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공급받으면 미 군산복합체 하수인 되나

핵잠수함 보유, 북핵에 상응하는 억지력 지닐 것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

핵전쟁을 막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한 역설

남북 재통합 위한 핵잠 가진 ‘잠재 핵보유국’ 지위

미국 버지니아급 고속 공격 잠수함 USS 미네소타(SSN-783)가 지난 3월 16일 호주 서호주 해안에서 포착됐다. 2025.3.16.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급 고속 공격 잠수함 USS 미네소타(SSN-783)가 지난 3월 16일 호주 서호주 해안에서 포착됐다. 2025.3.16.로이터 연합뉴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고 싶어 한다는 북미 정상 회담을 비롯한 북미 대화 및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북한의 핵무기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북한은 ‘비핵화’ 논의를 전제한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중국 정상들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북한은 외무상 명의의 성명을 통해 “비핵화는 개꿈”이라고 미리 못을 박기까지 했다.

북한은 자국이 핵 보유국임을 오래 전에 선언했고, 그것을 미국 등 서방과 한국이 인정하기를 요구한다. 그것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면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 대화 제의를 해봤자 북한은 결연히 거부한다.

미국도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라는 걸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줄곧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지칭해 왔다. 남은 것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 아니라는 정치적 선언을 거두어들이는 것뿐이다.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

서방과 한국이 그것을 인정하든 말든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이다. 지금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100기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2027년까지 최대 242기에 이를 것이라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보고서도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21년 ‘북한 안전조치 적용’ 보고서도 북한이 무기용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핵 보유국일 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해 쏘아올릴 장단거리 미사일들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핵무기를 수중에서 발사하는 전략핵잠수함까지 개발하고 있다.

2021년 1월 제8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은 핵무기의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추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사정거리 1만 5천km 미사일의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비행무기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천명했다. 이 핵잠수함은 핵탄두 탑재 수중발사 탄도미사일(SLBM)들을 실은 신형 전략핵잠수함(SSBN.Submersible Ship, Ballistic missile, Nuclear powered)이다. 5년이 지난 지금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까지의 핵 개발 과정과 저간의 북한 태세로 볼 때, 이대로 가면 시간문제일 뿐 북한은 핵무기 제조와 저장, 발사체제를 갖춘 강력한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러시아도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최근엔 사실상 핵보유를 인정하고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러시아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돕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2일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통신은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북동방향으로 발사된 2개의 극초음속비행체는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등판의 목표점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됐다. 2025.10.23.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2일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통신은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북동방향으로 발사된 2개의 극초음속비행체는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등판의 목표점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됐다. 2025.10.23.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핵연료 공급받으면 미 군산복합체 하수인 되나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및 운용과 관련한 우려 또는 반대론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을 경우 미국 군산복합체에 더 깊이 종속당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럴 위험성이 다분한 걱정거리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한반도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하고 있는 주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모두 핵무장 대국들이고, 핵 재처리 능력과 다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도 ‘잠재적 핵보유국’인 상황에서 북한마저 핵무장을 가속화하고 가운데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마찬가지로 핵무장으로 대응하거나, 끝까지 비무장 중립을 고수하거나, 핵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을 세계정부나 다른 강력한 핵무장국의 핵 억지력에 기대어 보장받는 것이다. 세계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핵무기 즉 재래식무기의 위력을 극대화해서 대응하는 또 다른 옆길이 없지 않으나,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대결은 그 엄청난 위력의 격차 때문에 1대 1 대응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기술과 운반기술이 초기 미숙한 단계여서 위력 및 기술이 약한, 전체 핵전력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 단계에서는 재래식무기 개량과 대량 축적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핵 및 운반수단 개발은 이미 그 단계를 훨씬 지난 것으로 보인다. 단 한 발만으로도 한 나라의 모든 것을 궤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핵폭탄은 그 파괴력에서 재래식무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세 가지 선택 중에서 비무장 중립도 대립하는 세력들간의 힘의 균형이 유지되거나 선의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어서,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다.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강력한 후견국 또는 이해국의 핵 억지력에 나라의 안전(국가안보)을 맡기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그 나라는 미국이다.

