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권서는 처음, 동학혁명 발상지에서

시민들 "나라 구하기 위해 미사해주셔서 영광"

사제단 "윤석열 퇴진시키고, 새 나라 만들 때"

"왜구의 손에 나라 넘기려는 자들을 용서말라"

월요 순회 시국미사 할 듯…비대위 통해 논의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사제단은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을 외치며 "상실의 마음이 사제단의 결정으로 위로받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서는 신부와 시민 1000여 명(경찰 추산 500명)이 참가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국미사가 전주에서 열린 이유는 이곳이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권상연과 윤지충이 순교한 곳이자,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또 풍남문 광장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어 현 시국과 관련한 상징성도 있다.

사제단이 공개한 연보에 따르면 시국미사는 2014년 3월 26일 전주교구사제단이 봉헌한 '부정 불법 당선 대통령 박근혜 사퇴와 국정원 해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 이후 약 9년 만이다.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미사를 기다리며 '윤석열 퇴진' '일본영업사원 1호 윤석열 탄핵' '자주독립 민주회복' '약자는 안전하게 강자는 정의롭게' 등이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불렀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가운데)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가운데)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딸과 함께 온 김기수(52) 씨는 "대일외교에 시민들이 불만이 많다. (대통령이) 서민 복지를 위해 움직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화가 나서 나왔다"고 했다. 딸 김가윤(13) 양은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자기 혼자 (운영)하는 것 같다"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소윤경(31) 씨는 "(촛불대행진이 열리는) 서울은 너무 멀어서 참가를 못 했는데, 전주에서 미사를 한다길래 한번 가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오게 됐다"면서, 최근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엉망진창이다. (우리가) 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천주교 신자 정성진(50) 씨는 "윤 정권이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하는데, 신부님들이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미사를 하는 것을 감사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강제동원 해법과 위안부 합의 이행을 굴욕적으로 퍼주는 것을 국민이 나서서 용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전동성당부터 시민들이 모여 있는 풍남문 광장까지 300m가량을 행진한 뒤, 미사를 봉헌했다.

"윤석열 퇴진시키고 새 희망의 나라 만들 때"

시국미사 주례를 맡은 김영식 신부는 제대에 올라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의 폭정이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노동 시간을 확대하더니 노동조합을 부패한 집단으로 몰고, 철지난 국가보안법으로 압수수색을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3·1 독립만세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며, 민족의 자존감을 드높여야 할 3.1절 기념사는 대일 굴복, 대일 굴종으로 참담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김 신부는 또한 "움켜쥘 듯 손안에 있던 평화는 미사일과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한미일 동맹 협력 체제 강화라는 이름으로 독도 해상에서 훈련이 자행되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신부는 시민들을 향해 "윤석열, 그는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라고 물으며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야 할 때가 또다시 오고야 말았다"고 했다.

그는 "촛불행동이 31차례에 걸쳐서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해왔다"며 "이제 정의구현사제단의 윤석열 정권에 대한 '레드 카드' 제시는 돌이킬 수 없는 윤석열 퇴진의 서곡이 되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검찰 독재정권이 3·1운동 정신을 앗아가 버렸고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지만, 3·1운동 정신은 짓밟히지 않았다"며 "이제 서울을 비롯해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3·1운동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상실의 마음이 정의구현사제단의 결정으로 위로받기를 희망한다"며 "가는 길이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웃으며 싸우는 사람들 앞에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것"이라고 시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전주교구 김진화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는 모습.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전주교구 김진화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는 모습.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왜구의 손에 나라 넘기려는 자들을 용서말라"

강론을 맡은 전주교구 김진화 신부는 "박근혜를 끌어내리며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만나게 되어 마음이 착잡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는 윤 대통령의 3·1 기념사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잘못해서 식민지배를 당했다고 한다. 약한 민족은 짓밟아도 괜찮다는 것이고 우리는 당해도 싸다는 말이냐"고 비난했다.

김 신부는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서도 "3·1운동 상징인 유관순 열사를 폄훼하고, 대한민국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루 아침에 찢어버리고, 식민지배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신부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오무라이스 집에서 만찬을 가진 것에 대해서는 "일본에 무릎 꿇고 굽신거리며 사과를 구걸하다가 최고급 와규에다 치즈 오무라이스 처먹고 희희낙락거렸다"며 힐난했다.

또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언급이 있었다는 일본 보도를 인용하며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거론하면, 독도 문제를 건드리면 (대통령이) '이제 한일 관계는 없어'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에 함께한 시민들의 모습.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에 함께한 시민들의 모습.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아울러 김 신부는 우상숭배, 미신, 주술 등으로 몰락한 '아합왕과 왕비 이세벨'에 대한 성경 내용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천공이니 건진이니 그들에게 관저나 집무실을 정하게 하고,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 가지고 다니면서 미신 · 주술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룰(규칙)을 바꾸고, 누구는 끌어내리고, 친윤 일색으로 사유화하는 걸 보니 그동안 나라 전체를 온통 검사 출신을 내리꽂아 검사 독재 공화국으로 만든 이유를 알 거 같다"며 "이게 일당독재 국가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김 신부는 끝으로 대통령을 향해 "헌법을 유린하고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았으니 그만 내려오라"면서, 시민들에게는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그러나 단호한 결심으로 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우리 선조들이 땀 흘려 일군 이 나라를 왜구의 손에 넘기려고 애를 쓰는 저들을 용서하지 말자"며 "저들을 향해 제발 정신 차리라고 외치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와 박재동 화백도 자리했다. 개신교 목사이기도 한 김 전 교수는 "정의는 역사의 빛이 될 것이다. 어떠한 어둠도 빛을 이길 수 없다"며 사제단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촛불행동 대표단도 참석했다. 왼쪽부터 촛불행동 상임대표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 박재동 화백.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촛불행동 대표단도 참석했다. 왼쪽부터 촛불행동 상임대표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 박재동 화백.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정의구현사제단은 미사를 마친 뒤 비상시국회의를 가졌다. 사제단은 교구별로 월요 순회 시국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다만 사순시기(40일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희생, 극기와 기도로써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를 고려해 미사의 시기, 순서와 방법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김성진 기자(전주)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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