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펑펑 울었는데 저렇게 쓰이다니"

"어이없다" "모욕적이다" "탄핵 예고곡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애창곡"이라고 해명

"표리부동" "동백아가씨가 울고 가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행사장에 입장할 사용한 배경음악에 대해 시민들은 “탄핵을 예고하는 곡"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엠비시 뉴스 화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행사장에 입장할 사용한 배경음악에 대해 시민들은 “탄핵을 예고하는 곡"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엠비시 뉴스 화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행사장에 입장할 때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곡이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모욕적이며 어이없다” “탄핵을 예고하는 곡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8일부터 온라인에 비판과 분노, 조롱과 풍자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보수성향의 시민들마저 이 곡 선정에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민중의 노래’가 한동안 ‘인기 트렌드’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모욕을 느꼈다는 글이 많았다. “뺨을 맞은 것처럼 모욕적이다” “이 노래가 어떤 노랫말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는 있나? 모욕으로 느껴진다” “레미제라블을 모욕해도 되나?” “영화관에서 저거 들으면서 펑펑 울었었는데, 저렇게 쓰인다니 기분이 매우 안 좋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자멸(自滅)’을 예고한 선곡 아니냐는 글도 적지 않았다. 이 정부가 시민들에게 촛불을 다시 들라는 뜻으로 선정한 곡이라는 의미다.

“탄핵 시그널 (뮤직)이다.” “민중봉기 일으켜달라고?” “다같이 촛불 다시 들라는 의미?” “바란다면 시민혁명을 일으켜주는 수밖에 없겠네” “아마 알고 틀었을 것이다. 자기의 운명을 예견하듯이” “대놓고 탄핵 사유를 동영상으로 남겨줌” “입장곡으로 민중의 노래 트는 건 혁명해달라는 무언의 의미 아닌가요?” “가사처럼 분노한 촛불국민들의 노래 소리로 용산이 뒤덮일 때가 올 것이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시민들의 이런 격한 반응은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의 가사 때문이다. 혁명을 고취하는 내용이다. 다음은 가사 일부.

우리의 깃발이 전진하는 데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가?/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살아남을지니/ 일어서 당신의 기회를 잡겠나?/ 순교자들의 피가/ 프랑스의 풀밭을 적시리니!

윤석열 정부의 행태와 노래의 가사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반 서민적 복지정책, 노동정책 등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건드릴 곡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전당대회가 끝난 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진정한 약자, 서민을 힘들게 하는 이권 카르텔에 대한 근절 의지는 입장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약자의 외침을 정부가 귀담아야 한다. 이들(약자)을 위해 정부가 목숨을 걸고 일하자는 그 결기를 담은 노래”라는 설명에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의 “윤석열 대통령의 애창곡이자 애청곡”이라는 부연 설명은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윤석열이 전당대회 입장할 때 민중의 노래를 튼 거나 기득권 카르텔을 타파하고 국민만을 생각한다고 한 거 보니 아마 자신을 문재인 독재를 타파한 혁명가쯤으로 코스프레 중인가 본데 무슨 독재자는 감자 농사나 짓고 혁명가는 호화 관저에 경호원 끌고 서울 시내 술 먹고 빵 먹으러 다니니. 이치에 맞냐?”

“국민을 노예취급하면서 민중의 노래를 틀더니 대통령의 애창곡이란다. 앞뒤가 다른 모습의 괴물들” “독재자 입장에 민중의 노래를 틀다니 이것이야말로 블랙 코미디의 최고봉” “민중의 노래를 좋아하는 독재자라” “본인과 마찬가지로 민중의 노래가 애창곡인 사람들 중에 본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무더기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 봐” “난방비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 주 69시간씩 일할 사람들, 그 사람들이 다 레미제라블인데 어떻게 그 음악을 깔 생각을”

“노조, 노동자 탄압하던 윤석열 애창곡? 완전히 표리부동. 동백 아가씨가 울고 가겠다”는 글도 있었다. 이 글은 더탐사가 윤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며 윤 대통령의 술자리에서 불렀다는 노래가 ‘동백아가씨’라고 주장한 보도를 떠올리며 올린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그런가하면 프랑스의 왕과 왕비를 불러내 비판한 글도 보였다. “최약자인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 자국민을 나 몰라라 내팽기치는 인간이, 감히 이 노래를? 강자에 맞서 바리케이트를 쌓고도 총칼에 진압당하는 약자 민중을 보고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정작 루이와 앙트아네트 아니더냐?”

루이 16세(1754~1793)는 프랑스 경제를 파탄낸 무능한 왕이다. 민중은 프랑스 혁명을 일으켰고, 루이 16세는 세상을 뜰 때 단두대의 신세를 져야 했다. 왕비 마리 앙트아네트는 굶주린 여성들이 “빵을 달라”고 외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라고 했다는, 바로 그 왕비다. 왕비 역시 단두대에서 최후를 맞았다. 바로 ‘레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이다.

국민의힘 내부의 누군가가 일부러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골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는 ‘풍자 음모론’도 있었다. “국힘당에 엑스맨이 있나 보다” “누군지 몰라도 이 노래가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고 선곡했구만” “내부자가 먹이려고 튼 건지는 모르겠는데, 코미디라는 건 알겠음” “난 또 누가 윤석열 비판하려고 튼 줄 알았네”

선곡과 승인한 사람들의 ‘무식’을 조롱하는 글도 많았는데 “노래 가사는 알고 선곡했을까?” “레미제라블이 무슨 작품인지 모르는 거임?” “뭔 노랜 줄도 모르고 그냥 웅장해서 튼 건지” “무식하거나 잔인하거나” “배경음악 민중의 노래인 거 모르고 썼다에 오백원 건다” 등이다.

심지어 보수성향으로 추측되는 사람, 전당대회 현장에 있던 사람도 비판에 나섰다. 현장에 있던 어떤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당대회 입장 브금(BGM, 배경음악)이 레미즈(레미제라블)라니, 그걸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고 있다니, 진짜 너무 매우 불쾌하고 짜증이 난다”고 썼다. 프로필에 박근혜 지지자라고 밝힌 어떤 사람은 “국짐당 전당대회 입장 음악(은) 공산혁명가 레미제라블ㅋㅋ”라는 글을 올렸다.

이밖에 “이거 1984지? 아니면 트루먼쇼지? 놀리는 거지?” “어디서 레미제라블을 끌고 와. 기미가요나 부르지” 윤석열 대통령의 별명 ‘엉덩이 탐정’을 떠올리며 “레미제라블에 엉덩이 묻음”이라는 글도 보였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바로 윤 정권에게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민중의 소리를 대신 들려준 선곡자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전당대회장의 그 노래가 ‘분노한 민중의 강고한 벽이 시작되는 서막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완전 욕 보이는 노래를 틀다니 그 용기가 대단합니다. 아마 무슨 노래인 줄 모르고 튼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고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대통령 입장 음악으로 이걸 고른 사람은 윤리위 가야 할 듯”이라며 가사 일부를 소개했다. 이 글을 본 같은 당 김행 전 비대위원은 “이 전 대표의 황당무계한 글은 곡학아세이자 당심을 난도질 한 해당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신나는 곡도 흘러나왔다. 인기 아이돌 뉴진스의 ‘하입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마치고 나갈 때 나온 곡이다. 퇴장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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