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세계 5위에 올라있다. 군사 강국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이는 지속적인 예산 투입과 첨단 무기 체계의 구축, 그리고 끊임없는 전력 증강이 만들어낸 결과다. K-방산은 세계 각지로 수출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사일·방공·해군 전력 또한 이제는 주변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이라는 말 앞에서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왜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총과 미사일은 믿을 수 있지만, 그것을 쥔 손과 머리를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문제는 전력(戰力)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위기는 그것을 운용하는 군 수뇌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붕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무기라도, 그 무기를 다루는 사람의 의지와 판단이 무너지면 쇳덩이에 불과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국방력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장병들의 사기, 그리고 지휘부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에 있다.
지난해 벌어진 '내란 사태'는 이런 불안을 현실로 확인한 사건이다. 국가의 안보를 지켜야 할 군 장성들은 위기의 순간에도 확고한 판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는 오히려 권력의 향배를 살피며 진급과 자리보전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군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특정 세력의 친위 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심을 자초했다. 이 사건은 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만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아직도 국가 안보를 외부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것도, 어쩌면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이나 주변국의 군사력 때문만이 아니다. 정작 두려운 것은 군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기회주의, 그리고 국가의 안보를 안에서부터 갉아먹는 일이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미국이나 우방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문제 이전에, 우리 군 스스로의 자정 능력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국민과 국가만을 위해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군.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강한 군대'의 진짜 모습이다.
정부와 군 수뇌부는 세계 5위라는 숫자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기보다 사람이고, 기술보다 신뢰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방력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총과 미사일이 아니라, 그것을 쥔 사람의 양심과 책임감이 진짜 안보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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