국가의 명운을 계속 미국 핵무기에 기댈 경우, 미국이 유사시 자국이 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핵공격을 받는 피후견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동원할 것이냐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핵잠수함용 핵연료가 미국 군산복합체의 다단계 상품 같은 것이어서 그것을 한 번 받아 쓰게 되면 핵 자주권은 물론 국가안보와 관련산업 전체를 그들의 ‘손아귀’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는 주장의 허점 내지 논리적 모순은 너무나 명백하다.

 

독일 해군 전기 공격 잠수함 U32(212A형)가 10월 16일 노르웨이 하르스타드 인근에서 항해하고 있다. 독일 해군은 10월 6일부터 30일까지 북해 노르웨이 연안에서 3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연례 '미사일 발사 훈련(MFE)'을 실시한다. '안도야(Andoya)'라는 이름의 올해 훈련은 독일 해군, 공군, 육군 승무원들이 거의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복잡한 무기 체계와 절차를 훈련한다. 2025.20.16.EPA 연합뉴스
독일 해군 전기 공격 잠수함 U32(212A형)가 10월 16일 노르웨이 하르스타드 인근에서 항해하고 있다. 독일 해군은 10월 6일부터 30일까지 북해 노르웨이 연안에서 3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연례 '미사일 발사 훈련(MFE)'을 실시한다. '안도야(Andoya)'라는 이름의 올해 훈련은 독일 해군, 공군, 육군 승무원들이 거의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복잡한 무기 체계와 절차를 훈련한다. 2025.20.16.EPA 연합뉴스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의 손아귀에 더는 들어갈 데가 없을 만큼 들어가 있다. 게다가 전쟁(휴전) 중인 북한과 주변 모든 나라들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을 때 자체 핵무장이 아니면, 미국의 핵 억지력에 국가안보를 맡기거나, 재래식 무기 강화로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미국의 안보 개입은 더욱 더 강화되고 전면화할 수밖에 없다. 핵연료 공급을 매개로 한 미국 군산복합체의 핵무기 산업 내지 방위산업에 종속당하는 것은 그 일부일 뿐이다.

미국제 핵연료 거부가 한국의 안보 자주권을 그나마 미 군산복합체의 ‘마수’로부터 지켜 줄 것이라는 건 비현실적이다. 그런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미국산 핵연료를 쓰고, 미국의 핵기술을 일부라도 차용하고, 그들의 정보와 교본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핵잠수함 건조와 운용이 미국의 대중국 패권경쟁에 더 깊이 말려드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걱정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그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지 않은가. 핵잠수함 연료를 공급받는다고 ‘자주적’이던 나라가 비자주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이미 자주국가가 아닌 현실을 도외시한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까.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원천기술이 미국에서 나왔다고 해서 그 기술을 쓰는 모든 나라 모든 기업들이 일방적 수탈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군사 및 방산 분야는 일반 상업 내지 비즈니스와는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미국과 러시아, 독일의 기술을 받아들인 K2, K9, KF-21, 로켓(미사일), 디젤 잠수함과 그 기술자들이 전적으로 그들 기술제공 나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것은 아니다. 핵연료도 일단 그 기술을 익히고 거기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고 나면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체제 내에서 다양한 조달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핵 자체의 반생명적 위험성이나 부도덕성에 대한 논의는 또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2025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미 핵잠수함 추진 합의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30.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2025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미 핵잠수함 추진 합의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30. 연합뉴스

핵잠수함 보유, 북핵에 상응하는 억지력 지닐 것

만일에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아 핵잠수함을 운용할 경우, 한국은 사실상 핵보유국에 버금가는 핵 대응능력을 갖게 된다. 이미 탄도미사일 수중 수직발사장치(VLS)를 장착한 첨단 잠수함들을 개발해 실전배치한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나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얘기하듯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운용할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다.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용해 온 원전대국 한국은 상당한 핵기술을 이미 축적하고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한미 원자력협정이나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가 공급을 막고 있는 핵연료 공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핵연료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미국 주도의 한미 원자력협정이나 NPT체제에 따른 장벽을 개정하든 피해 가든 일정 부분 제거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핵잠수함이 디젤잠수함 등 재래식 잠수함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한 번 잠항에 나서면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몇 개월씩 장시간 물속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무 5 등의 대량 파괴력을 지닌 재래식 미사일이나 핵탄두 탑재 미사일로 무장한 핵잠수함이 한반도 주변 해역이나 대양의 물밑을 배회하면서 공격목표들을 설정하고 발사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면, 북한은 물론 주변 어느 나라도 한국을 무력공격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말했듯이, 막강한 보복공격 능력을 지닌 4척 이상(9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할 경우 북한의 핵위협은 상쇄되고 한국은 북한과 대등하거나 거의 대등한 사실상의 핵 억지력을 갖게 된다. 핵탄두 탑재 미사일이 아니라 현무5와 같은 대량파괴력을 지닌 재래식 첨단무기들을 싣고 있는 잠수함일지라도 그것이 핵잠수함이면 위력은 대폭 증대된다. 핵무기를 단기간에 제조할 수 있는 기술과 핵물질을 보유한 ‘잠재적 핵보유국’의 핵잠수함이라면 핵무기급 핵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

