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탐사, 남양주 금선사 이상한 근저당 확인

시가 600억원 부지 6만평 76차례 공동담보

"누군가 절 부동산 처분하지 못하게 근저당 설정"

곳곳에 전직 검사·정치인·언론인 방문 흔적도

 

시민언론 더탐사가 전두환 씨의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되는 경기도 소재 사찰 금선사를 찾아냈다. 더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시민언론 더탐사가 전두환 씨의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되는 경기도 소재 사찰 금선사를 찾아냈다. 더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시민언론 더탐사가 전두환 씨의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되는 사찰을 찾아냈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금선사다. 부지만 6만여 평으로 시가 600억 원쯤 된다. 절에는 정상명·홍만표 등 전직 검사와 정세균·주광덕 등 정치인들의 흔적도 보였다. 더탐사 취재진은 4일 방송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누군가 주지 스님이 부동산 처분하지 못하게 근저당 설정”

취재진은 소유주 확인 등을 위해 등기부등본을 떼봤다. 그중 800평 규모의 필지 등기부등본에는 용도가 ‘종교용지’로 돼 있었다. 토지 용도변경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 7월이다.

현 소유주는 ‘홍산 스님’으로 불리는 손OO 씨였다. 바로 금선사의 주지승이다. 매입 시점은 1993년이다. 1956년 생이니 당시 37세의 나이로 6만 평 부지를 사들였다는 얘기다. 취재진은 “손OO 씨가 재벌가의 자제이거나 어마어마한 (액수의) 시주를 받았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더탐사는 다음 주 손OO 씨와의 인터뷰를 내보낼 예정이다.

취재진은 ‘이상한 근저당’도 발견했다. 첫 번째 근저당은 2018년 4월, 충북 보은농협이 잡은 6억 5000만 원이었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금선사와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근저당 액수는 그해 10월 12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2019년에는 다시 보은군 산림조합에 약 12억 원 규모의 근저당 설정을 한다.

 

경기도 소재 사찰 금선사 전경.  더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경기도 소재 사찰 금선사 전경.  더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취재진은 두 차례나 근저당이 설정된 이유에 대해 “(누군가가) 일단 홍산의 이름으로 등기는 해놨지만, 홍산이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끔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근저당을 풀려면 24억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별 수입도 없는 사찰 입장에서 가능하겠냐는 질문이다. “근저당을 통해 홍산이 절 부지를 (처분)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취한 것”이라는 의혹 제기이기도 하다. 더탐사 강진구 기자는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 부동산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어마어마한 공동 담보 목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18년 보은농협에 근저당 설정을 하면서 대출받을 때 ‘공동 담보 목록’이 무려 76번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76개의 부동산을 공동 담보로 제공했다는 얘기다. 목록은 모두 사찰 부지로 이뤄져 있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공시지가는 필지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1평당 약 100만 원 정도였다. 사찰 전체 부지는 6만 평쯤 되니 시세 기준 600억 원 정도 된다. 취재진은 “600억 원 정도 되는데 굳이 76번까지 공동 담보를 잡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2023년 2월 27일의 담보 ‘생성 원인’은 (토지) 일부 분할이었다. 취재진은 다시 “(고작) 12억 정도 대출받는데 굳이 600억 원이나 되는 부동산을 왜 공동담보로 제공했느냐”고 물으며 “홍산이 (약 12억 원을) 다 갚지 못하면 공동 담보 목록에 묶여 있는 (부동산에 대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추론했다.

취재진은 2019년 보은 산림조합의 근저당 추가 설정도 비슷한 방식,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됐음을 확인했다. 취재진이 보은 산림조합에 “남양주에 있는 땅을 가지고, 누가 왜 보은에서 대출을 받았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거기(금선사) 신도분의 소개로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은 산림조합이 “뻬앗아 온 것”이라는 답변도 이어졌다.

취재진은 누군가가 대출 기관을 달리해 근저당 설정을 한 이유에 대해 “금융기관 한 군데서만 설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전하기 때문 아니냐”고 추측했다.

 

보은 산림조합은 보은에서 대출 받은 이유에 대해  "한 신도의 소개"라고 설명했다. 더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보은 산림조합은 보은에서 대출 받은 이유에 대해  "한 신도의 소개"라고 설명했다. 더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정치인, 전직 검사, 언론인도 등장

더탐사 취재 과정에서 유명 정치인, 전직 검사, 언론인등의 이름도 등장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지난해 5월 8일, 당시 시장 후보 신분으로 금선사를 방문했다. 2009년 1월에는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가 금선사를 찾았다. 26~27일 이틀간 금선사에 ‘칩거’하며 "주지 홍선 스님으로부터 좋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금선사를 소개한 사람은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최재성 전 의원이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부부 동반으로 금선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방문 당시 책걸상을 선물로 가져갔다고 한다. 정 전 총장은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결혼할 때 주례를 선 인물이다. 동양대 석좌교수와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2018년 4월 16일 <박근혜 김종인 안철수는 ‘단단(斷斷)히 하라’>는 글을 쓰면서 “남양주시 금선사 주지 홍산 스님에게서 ‘단디’(단단히)의 유래를 들었다”는 에피소드를 넣었다.

절에 걸린 축원 종이등에는 홍만표 전 검찰총장, 조응천 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이 쓰여 있기도 했다.

 

중앙일보 갈무리.
중앙일보 갈무리.

한편 더탐사는 "검찰이 이미 절의 위치 등 정보를 알고 있을 텐데 얼마나 수사가 진척됐는지 모르겠다"면서 “검찰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봐 준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더탐사의 이번 취재는 한 ‘국립 무용수’의 제보로 시작됐다. 전두환 씨 일가의 비자금과 관련된 '어마어마한 사찰'이 있다는 내용의 제보였다. 그 중심에 비자금을 관리하는 전두환 씨의 인척 ‘고모 보살’의 존재도 드러났다. 이순자 씨가 백담사에서 ‘고모 보살’을 만났을 때 쩔쩔매더라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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