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해 진실만 추구" 지키려
윤석열 정권 초기 창간해 독자들 성원으로 성장
기득권 언론 카르텔을 뚫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
부족한 점 많지만 '좋은 언론' 향해 온 힘 다할 것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민언론 민들레 정치사회 에디터 겸 편집인을 맡고 있는 김호경입니다. 민들레가 15일로 창간 3주년을 맞았습니다. 2022년 11월 15일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해 진실만 추구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창간사를 내걸고 출범한 민들레의 지금까지 경과를 독자들께 보고드립니다. 날짜별 연혁을 나열하기보다는 주요 장면을 7개로 나눠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민들레의 첫 싹을 틔웠던 창간 준비 단계'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2022년 8월 30일 '시민언론 설립 준비위원회'가 창립총회를 열면서 새로운 민주진보 언론의 설립에 관한 논의가 공식화했습니다. 준비위원회는 시민사회와 언론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16인으로 발족했고, 이어 본격적인 실무 작업을 위해 이사회가 구성됐습니다. 무엇보다 편집국에서 함께 일할 에디터와 기자들을 규합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확고한 사명감을 갖고 의기투합할 동지들을 한 명 한 명 구하는 지난했던 과정을 민들레 강기석 상임고문은 '투캅스→삼총사→독수리 5형제→7인의 사무라이→육탄 10용사→15소년 표류기(모험기)'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저는 2022년 9월 15일 <경력 언론인을 동지로서 모시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강기석 상임고문이 쓴 채용 문안을 전달받아 읽은 게 운명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수구 기득권 세력과 한 판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언론인, 나쁜 주인을 만나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하는 언론인, 조중동 헤게모니가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언론 생태계에 분노하는 언론인…" 등은 같이 일해보자는 내용이었는데, 그 격문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져 곧바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11월 15일 창간 당시에는 에디터 9인 체제로 시작했습니다. '민들레'라는 이름은 김성재 당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이 제안해 거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며, 홈페이지 제호로 쓰고 있는 노란색 캘리그라피는 방송가에서 탁월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쳤던 이석인 전 KBS 보도그래픽부장의 작품입니다.
두 번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보도'입니다. 민들레는 공식 창간일 하루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처음 열어서 희생자 명단에 관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에는 각자의 이름마다 따뜻한 파스텔톤의 풍선을 붙이고 하단에는 국화꽃 두 송이를 배치한 그래픽을 첨부함으로써 희생자 명단 보도에 적합한 품격과 진정성을 갖추려 최대한 신중을 기했습니다. 참사 희생자의 실명 보도에 관한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는 보조 박스 기사들과 함께 이문재 시인의 가슴을 울리는 추모시 <이제야 꽃을 든다>, 강미숙 칼럼니스트의 곡진한 에도사 <창자를 끊는 곡소리를 허하라>도 동시 게재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단지 길을 걷던 시민들이 창졸간에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무도한 윤석열 정권 및 무기력한 언론에 의해 축소‧은폐되고 유가족들은 철저히 고립되는 상황에서 일종의 긴급행동이자 호외 성격을 띤 보도였습니다. 민들레는 이 보도로 인해 창간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만, 검찰은 지금까지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를 하지 못한 채 사건을 마냥 쥐고만 있습니다. 검찰의 속내가 무엇이든 민들레는 온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섹션을 3년째 유지하면서 관련 기사를 꾸준히 써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광고 없는 일간 미디어 초유의 도전과 후원 물결'입니다. 민들레는 시민언론답게 '권력과 자본'으로 대표되는 일체의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오직 시민 편에 서서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보도하고 논평한다는 점을 핵심 기조로 삼아 출발했습니다. 그 주요한 실천으로서 상업 광고를 일절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처음엔 모든 광고를 거부했으나 지난해 11월 독자들께 양해를 구하는 공지를 올린 이후 지자체 등의 공익광고는 싣고 있습니다).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를 포함한 한국 언론 대다수가 대기업 광고주 등 자본의 논리에 굴복해 홍보지로 전락하고 삼성을 비롯한 재벌 비판은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극히 소극적인 실태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들레는 창간사에서부터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진정한 독립 언론이 되고자 한다고 선언했고, 이에 호응한 시민들의 후원 물결이 일간 미디어로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창간 초기부터 이어져 민들레 운영에 결정적 힘이 됐습니다. 현재 민들레 사이트 일반회원 가입자는 1만 4500명이고 후원자는 5000여 명입니다. 아직 완전한 재정 자립을 이루지는 못했고 윤석열 정권 퇴진 이후에 후원자가 다소 감소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당초 목표했던 '1만 후원자' 그 이상을 달성하고 재정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갖추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민들레에 단비를 뿌려준 외부 필진의 활약'입니다. 민들레는 신생 매체이고 아직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 노출되는 것도 아니지만 창간 초기부터 기성 언론사 통틀어 국내 최고 수준의 외부 필자들이 속속 모여들어 지면을 풍성하게 해줬습니다. 여러 분야의 고정 칼럼 필진이 담당하고 있는 '민들레 광장', 기고를 원하는 전문가나 일반 시민들이 부정기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하는 '민들레 들판' 코너는 저희 내부 구성원들이 쓰는 정규 기사와 함께 민들레 콘텐츠를 이루는 3대 축입니다.
