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분향소 치우고 지하 4층으로 내려가라"
유족들 "아이들 못 지켰지만 분향소는 지킬 것"
"서울시 안전 핑계, 오히려 강제 집행이 위험해"
서울시가 6일 오후 5시 30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분향소를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2차 계고장을 보냈다. 2차 계고장은 행정대집행을 앞둔 '최후통첩'이다.
서울시는 이미 같은 날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판례에 따라 2차 계고까지 마치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제 2차 계고장까지 보냈으니 예고한 대로 8일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2차 계고장 수령도 거부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분향소를 철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태원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는데 죽어서까지 분향소를 지키지 못하면 저희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들 단호한 결의를 다지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 분향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아이들도 숨 막혀 죽었는데 우리도 그 지하 4층에 내려가서 숨 막혀 죽으라는 소리냐. 이태원 참사가 대한민국에서 조용해질 때까지 지하에 가서 아이들과 똑같이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이어 "아이가 아닌 내가 먼저 죽었어야 되는데, 지금 살아 있는 것 자체에 다들 죄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정민 유가협 부대표도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에서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 나가면 우리도 죽은 목숨으로 같이 나갈 것"이며 "계고장 열 장, 백 장, 수천 장을 보내도 여기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불법적으로 점유한 시설물을 온정으로 방치한다면 무질서를 통제할 수 없게 되고,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시민들간 충돌도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송진영 유가협 부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가 안전을 핑계로 오히려 분향소 현장을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트리고 있다"며 "벌써 유족 가운데 다치는 분들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은 절대 타협하지 않고 분향소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지난 4일 경찰과 공무원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어렵사리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시는 같은 날 저녁 '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라'는 1차 계고장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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