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이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때 박 후보자는 부산 지역구를 포기하고 김은혜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자의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출마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부산이냐 분당이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분당을 선택해 실패했다.

경제적 양다리 걸치기?

박민식 후보자는 2006년 9월 ‘건강상·경제상’ 이유로 검사직을 그만뒀다. 곧바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바로 옆에 개인법률사무소(박민식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야당에서는 중앙지검 바로 옆에 사무소를 연 이유가 ‘전관 예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 시기에 거액 사건을 다수 수임했다. 약 1년 4개월 동안 5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사건들을 수임했다. 재산이 쑥쑥 불어났다. 관련 소득세로만 7억 4000만 원을 냈다. 2008년 5월,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 당선됐다. 국회의원에 당선 뒤 재산 신고액은 25억 8000만 원이었다.

그즈음 박 후보자는 후배들과 함께 법무법인 ‘하늘’을 만든다. 그는 2012년까지, 국회의원 임기 내내 ‘하늘’ 소속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그는 이번 청문회 자료로 제출한 후보자 경력 사항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왜 감췄을까. 국회의원·변호사 겸직은 국회법과 변호사법 위반이다.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던 변호사도 국회의원이 되면 퇴직해야 하는데 박 후보자는 오히려 법무법인을 만들었다. 국회의원도 하고 변호사도 하겠다는, ‘양다리 걸치기’라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박 후보자는 의원 시절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2012년 새누리당 간판으로 같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재선된 뒤로도 그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하늘’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는 동안 박 후보자는 16개 사건을 수임했다. 주로 반사회적 흉악 사건들이었다. 당선인 시절에 이미 미성년자 유괴범 사건을 수임했다. 또 성매매 알선, 간통, 조폭 관련 사건 등을 수임해 이름을 올렸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당시 법무법인이 수임한 사건에 다수 소속 변호사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은 관행”이며 “단순 행정 착오”라고 해명했다. 명백한 국회법, 변호사법 위반인데 ‘단순 행정 착오’라니, 구질구질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은 극우세력에 발 담그기?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예산 460억 원이 책정된 이승만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할 것이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제 소신은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이승만은 독재 때문에 국민이 쫓아낸 대통령이다. 특히 부정선거로 혁명이 일어나자 시민들을 향해 발포, 186명을 죽게 한 민주주의를 유린한 장본인이자 책임자다. 야당 의원들은 “국민의 손에 쫓겨난 독재자를 기념하겠다는 건 마치 촛불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이승만은) 내란죄의 수괴’라는 주장까지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독립군을 토벌하던 백선엽에 대한 존경심도 숨기지 않는다. 조심성 많아 보이는 그가 왜 이렇게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걸까. 정치권에서는 극우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발 담그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내년 총선 출마는 상황 봐가며?

박 후보자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까. 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즉답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것은 제가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저는 1년 동안 새벽 4시쯤 일어났는데 잘 때까지 오로지 국가보훈만 생각한다”는 식의 겉도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총선에 출마하려면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가 총선에 출마할 경우 보훈부 장관 자리에 앉아있을 시간은 고작 6개월에 불과하다. 6개월짜리 장관, 그것도 초대 장관한테 임명장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장관이 돼도 계속 자신의 거취를 밝히지 않을 것이다. 아마 상황을 봐가며 출마하든지 장관 자리를 지킬지, 심사숙고하여 양자택일 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양다리 걸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박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바른정당 창당 당시 입당 ‘러브콜’을 받으며 마음 속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 적이 있다. 부산 지역 당협위원장으로서 당적은 당시 새누리당에 두고 마음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바른정당으로 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당시 한국당 부산진갑 당원 30여 명은 박 후보자 등 비슷한 행보를 보인 당협위원장들의 출당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상황을 봐가며 한쪽 발을 빼려는 계산으로 보였다. 그는 반기문에게 가지 않았다. 반기문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바른정당 바람도 사그라들면서, 그는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에 눌러 앉는 쪽을 택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3.5.22.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3.5.22. 연합뉴스

아들과 딸까지 동원, 분당·부산 오가며 ‘정치적 양다리’?

박 후보자는 지난 21대 총선 전, 서울의 한 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딸(당시 19세)의 주소지를 자신의 출마 지역인 부산으로 옮겼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은 지난 21일 “주민등록초본에 따르면, 딸은 지난 2019년 4월 23일 부산 북구에 위치한 박 후보자의 당시 거주지로 전입신고 했다. 선거가 끝난 2020년 7월 28일 다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거주지로 주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딸은 1년 3개월동안 부산에서 서울까지 통학했거나, 아예 휴학하고 부산에서 거주했다는 얘기다. 부산~서울 통학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딸은 휴학했을까. 하지만 대다수 대학들은 1학년 학생의 일반 휴학을 허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소만 부산으로 옮겨두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양정숙 의원실은 선거를 앞두고 ‘확실한 1표’를 확보하고, 선거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특정 선거구에서 투표할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한 사람이나, 거짓으로 꾸며 선거인명부에 오르게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당선무효 처리된다. 박 후보자는 2021년 부산 북·강서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붙어 졌기 때문에 ‘당선 무효’는 없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19년 고교 재학중이던 박 후보자의 아들은 혼자 경기도 분당 아파트에 세대주로 등록돼 있었다. 그때 아들은 17세(2002년생)로 미성년자였다. 박 후보자의 아들은 세대주로서 2019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분당 아파트에 혼자 거주했다. 박 후보자 등 다른 가족은 거주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이 시기 박 후보자는 부산에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들의 ‘세대주 시기’와 겹친다. 아들이 혼자 분당 아파트 세대주로 등록됐던 기간은 21대 총선 전후 시기였다. 위장 전입의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들은 왜 분당에 남겨뒀을까. ‘상황에 따라 분당을 지역구 삼아 출마하려는 의도’였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양다리 걸치기’다.

'양다리' 걸쳤다가 안철수 때문에 망했나?

21대 총선에 실패한 뒤의 거주지 이전 과정도 특이하다. 박 후보자는 낙선 1년 뒤인 2021년 4월 9일 거주지를 본인 명의 분당 아파트로 옮겼다. 그러나 불과 11일 만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거주하는 부산의 한 전셋집으로 다시 옮겼다.

박 후보자는 2022년 5월 2일 또다시 거주지를 부산 전셋집에서 분당 아파트로 옮겼다. 전셋집에서 산 지 1년여 뒤였다. 이번에는 왜 옮겼을까. 지난해 6월에 있었던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때 박 후보자는 김은혜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자의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때 그가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출마를 포기했다.

박 후보자의 복잡한 거주지 이전을 살펴봐도 이렇게 부산과 분당에 ‘정치적 양다리’를 걸친 행보라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청문회에서 박민식 보훈부장관 후보에게 “보훈처장 임명 전 왜 갑작스런 ‘출마 포기’를 했느냐, 안철수에 양보하고 자리를 약속 받았느냐”고 질문했다. 오마이티비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청문회에서 박민식 보훈부장관 후보에게 “보훈처장 임명 전 왜 갑작스런 ‘출마 포기’를 했느냐, 안철수에 양보하고 자리를 약속 받았느냐”고 질문했다. 오마이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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