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전체 영업익 95.5%↓1조원 밑돌아

갤럭시 S23 판매 호조에 스마트폰 부문은 이익 증가

연구개발 6.6조 시설 10.7조 등 역대 최대 규모 투자

2분기 수요 부진 지속 전망…감산 효과 한 가닥 희망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3.4.27.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3.4.27.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 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적자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7100억 원 적자) 이후 14년 만이며, 규모는 사상 최대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업황 악화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는 2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95.5% 줄어든 640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돈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63조 7454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 5746억 원으로 86.1% 줄었다.

부문별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매출 13조 7300억원과 영업 적자 4조 58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매출 26조 8700억 원, 영업이익 8조 4500억 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무려 13조 원이 줄었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이처럼 대폭 감소한 것은 메모리의 재고 자산 평가 손실로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D램의 경우 서버 등 고객사 재고가 높아 수요가 부진했다. 다만 낸드는 수요 약세에도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스템LSI는 모바일과 TV 등의 수요 부진으로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했고, 파운드리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됐고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1분기 매출 46조 2200억 원, 영업이익 4조 2100억 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은 갤럭시 S23의 판매 효과로 반도체 부문의 적자를 만회했다. 영업이익은 3조 9400억 원으로 전체 사업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수익률도 두 자릿수 이상으로 회복됐다.

네트워크는 북미와 서남아 등 주요 해외 시장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은 1900억 원에 그쳐 지난해 1분기(8000억 원) 대비 76.3%나 감소했다. VD는 TV 시장 위축에도 프리미엄 TV 판매에 주력해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생활가전은 수요 위축과 비용 부담이 이어지며 부진했다.

디스플레이(SDC)는 매출 6조 6100억 원, 영업이익 7800억 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패널은 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하락했고, 대형 패널은 QD-OLED TV 신제품 출시로 적자 폭이 완화됐다.

삼성전자는 최악의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늘렸다.

올해 1분기 시설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0조 7000억 원으로,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대 금액이다. 시설 투자 가운데 반도체는 9조 8000억 원, 디스플레이(SDC)는 3000억 원 수준이다.

연구개발비도 6조 5800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 감소했지만 R&D 투자액은 오히려 10.3% 늘린 24조 9292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까지 감산 행렬에 동참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감산 계획을 발표한 이후인 지난 11일 DDR4 16기가비트(Gb) 2666 D램의 현물 가격이 1년 1개월 만에 소폭 반등(0.78%)했다. 시장 선행 지표인 현물 가격의 하락세가 일단 진정되며 공급 과잉 해소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반도체 불황이 단순히 공급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극복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수요처와 공급처 간의 심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만큼 시장 심리가 바뀌고 수요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고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도 속도로 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2분기에는 1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를 만회한 MX 사업 실적까지 둔화하며 삼성전자가 전사 기준으로 적자를 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증권사 18곳의 최근 한 달 사이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96.71% 급감한 4638억 원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은 1조 3000억 원의 적자 전환을 예상했고, SK증권(-6000억 원)과 삼성증권(-2790억 원) 등도 2분기 적자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4분기(-9400억 원) 이후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일이 없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은 식당과 여행 등 서비스에 국한되고 있고 고객의 재고가 일정 소진됐다고 해도 발생 가능한 리세션(경기 침체) 위기에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다"며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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