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시민, 서울광장에 새 분향소 설치

시민 단결된 힘으로 경찰 몰아내고 추모 장소 마련

유족 "윤석열 우리 목소리 들을 때까지 광장서 투쟁"

"우리가 무인도에 버려진 게 아니라 정부가 버려져"

야3당 대표 참석…"이상민 탄핵안 임시국회서 통과"

희생자 111명 이름 불러 추모…"내 새끼, 사랑한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새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2023.2.4.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새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2023.2.4.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영정과 위패도 없이 추모했던 서울광장 자리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가족들이 이태원 사고지 인근 녹사평역에 있던 분향소를 옮긴 것은 이제 추모를 넘어 진상 규명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를 향해 투쟁을 하겠다는 선포다. 또한 민의의 광장인 서울광장 한복판에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1시 녹사평역 시민분향소에서 광화문 광장을 향해 추모 행진을 시작했다. 붉은 목도리를 하고 흰 장갑을 낀 유가족들은 희생자 159명의 영정을 한 점씩 건네받아 품에 안았다. 유가족들이 참석하지 못한 경우 천주교·불교·개신교·성공회·원불교 등 주요 종단 종교인들이 대신 영정을 들었다. 시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참석 의사를 밝힌 유가족은 80여명이었지만 이날 90여명이 모였다. 지방에서 온 가족들도 있었다. 유가족 뒤를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뒤따랐다.

녹사평역에서 출발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오전 11시 30분쯤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에서 한 차례 멈췄다. 이들은 "국가 책임 인정하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 "참사의 최고 책임자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하라"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위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는 선도 차량에 올라 "왜 우리 애들이 이태원 골목에서 못 돌아왔는지 대통령은 설명하라"며 "왜 휴대폰도 주지 않았는지 뭘 조사하려고 했는지 설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2.4.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2.4.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행진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행진 대오가 도심을 지나면서 참여 시민의 수가 늘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희생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면서 "기억합니다"라고 외치며 추모했다. 신자유연대 대표 김상진 씨가 차량에 대형 확성기를 달고 삼각지역 사거리에서 "유가족이 아니라 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를 보고 하는 말"이라며 "너희는 선택적 추모 팔이를 하고 있잖아 나쁜 X들아"라고 소리쳐 시민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유족·시민 힘 모아 경찰 방해 이겨내고 새 분향소 설치

유가족과 종교계 인사, 시민들은 오후 1시 10분쯤 서울광장을 지날 무렵 멈춰섰다. 이어 시민대책회의 측에서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막아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한다. 경찰을 막아달라. 분향소 설치를 도와달라"고 외쳤고, 영정을 든 유가족들과 시민 2000여 명이 경찰 통제선을 밀고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앞 공간 확보에 나섰다. 시민들은 "추모할 권리를 보장하라" "국가책임 인정하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 "참사의 최고책임자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하라"고 외치며 경찰병력을 밀어냈다.

경찰을 밀어내고 공간을 확보한 유가족과 시민, 자원봉사자 등은 곧바로 천막을 치고 미리 준비한 목재로 분향소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분향소 설치는 약 1시간 5분 뒤인 오후 2시 15분쯤 마무리됐지만,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시민들의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경찰은 "신고한 집회 장소가 아니"라며 채증을 통지했고 시민들은 "경찰은 물러가라"며 응수했다. 경찰이 재차 "천막 주변에서 물러나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분향소가 완성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노란 옷을 입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힘을 보탰다. 분향소 설치 소식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시민들이 몰려왔다.

경찰과 서울시의 강경 대응으로 유가족이 인파에 휩쓸려 쓰러지는 위태로운 상황도 벌어졌다. 분향소 설치가 마무리된 오후 2시 20분쯤 파란색 재난안전대책본부 조끼를 입은 서울시 공무원 수십명이 분향소 철거를 시도하면서 희생자 누나 A씨가 쓰러져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현장 응급 의료를 도운 홍승권 대한가정의학회 록향의료재단 이사는 "A씨가 처음에 2~3분간 의식을 잃어서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소방관 출신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밀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길을 열어주더니 이들 수십명이 밀고 들어오며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전했다.

애초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날 광화문 광장 옆 세종로 공원에 분향소를 차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추모대회와 추모장소 설치 등 광화문 광장 사용을 끝내 불허하면서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윤 대통령이 영정과 위패도 없이 여섯 번이나 조문을 한 곳이다. 이곳에 분향소를 새로 짓는 것은 그동안 행해진 정부의 은폐 시도를 지우고, 시민들과 함께 온전하고 진실된 추모를 하며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유가족의 의지이기도 하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4일 오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 수십명이 분향소 철거를 시도하면서 희생자 누나 A씨가 쓰러져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2023.2.4. 김성진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4일 오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 수십명이 분향소 철거를 시도하면서 희생자 누나 A씨가 쓰러져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2023.2.4. 김성진 기자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고정 시설물을 허가없이 설치하는 것은 관련 규정상 허용될 수 없고, 더욱이 시민들 간의 충돌,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허가될 수 없다"며 "녹사평역 내 장소를 추모공간으로 거듭 제안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을 아무도 볼 수 없는 역사 내로 숨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시청광장에서 윤석열이 우리 목소리 들을 때까지 투쟁"

유가족은 분향소에 영정들을 안치한 뒤 오후 2시 45분쯤부터 서울시청 옆 도로에서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분향소 설치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몰려나오면서 추모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2만명이 참석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경찰 병력 3000명이 동원됐다. 시민대책회의는 "거짓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진실의 분향소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포하면서 참사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는 묵념을 시작으로 대회의 문을 열었다.

