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심야외출·골목통행 자제"
한인 단체들 성명 발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반대"
윤, 또 무기지원 의사 밝혀…동포 피해 우려 고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이 러시아 동포들에게 신변 안전을 당부하는 공지를 했다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지역 한인회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은 지난 24일 "최근 정세와 관련, 한국에 불만을 가진 현지인들과 마찰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는 바 러시아 극동지역 재외국민들께서는 신변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총영사관은 특히 △현지인들에게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된 의견 표명을 삼가고 △심야시간 단독 외출 및 골목 통행을 지양하며 △주취자, 불량배 등이 말을 걸어올 경우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이번 공지는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자 <로이터>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조건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입장을 밝힌 뒤 러시아 현지 여론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에 대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전달을 공개적인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한다"며 "해당국과의 관계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안드레이 보리소비치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도 21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단독 인터뷰에서 "무기 공급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비우호적인 입장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다만 총영사관은 이 같은 공지를 올린 뒤 몇 시간 만에 철회하고 누리집에서도 내렸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 때문에 현지 동포들의 신변까지 우려된다고 언론에서 기사화되자 부담을 느껴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의 무기 지원 발언 이후 피해가 우려됨에도 공지를 내린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현지 동포들도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공을 당한 상태이고, 따라서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지원하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선 우리는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 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인터뷰보다는 신중한 표현이지만 살상 무기 지원 의사를 여전히 열어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한인 단체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지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할린 한인회,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회, 우즈베키스탄 한인회, 키르키스스탄 한인회, 연해주 한인회 등 5개 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며 "러시아의 한인들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시, 국민 대다수 의사에 반하고 미국의 이익과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여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국가가 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재차 밝히면서 "더 많은 무기는 더 많은 무기를 불러오고, 더 많은 희생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의 분쟁에 휘말려 국민이 원치 않는 피해를 볼 수 있는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한다"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라고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모스크바한인회, 카자흐스탄 한인회, 타지키스탄 한인회, 그루지야(조지아) 한인회 등 4개 한인회도 추가로 성명을 발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사할린 한인회, 연해주 한인회, 상트페테르부르크한인회, 우즈베키스탄 한인회, 키르키즈스탄 한인회 등 유라시아 지역 5개 한인회 성명서 전문.
대한민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에 대한 러시아 CIS 한인회의
성명서
러시아 CIS 한인들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지지하며, 현 사태가 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며 묵묵히 버텨 왔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말씀을 접하면서, 더 가만히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깨닫고 한인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 성명을 발표하고자 한다.
"러시아와 CIS의 한인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지원을 반대한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지원만 한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이 무기지원 가능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는 파탄이 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11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판매하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으며, 지난 4월 9일에 유출된 미국의 문건에는 한국의 155㎜ 포탄 33만 발을 독일로 운송한다는 계획이 있었고, 국내 언론의 취재를 통하여 사실일 정황이 크다고 보도되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비록 3가지 단서를 달았지만,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기조로 정부 방침이 바뀌어 이곳 한인들은 더욱 우려하게 되었다. 실제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메드베데프, 크렘린 대변인 페스코프와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일정 부분 전쟁 개입을 뜻하는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렇게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살상무기 지원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 국민에게 솔직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한인들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시, 국민 대다수 의사에 반하고 미국의 이익과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여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국가가 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 더 많은 무기는 더 많은 무기를 불러오고, 더 많은 희생을 낳을 것이다.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의 분쟁에 휘말려 국민이 원치 않는 피해를 볼 수 있는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하며, 우리는 러시아 CIS 한인들의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은 두 개항의 성명을 발표한다.
첫째,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만천하에 천명하라.
둘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혀라.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강창석
키르기즈스탄 한인회장 김기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회장 최선도
러시아 연해주 한인회장 이상수
러시아 사할린 한인회장 현덕수
202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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