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북쪽 이주 불가피…서구 정치 균형 '파괴'

"아프리카는 30억 명을 감당할 능력 없다"

로마 제국 재편한 '게르만족 대이주' 비유

"외부 민족과 로마 문명 융합이 유럽 토대"

'거대한 이주 흐름' 국경 강화론 못 막아

"미래의 위대한 문명은 남쪽 이주민들과

북쪽 노령화 사회들의 융합을 통해 출현"

"오늘날 아프리카·이슬람권·인도 이 세 지역이 글로벌 인구 증가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2070년엔 이들 지역은 합해서 30억 명 이상의 인구를 추가할 것이다. 세계 인구 3분의 2가 아프리카인, 무슬림, 또는 인도인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자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으로 가는 도중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2025. 11. 07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자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으로 가는 도중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2025. 11. 07 [AP=연합뉴스]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인구학적 변동"
라지네르, 반이민 '극우 포퓰리즘' 비판

저명한 튀르키예 학자 세다트 라지네르 박사는 '거대한 인구학적 역전: 북쪽은 수축, 남쪽은 급증'이란 7일 자 <모던디플로머시> 기고에서 이렇게 예상하면서 "이들 중 단 10억 명만 북쪽으로 이주해도 유럽과 북미의 인구학적, 정치적 균형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라지네르는 "이런 미래는 먼 얘기로 들리겠지만, 이미 시작됐다. 유럽과 미국은 중대한 인구학적, 정치적 변동의 한가운데에 있다. 미국 트럼프주의와 유럽 포퓰리즘 운동의 부상은 그 핵심을 보면, 이런 뒤 바뀐 인구학적 흐름에 대한 반작용이다"라고 풀이했다.

이 글에서 그는 "역사가 기록된 이래 인류는 가장 중대한 인구학적 변동을 마주하고 있다. 19~20세기에 정점에 달했던 서방국들의 인구가 적어도 지난 반세기 동안 정체되거나 심지어 감소해 왔다"면서 글로벌 인구 변동의 실태와 문제, 성격, 그리고 전 세계에 미칠 경제, 정치적 영향을 소개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도심 거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청년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도심 거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청년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70년까지 아프리카·이슬람권·인도가
30억 명을 추가, 세계 인구의 셋 중 둘"

라지네르는 "유럽·북미·러시아·일본·한국을 아우르는 지구 북부 전역에서 출산율이 붕괴 중이다. 인구는 줄어드는 동시에 노령화되고 있다. 한때 세계의 인구 대국이었던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일본 같은 나라들이 이제 갑작스러운 인구학적 붕괴란 유령을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이들 지역이 겪는 급격한 인구 감소의 실상이 국제 이주로 인해 일부 은폐되고 있다. 일례로, 독일 인구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민족적' 독일인 수는 줄고 있고, 인구 성장은 오직 이민과 이민자 출신 가정의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통해서만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출산율은 세계 대부분에서 줄어드는 중이다. 도시화, 교육, 그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 등이 세계적으로 가족 규모를 꾸준히 줄어들게 했다.

그러나 감소의 속도는 지역마다 아주 다르다. 서유럽에서 여성 1인당 평균 자녀 수는 약 1.5명으로 떨어졌고, 몇몇 주요 도시에선 1.0명 미만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선 여전히 출산율이 비교적 높게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면, 니제르에서는 여성 1인당 평균 자녀 수가 2000년 7명에서 현재 6명으로 역시 감소했지만, 유럽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24일, 서브사하라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72명을 태운 보트가 해양 구조선 살바마르 나비아의 호위를 받으며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엘 이에로섬 항구에 도착하고 있다. 2025. 10. 24 [EPA=연합뉴스]
24일, 서브사하라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72명을 태운 보트가 해양 구조선 살바마르 나비아의 호위를 받으며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엘 이에로섬 항구에 도착하고 있다. 2025. 10. 24 [EPA=연합뉴스]

"남쪽서 북쪽으로 10억 명만 이주해도"
서구의 인구학적, 정치적 균형 '파괴'

라지네르는 "그 결과, 북쪽의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대부분은 계속해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약 15억 명인 아프리카 인구는 2070년까지 45년 이내에 32억 명으로 늘어나, 2070년엔 지구인의 절반 가까이가 아프리카인일 수 있다.

급속히 팽창하는 또 다른 집단은 이슬람권이다. 현재 인류의 약 25%를 점하는 무슬림은 25년 안에 30%를 넘고 2070년엔 최소한 지구인의 셋 중 하나에 이를 걸로 예상된다. 거의 둘 중 하나까지 무슬림일 거란 추정도 있다.

