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격' 땐 라틴아메리카 전체 봉기 경고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인민 사회정상회의 연설
마약 운반선 공격 17번째…사망자 69명
페트로 "불법 무역에 종사하는 노동자"
압권은 페트로 유엔 연설과 집회 참석
"워싱턴·나토, 폭정과 전체주의 되살려"
"재규어를 깨우지 말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8일 카리브해 연안의 산타마르타에서 열린 제3차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인민 사회정상회의 연설에서 '마약 밀매 카르텔 섬멸'을 구실로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상대로 군사 공격도 불사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9일 스페인 카데나 SER 등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전설에서 황금독수리(Golden Eagle·미국 상징)가 콘도르(Condor·라틴아메리카 상징)를 공격해 죽이려고 하면...우리 민족의 고대 조상인 재규어(라틴아메리카 전체의 저항 정신 상징)가 깨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금독수리가 감히 콘도르를 공격한다면, 재규어는 화를 낼 것이다. 이것은 예언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국무 직접 지목
페트로 "재규어를 깨우지 말라!"고 경고
페트로는 직접 트럼프와 루비오를 지목한 뒤 "신화가 사실이라면, 당신들은 해방자들의 바다인 카리브해를 건너올 때 조심하라. (시몬) 볼리바르의 조국을 건드리고 있다"면서 "그곳엔 허리케인에 익숙한 사람들이 살고 그들은 허리케인처럼 봉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태생의 볼리바르(1783~1830)는 남미 6개국을 스페인 제국으로부터 해방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지도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밀매 조직들을 방치한다는 이유를 들어 9월 16일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협력 파트너' 지위에서 해제해 연간 5억 달러(약 7천억 원) 규모의 마약 밀매 퇴치 지원금을 끊은 데 이어, 10월 19일엔 콜롬비아 내 마약 생산 중단을 압박했고 24일엔 페트로와 그 가족 등을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내의 모든 자산, 미국인이 소유·관리하는 자산과 이익은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마약 운반선 공격 17번째…사망자 69명
페트로 "불법 무역에 종사하는 노동자"
이날 '인민 사회정상회의'는 9일 열린 제4차 유럽연합(EU)-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개최된 것이다. EU 27개 회원국과 CELAC 33개 회원국 정상이 그 대상이었지만, 이번엔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다수 불참했다. 페트로는 최근 X에서 "미주 평화를 반대하는 외국 세력이 정상회의 실패를 원하고 있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9월부터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을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등에 미군 함정과 전투기를 배치하고 마약 운반선을 공격하는 중이다. 6일 현재 미국의 마약 운반 의심 선박 공격은 17번째이며, 사망자 수도 최소 69명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페트로는 "단 한 명의 마약 밀매범도 없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불법적인 무역에 종사하는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들이다"라고 맞섰다. 앞서 그는 미국의 이런 행동을 "사법 절차 없는 처형"이라고 규탄했다. 산타마르타는 미군이 '마약 운반선과의 전쟁'을 펼치기 위해 지정한 곳에서 약 100㎞ 떨어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피격된 선박들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해안에서 미국으로 마약을 운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트로의 좌파 정부는 콜롬비아 '최초'
트럼프 백악관 복귀 후 사사건건 충돌
페트로는 대화의 창을 닫지는 않았지만, 대화가 "대등하게, 동등한 입장에서, 무릎 꿇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연설에서 페트로는 "볼리바르의 꿈을 다시 통합해 강력해지기 위해 '대콜롬비아'를 부활시키자고 촉구한 뒤, 뜻을 같이하는 3~4개국의 제헌의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2년 8월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부를 탄생시킨 페트로 대통령이 처음부터 미국과 척졌던 건 아니다. 그동안 중남미 좌파 성향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미국과도 우호적으로 지냈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 이후 이민과 마약,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 등의 이슈로 사사건건 맞부딪혔다.
올해 1월 미국의 '불법 이민자 송환' 항공기 착륙을 거부했다가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밀려 9시간 만에 철회한 게 그 신호탄이었다. 그 절정은 9월 23일 페트로의 유엔 총회 연설과 26일 뉴욕 유엔본부 빌딩 인근에서 진행된 팔레스타인 지지 및 미국·이스라엘 규탄 집회 참석이었다.
압권은 페트로 유엔 연설과 집회 참석
"워싱턴·나토, 폭정과 전체주의 되살려"
43분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 페트로는 "폭탄은 가자에만...카리브에만 떨어지지 않고 자유를 부르짖는 인류 전체에 떨어질 것이다. 워싱턴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민주주의를 살해하고 전 세계적으로 폭정과 전체주의를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성토했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 저들은 히틀러랑 똑같은 짓을 한다...이민자들이 열등 인종이라고 하고 모든 책임을 이민자에게 떠넘긴다. 유대인들에게 그랬듯이. 그리고 테러리스트라고, 열등하다고, 도둑에 마약상 뭐든 다 갖다 붙인다"고 반박했고, "이민은 최빈국을 갚을 수 없는 빚, 욕망으로 가득 찬 빚으로 다 털어먹은 결과다. 이민은 미국과 나토 유럽이 석유를 차지하려고 벌인 전쟁과 침략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민은 붕괴로 향하는 기후 위기의 결과일 뿐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9월 26일 미국·이스라엘 규탄 집회에 외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직접 참석한 페트로는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다. 그걸 달리 부를 필요가 없다. 제노사이드의 목적은 팔레스타인 인민을 제거하는 것이다"라면서 "나는 모든 미군 장병에게 총구를 인류에게 겨누지 말 것을 요청한다.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인류의 명령에 복종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폭력적 선동 행위"라면서 페트로의 미국 비자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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