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문화, 은퇴가 교차하는 새로운 중심으로

새만금에 신재생 에너지 단지 조성 (PG)
새만금에 신재생 에너지 단지 조성 (PG)

'새만금'
이 단어에 전북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이어진 논의와 기대 끝에 미완의 호수와 반복된 계획만 남았을 뿐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새만금이 다시 살아나려면,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지위를 실험의 무대로 전환해야 한다. 더는 중앙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전북 스스로가 국가 실험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산업의 미래는 인공지능(AI)이지만, AI는 특정 산업단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전북의 현실적인 산업, 즉 중소 제조업과 식품·화학·기계 산업에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생산 효율화, 품질 예측, 에너지 절감은 모두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산업 AI 전략을 지역 제조업에 적용하면, 낡은 경쟁력을 새로운 무기로 바꿀 수 있다. 전북이야말로 AI와 전통 산업의 융합 실험이 가장 절실한 곳이다.

이와 함께 관광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단순한 '힐링 여행'을 넘어선 치유산업, 체험형 관광은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전북 동쪽 산악 지대에 풍부한 기회와 자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단지 '부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북은 이를 웰니스 산업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AI 기반 헬스케어, 스마트 재활, 로컬 체험이 어우러진다면, 전북은 고령'사회 대응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

새만금은 전북을 리부트할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새만금은 전북을 리부트할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새만금은 에너지 분야에도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해상 풍력과 수상 태양광이 공존하는 새만금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핵심 실험지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예측 유지보수, 실시간 전력망 관리 시스템이 결합된다면, 새만금은 더 이상 미완의 간척지가 아니라 한국형 에너지 테스트베드로 진화할 수 있다. 에너지 및 AI 산업의 다음 단계를 묻는다면, 그 해답은 바로 새만금에 있다.

또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귀농·귀촌은 새로운 산업의 씨앗이 되고 있다. 스마트팜과 데이터 기반 농업을 통해, 귀향은 낭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태경제로 발전할 수 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동은 단순한 인구 흐름이 아니라 산업의 재배치다. 농업을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인프라로 보고, 도로와 상하수도처럼 국가적 수준의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전북은 나아가 '은퇴도시'라는 개념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고창, 김제, 새만금을 축으로 의료, 문화, 레저가 융합된 액티브 시니어 허브를 조성한다면, 전북은 인구 감소의 상징이 아니라 은퇴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 마이애미가 미국 노년층의 삶을 책임졌듯, 전북도 제2의 삶을 위한 한국형 모델이 될 수 있다.

관광 자산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전주의 한옥마을은 이미 한 차례 황금기를 지나왔다. 이제는 '한옥 2.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옥은 더 이상 기와지붕의 낭만에 머물 수 없다. 공예, 디자인, 스타트업이 결합된 로컬 브랜드 실험장으로 진화해야 한다. 질적 전환 없이는 관광도 더 이상 미래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도시 구조 측면에서도 전북은 결정적 전환점에 와 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은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투자와 프로젝트 실행의 기반이다. 인구 100만의 광역도시가 돼야 인프라 투자, 대학 혁신, 공항·철도와 같은 국가급 프로젝트를 유치할 수 있다. 행정구역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권의 통합이다. 삶의 단위를 기준으로 도시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전북현대' 축구는 이 변화의 상징이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지역 문화와 경제를 잇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한국 최고의 스포츠 팀으로서의 서사를 지역 사회에 아로새겨야 한다. 팬 문화, 굿즈 산업, 지역 브랜딩이 결합된 문화경제 생태계를 통해, 전북은 축구장을 문화산업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문화가 경제다'라는 말은 이곳에서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형 이벤트에 대한 전략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올림픽 유치로 경제 모멘텀을 얻는 과거 방식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올림픽은 이제 명예다.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다. 이 보이지 않는 자산을 가치화해 지속가능성의 산업·문화 축제로 이어지도록 체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지역경제의 진짜 기반이다.

전북의 도전은 자금 부족이나 조건의 열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전의 구조를 설계할 권한이 있는 특별자치도'라는 기회에서 출발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행이다. 새만금에서 다시 시작해 산업, 에너지, 문화, 은퇴경제를 하나로 엮는 전북 리부트 모델을 완성할 수 있다면, 전북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한국 지방의 미래가 실험되고 실현되는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