핵전쟁을 막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한 역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공격용이 아니라 북한이 이미 상당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 가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비형 내지 자위용이다. 말하자면 핵무기를 쓸 수 없게 만들기 위한 핵잠수함이다. 프랑스의 역사인구학자 에마뉘엘 토드가 지난 1일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분쟁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핵무기 보유가 유효하다”고 한 얘기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시민언론 민들레> 11월 2일 "미국 제조업 부활 막는 건 달러 패권과 기술자 부족") 주변 모든 나라가 핵무장을 할 경우 비핵국가는 그들의 눈치를 보거나 위협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분쟁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어느 편 어떤 분쟁에도 가담하지 않고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핵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토드의 주장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북한과의 대화, 협상을 위해서도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얘기대로 한국의 핵잠수함은 핵연료로 추진력을 얻는 잠수함일 뿐이어서 거기에 실을 핵무기를 개발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핵연료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핵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를 거쳐야 하고, 그와 관련한 기술은 핵무기 제조 기술과 연결돼 있어서 무기급 핵농축과 재처리 가능성(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하지만 설사 그런 기술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핵무기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NPT 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제뿐만 아니라 주변 핵 대국들과의 긴장을 초래해 수출입국 한국에게 핵무기 제조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과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5.11.4 2025.1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과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5.11.4 2025.1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남북 재통합 위한 핵잠 지닌 ‘잠재 핵보유국’ 지위

하지만 일본이 누리고 있는 ‘잠재적 핵보유국’, 핵무기를 생산, 보유하진 않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플루토늄 저장 권한을 인정받는 지위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은 될 수 있다. 잠재적 핵보유국인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핵위협을 상쇄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핵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한국은 북한과 대등하거나 거의 대등한 핵 지위를 갖게 되고 대화, 협상을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북한이 대화에 응하는 전제조건처럼 내걸고 있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도 남북대화와 협상 및 재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허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의 대응 핵 억지력 확보 없이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자고 하면 한국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대북 협상에 나설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화의 전제인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려면 한국에 핵잠수함을 보유한 ‘잠재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부여하는 등의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여론의 반발 없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상호 체제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쌍방은 대화와 협력에 나서시 않을 이유가 없다. 

그때는 한미동맹도 보조적인 억지력으로 기능할 것이다. 핵잠수함이 없으면 주 기능과 보조 기능이 뒤바뀌게 된다. 핵잠수함이 없는 한국의 군사력은 미국 군사력에 의존하는 보조 기능적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은 단지 대북 대응 군사력 증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남북이 핵무기로 서로를 공격할 수 없는 대등한 핵지위를 가질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핵을 보유하고 그 지위를 인정받은 북한은 체제안전에 대한 불안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고, 핵잠수함으로 무장한 ‘잠재적 핵보유국’ 한국 역시 핵위협에 대한 걱정 없이 북한의 핵보유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대화, 협상의 길을 열 수 있다.

물론 핵 없이 그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런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서로 체제안전을 보장받은 남북한은 정치, 군사적 통합은 먼 훗날로 미루더라도 경제 문화적인 통합은 큰 어려움 없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남북 모두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므로,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과의 ‘딜’(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그것을 바랄 것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계산을 하지 않았을까. 핵보유를 인정하는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은 응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 대화가 연락사무소 개설을 거쳐 북미 수교로 이어진다면, 핵보유까지 인정받은 북한은 체제안전에 대한 불안 없이 남북대화와 재통합 논의에 나설 것이다.

핵잠수함 보유가 그런 변화로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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