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마녀사냥" 대 민주 "법앞의 평등" 극과 극
트럼프 "정치적 박해" 주장…바이든 정면 비판
대선 직전 성추문 침묵 대가로 13만 달러 제공
트럼프 지지자들 반발 시위…맨해튼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폭로를 막고자 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30일(현지시간) 성 추문 폭로를 막고자 성인 배우에게 돈을 준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의 전·현직 미국 대통령 중 형사적으로 기소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내년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선언하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만큼 이번 기소 결정은 차기 대선 경쟁 구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혐의 내용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10년 전 혼외정사를 폭로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입을 다무는 대가로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그에게 13만 달러를 주었다는 게 그 골자다.
대선 직전 성추문 침묵 대가로 13만 달러 제공
변호사 코언이 대니얼스를 접촉해 돈을 건넨 시기는 대선을 코앞에 둔 때였다. 문제는 나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언에게 해당 금액을 갚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이 코언에게 13만 달러에 수고비 등을 추가해 42만 달러를 갚으면서 그룹 내부 문건에 그 돈을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적어 기업 문서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기업 문서 조작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이지만, 선거법 위반과 같은 또 다른 범죄를 감추고자 그렇게 했다면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트럼프그룹이 갚은 돈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트럼프를 위해 사용된 만큼 불법 선거자금 수수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이 전임자 때부터 5년 가까이 묻혀 있었지만 기소 가능하다고 보고 올해 초 대배심을 구성하는 등 기소에 주력해왔다. 민주당 소속인 올해 49세의 브래그는 지난해 1월 사상 첫 흑인 맨해튼지검장에 오른 인물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을 '할렘의 아들'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문서 조작과 선거법 위반을 결합해 기소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기각하거나 기소 혐의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NYT를 인용해 연합뉴스가 전했다.
트럼프 "정치적 박해"…바이든 정면 비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마녀사냥'이라면서 지지자 결집에 나섰다.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정치적 박해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하고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파괴하기 위한 마녀사냥을 벌여 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완전히 무고한 사람을 노골적인 선거 개입 행위로 기소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자행했다"라며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은 뉴욕의 전례 없는 범죄의 물결을 막는 대신 조 바이든을 위해 더러운 일을 벌였다"라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는 기소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을 향해 "항의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화 "마녀사냥" 민주 "법앞 평등" 극과 극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렸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비난했고,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라고 맞섰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미국 국민은 이런 부당함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원은 브래그와 그의 전례 없는 권력 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엘리스 스테파니크 공화당 하원 전당대회 의장도 "정치적 마녀사냥이다. 미국에 어두운 날"이라고 주장했고 로렌 보버트(콜로라도주) 하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 대통령을 겨냥한 또 다른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우며 트럼프 기소는 정당하다고 옹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과 같은 법을 적용받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협박, 간섭은 없어야 한다. 트럼프 비판자와 지지자 모두가 평화적으로, 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애덤 쉬프(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도 "법치 국가는 부유하고 강력한 사람들이 고위직에 있을 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댄 골드먼(뉴욕주) 하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어떤 사람도 법 위에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반발 시위…맨해튼 긴장 고조
기소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가 거주하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 팜비치에는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트럼프 이름이 쓰인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 모습이 생중계된 유튜브 채널에서 한 이용자는 "우리는 좌파들이 지금 그들을 막고 있는 걸림돌을 치우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고, "조 바이든을 탄핵하자" 등 반발 댓글이 줄을 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맨해튼에 있는 뉴욕주 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소 인정 여부 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따라 뉴욕 시내에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뉴욕경찰(NYPD)은 상시 출동 태세를 갖추라고 전 직원에게 지시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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