창간 때부터 박순찬 화백이 매주 두 차례 게재하고 있는 <만화시사> 또한 신문 만평이 빈사 상태인 시대에 특유의 교묘하면서도 세련된 그림체와 번뜩이는 풍자로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와 김성진 시민언론 민들레 기자, 김시몬 뉴탐사 기자, 조하준 굿모닝충청 기자가 지난해 10월 결성한 워치독은 크고 작은 단독 기사를 맹렬하게 터뜨리며 협업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민들레 콘텐츠도 보강해주고 있습니다. 이 팀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본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시민언론다운 시민기자 활성화'입니다. 민들레는 창간 때부터 일반 독자들의 글도 간간이 실어 왔습니다만, 지난해 11월 창간 2주년에 즈음해 본격적인 시민기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민들레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참언론의 꽃씨를 함께 퍼뜨릴 시민기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기자회원 가입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민기자 기사 작성 수칙도 제정했습니다. 이후로 기자회원 가입이 차차 증가해 현재 등록 시민기자 수는 230명, 기사를 1건 이상 출고한 분이 50명, 전체 누적 기사 건수는 750여 건에 달합니다.
기사와 칼럼, 에세이, 만평에 창작곡까지 시민기자들이 제공해주는 다양하고도 차별화한 콘텐츠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시민기자들은 민들레의 든든한 우군이자 동반자입니다. 이로써 민들레는 명실상부한 '시민언론'으로서 그 정체성과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됐습니다. 조만간 해외 통신원도 공식적으로 모집하려고 하는데 이미 미국, 영국, 독일, 대만 통신원으로 활동하실 분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현재 전반적인 시민기자 관리와 데스크 업무는 유상규 에디터가 맡아 진력하고 있습니다. 시민기자들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차원에서 다음 달 중에 연말 시상식을 개최하기로 하고 준비 중입니다.
여섯 번째는 '유튜브 플랫폼으로의 확장'입니다. 민들레는 조중동을 위시한 중앙일간지 중심의 기성 언론 체제에 대항하고자 일간 텍스트 미디어로 출범했습니다만, 시대적 추세에 맞춰 유튜브에 '민들레TV' 채널을 개설했고 영상 미디어로서도 지평을 넓히려고 합니다. 초기엔 민들레 기사를 AI 더빙으로 음성 서비스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이후 문희정 시사평론가, 송요훈 전 MBC 기자, 그리고 이지은 변호사가 진행을 맡아주면서 정규 라이브 방송 영상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각 분야의 명망 있는 전문가들이 패널로 출연해 그때그때 현안 이슈에 부합하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하면서 현재 구독자 수는 14만 7000명, 동영상 3600여 개, 총 조회수는 약 4300만 회에 달합니다. 한동안 촛불행동tv 스튜디오를 빌려 쓰다가 최근엔 민들레 사무실 인근에 자체 스튜디오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출연진과 프로그램의 퀄리티에 비해 개별 영상 조회수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여러 가지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민들레 꽃씨를 더 멀리 전파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민들레는 독립 언론의 모범을 보이고 동시에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의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운영의 공익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이는 차원에서 지난해 사단법인 보루를 설립했고 여기에 여덟 분이 이사로 참여해 민들레 경영을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엔 독자들의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이를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독자위원회도 구성했습니다. 지난해 창설돼 올해 10월에 두 번째로 개최된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에는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습니다.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는 공론장을 바로잡고 민들레 독자층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도 포털에 진출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우선 포털 다음에 입점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윤석열 정권 내내 포털 신규 입점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창간 때 계획과 달리 늦어졌습니다만,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신규 제휴 언론사 심사 기준에 대한 제정 작업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발표가 나오는 대로 대처하려고 합니다.
민들레는 아직 인력과 재정이 미비하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기득권 언론 카르텔을 뚫고 내란 사태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또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 언론 개혁, 나아가 사회 대개혁을 이룰 때까지 깨어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을 바랍니다. 나쁜 언론을 욕하고 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언론을 키우는 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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