예를 들면, 2050년~2070년 기간에 예멘 인구는 영국이나 프랑스 인구보다 많아지고, 아프가니스탄은 8000만 명을 넘어서며, 이라크는 1억 명을 찍을 수 있을 걸로 예측됐다. 중동은 한때 인구가 희박했던 사막이었지만, 이번 세기 중반까지 유럽연합(EU) 전체의 1.5배에 달하는 인구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1일,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플라야스 데 티후아나에서 ‘죽은 이들의 날’ 행사에서 멕시코-미국 국경 장벽에서 숨진 이주민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5. 11. 01 [AFP=연합뉴스]
1일,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플라야스 데 티후아나에서 ‘죽은 이들의 날’ 행사에서 멕시코-미국 국경 장벽에서 숨진 이주민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5. 11. 01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30억 명 감당할 능력 없다,
북쪽을 향한 대규모 이주는 거의 확실"

라지네르는 "북쪽이 노령화, 공동화하는 동안 남쪽은 전례 없는 인구 붐을 겪고 있다. 인류는 지금 역사상 가장 가파른 출산율 하락과 가장 빠른 인구 증가를 동시에 지켜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는 불가피하다. 남쪽은 팽창하고 북쪽은 축소됨에 따라 이주 압력은 강화될 것이다"라고 봤다.

그는 "지금 15억 명을 먹여 살리기도 버거운 아프리카는 30억 명 이상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며, 북쪽을 향한 대규모 이주는 거의 확실하다. 마찬가지로 8000만 명에 이를 아프가니스탄도 기회와 생존을 찾아 불가피하게 수백만 명이 북쪽으로 보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출신 이민자를 막고자 국경을 강화하고 미등록 이민자를 추방하는 '극우 포퓰리리즘' 대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주를 '침략'으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프랑스 국민연합(RN) 하원 원내대표인 마린 르펜, 독일 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 같은 서방의 극우 포퓰리스트들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14일, 텍사스주 이글패스의 국경 장벽 뒤로 해가 지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연방정부가 미 남서부 국경을 따라 230마일에 걸쳐 장벽을 확장하기 위해 총 40억 달러가 넘는 10건의 건설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계약들은 조명, 카메라, 강철 장벽, 그리고 다양한 탐지 기술을 포함한 추가 보안 조치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 10. 14 [AFP=연합뉴스]
14일, 텍사스주 이글패스의 국경 장벽 뒤로 해가 지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연방정부가 미 남서부 국경을 따라 230마일에 걸쳐 장벽을 확장하기 위해 총 40억 달러가 넘는 10건의 건설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계약들은 조명, 카메라, 강철 장벽, 그리고 다양한 탐지 기술을 포함한 추가 보안 조치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 10. 14 [AFP=연합뉴스]

로마 제국 재편한 '게르만족 대이주'에 비유
"외부 민족과 로마 문명 융합이 유럽 토대"

라지네르는 "트럼프는 장벽을 세우고, 유럽 지도자들이 국경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이런 규모의 이주는 막을 수 없다. 남쪽 수십억 명 중에 일부만 북쪽으로 이동해도 어떤 장벽도 그들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용하고 보이지 않는 이주가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 로마 제국을 재편한 '게르만족의 대이주'(Great Migrations)에 비유했다. 이에 라지네르는 "로마의 역사적 교훈은 이주가 로마를 파괴한 게 아니라, 로마가 인구학적 변화를 통합하고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민족들과 로마 문명의 융합이 궁극적으로 근대 유럽의 토대를 만들어냈다. 아마도 미래의 위대한 문명은 이와 비슷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이주민과 노령화하는 북쪽 사회들 간의 융합을 통해 출현할 것이다"라고 봤다.

 

 1일, 이탈리아, 알바니아를 포함한 유럽 인권 운동가들이 알바니아 갸데르에 있는 이탈리아 운영 이주민 수용소 밖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 11. 01 [AFP=연합뉴스]
 1일, 이탈리아, 알바니아를 포함한 유럽 인권 운동가들이 알바니아 갸데르에 있는 이탈리아 운영 이주민 수용소 밖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 11. 01 [AFP=연합뉴스]

"미래의 위대한 문명은 남쪽 이주민들과
북쪽 노령화 사회들 간 융합 통해 출현"

라지네르는 "미래는 이미 다가오고 멈출 수 없으며, 단지 관리될 뿐이다"라며 "인류의 가장 현명한 길은 인구학적 변화의 구조적 흐름들에 저항하기보다는 그것들에 대비, 적응하고 그것들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영국의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라지네르는 차나칼레대 총장과 앙카라의 국제전략연구기구(USAK) 회장 등을 지냈으며, 반체제 운동으로 2016년에 체포돼 7년을 복역했다. 라지네르는 2006년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젊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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