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지지자 동원 효과 컸던 것처럼 해석
촛불행동, "시민을 동원대상으로 폄하" 사과 요구
촛불집회 보도들 광장민주주의 경시 드러내
2월 18일 열린 27차 촛불 집회이자 '5차 전국집중촛불'을 전한 한겨레의 첫 보도 기사 제목은 “총동원령 통했나”로 돼 있다. 주최측이 10만 명으로 추산한 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조직적인 동원에 의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한 표현이다.
이 기사는 전국 48개 지역에서 올라온 시민들로 시청-남대문 구간을 가득 메운 촛불 집회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혁의딸’(개딸)들이 검찰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맞서 이날 촛불 집회에 참여하자고 독려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쓰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처음 열린 촛불집회여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이 대표 지지자들이 어느 때보다 많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겨레가 이 기사에서 스스로 전하고 있는 것처럼 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구호가 ‘윤석열의 사냥개가 된 검찰 검언유착 타도’, ‘유검무죄 무검유죄’ ‘민주파괴 규탄’ 등이었듯이 이날의 집회 규모와 열기의 원천은 단지 제 1야당 대표에 대한 헌정사상 최초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규탄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과 폭주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고조, 곽상도의 50억 무죄 판결에 대한 공분, 악화되어 가는 민생에 대한 위기감 등이 거리와 광장에서 분출된 것이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를 마치 조직적인 총동원령이 통한 결과인 듯 해석한 것이다.
<촛불행동>은 19일 이에 대해 “한겨레, 촛불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겨레는 촛불을 든 국민들을 ‘총동원령’에 따라 동원된 대중들이라고 폄하했다. 이는 촛불국민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자 이날 집회의 의미를 완전히 외면한 왜곡 기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비판을 의식했던 듯 제목을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 뒤 열린 촛불집회…‘제1야당 대표 탄압’”으로 바꿔 ‘총동원령’ 부분을 삭제했다.
그러나 한겨레의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내내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22일 열린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를 보자. 이날 집회는 ‘전국집중 촛불’로는 처음 열린 것이었고, 참가자 숫자도 주최측 추산으로 30만~40만 명에 달했던, '박근혜 탄핵' 촛불이나 '검찰개혁 촛불'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한겨레의 보도는 집회 현장에 있었다면 육안으로도 터무니없이 작게 잡은 수치라는 게 확인됐을 ‘경찰 추산 1만 8000여 명’으로 내보냈을 뿐 주최측의 추산은 아예 없었다.
반면 이보다 앞서 광화문 일원에서 열린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의 참가자 수는 촛불집회 참가자보다 현저히 적었음에도 오히려 그보다 많이 잡은 경찰 추산 3만 5000여 명의 숫자를 그대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집회의 규모가 거꾸로 제시된 셈이다.
게다가 집회의 규모나 성격에서 비교하기 힘든 두 개의 집회에 ‘맞불 집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전국집중촛불의 성격이나 시민들의 전국적인 참여의 배경에 대한 취재는 없었던 대신 “도심 일대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는 설명만 덧붙였다.
이어진 2, 3, 4차 전국집중촛불에 대한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경향신문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집회의 의미나 배경을 살피기보다는 “대규모 집회로 인해 이날 오전부터 도심 곳곳에서는 광화문역과 시청역, 삼각지역 등 일대에서 교통 정체 현상이 일어났다”거나 심지어는 대통령실이 내놓은 “참가자들이 법과 질서를 준수하기 바란다”는 말을 ‘당부’라는 표현을 써서 전했다.
한겨레나 경향의 이 같은 촛불 보도에는 대의 민주주의와 대비되는 이른바 ‘광장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겨레와 경향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나 종편에서 ‘보수단체’ 집회 및 주장만을 내보내는 것에 비해서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전하는 ‘균형 보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촛불 집회로 대변되는 시민들의 정치적 사회적 의사 표출과 권력비판, 참여의지를 충실히 전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들의 기대치에 비해서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촛불행동의 사과 요구에 대해 한겨레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