고 이지한 씨 아버지이자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이종철 씨는 무대 차량에 올라 "참사 100일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까지도 유가족에게 정부는 없다. (윤석열 정부는) 왜 저희들을 이다지도 매몰차게 외면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지한이를 비롯한 159명의 우리 아이들이 왜 영정 속에 있어야 하나. 우리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왜 여기와 있어야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보통 가정이다. 그런데 왜 우리들을 여기까지 불러낸 것인가"라고 탄식했다.

이 씨는 "왜 이태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갔다가 못 돌아왔는가, 왜 죽어왔는가, 112 신고가 11번이나 있었는데 정부는, 경찰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참사 이후 보고를 받기는 한 것인가.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의 159명이나 죽었는데 모를 수 있나. 뇌진탕이란 말이 어떻게 나오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향해 "윤 대통령의 귀와 눈을 막지 말라. 참모들이 똑바로 해야 나라가 잘 돌아간다"며 "이건 나라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가족이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 2023.2.4.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가족이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 2023.2.4. 연합뉴스

이 씨는 "이제 시청광장(서울광장)에서 앞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려고 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희들을 지켜달라. 저희들의 눈과 귀가 되어달라. 저희들의 입이 되어 전 국민들에게 유가족들의 이 비참한 사실을 똑바로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앞길은 험난할 것"이라며 "저희들의 투쟁에 함께 해달라"고 거듭 시민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시민들은 박수로 응답했다.

"우리가 무인도에 버려진 게 아니라 정부가 버림 받았다"

고 유연주 씨의 언니 유정 씨는 "그날 이태원 1번 출구 골목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녁 먹고 올게'라며 나간 동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알고 싶다"면서 "손조차 잡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난 가족을 다시는 볼 수 없기에, 진상조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여생을 살아갈 가족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이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오늘도 일터에 나가 죽지 않고 돌아와야 하고 친구를 만나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번화가 술자리에서 밥 먹고 술 마셨다고 놀러 나갔다고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며 "꼭 도구나 물리적 폭행이 살인이 아니다.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안해서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 또한 살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의 책임을 물었다.

고 이주영 씨 아버지이자 유가협 부대표인 이정민 씨는 "무인도에 고립된 듯 외면되고 무시당하는 서글픈 현실에 괴로워서 몸부림쳐야 했다. 아니었다. 제가 생각 잘못했다. 우리가 무인도에 버림받고 버려진 게 아니라 정부가 황량한 무인도에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무인도에 버림받았다는 사실도 모른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찰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를 둘러싸고 있다. 2023.2.4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찰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를 둘러싸고 있다. 2023.2.4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어 "국민 159명이 희생됐지만 정부는 자신은 책임없는 듯 모른 척하고 모든 책임을 현장 책임자에게만 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법의 잣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려하는 게 올바른 판단인가"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충고한다. 그런 판단은 검찰총장 때나 가능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누리는 권력 지위만큼 책임이 있다. 책임을 느끼지 못하거나 책임이 두려우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해 "그 자리는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다. 본인이 알지 모르겠지만 너무 어색하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유가족의 한 사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중히 부탁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이상민 탄핵안 반드시 통과시킬 것"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차량에 오르자 시민들이 박수로 환호했다. 이 대표는 "국가권력은 유족들의 상처를 철저하게 짓밟았다. 대통령의 사과와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유족들의 강렬하고 간절한 바람을 철저하게 묵살해왔다"며 "심지어 오늘 희생자들을 기릴 자그마한 공간을 내어달라는 이 작은 염원조차 서울시는 매몰차게 거절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평범한 유족을 투사로 만드는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행태에 분노한다"라며 "진정한 추모는 기억이다.  참사의 온전한 치유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 그리고 책임자 처벌에서 시작된다. 희생자와 유족, 모든 국민들에게 평범한 주말이 되어야 했던 10월 29일을 고통으로 만든 책임, 그 책임을 반드시 묻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마이TV 영상 캡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마이TV 영상 캡쳐)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는 국정조사 특위 결과보고서의 국회 통과 사실을 언급하며 "국가에 책임 있다는 것을, 부족하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순간"이라고 했다. 이어 "보고서에 이상민 장관의 즉각적인 파면, 참사에 책임 있는 인사 조치도 포함됐다"면서 "국회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국회 역할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용 대표는 "이 자리에 함께한 민주당, 정의당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이상민 탄핵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국회는 지난 100일 동안 몇 차례 걸쳐서 이상민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이제 망설일 시간도 망설일 이유도 없다. '이상민 방탄' 정부·여당이 방해해도 반드시 국회가 이상민 장관을 끌어내고 윤 대통령이 유가족들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도록 만들겠다"고 외쳤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피해자와 유가족, 평화로운 일상과 안전을 원하는 시민들의 마지막 무기는 기억"이라며 "권력의 거짓과 막말을 함께 기억한 이 100일이 단단하게 내려진다면 진실은 봄의 꽃을 피우며 유가족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힘차게 싸울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희생자 111명 이름 부르며 추모…"내 새끼, 사랑한다"

유가족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 군 어머니는 "재현이의 소중한 두 친구는 (참사에서) 허망하게 하늘로 갔다. 그날 이후 재현이는 예전과 다른 아이가 되어버렸다"며 "아무리 외쳐도 재현이 눈은 어딘지 모를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군은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됐지만 후유증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군의 어머니는 "10월 29일 이후 재현이는 세상에 홀로 내던져졌다. 엄마, 아빠한테 자기가 겪는 고통을 넘겨주기 미안해서 혼자 안간힘을 쓰며 살아보려 했다. 하지만 세상은 16살 어린 재현이의 고통을 방치했고 무관심했다"며 "여기서 우리 재현이가 너무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려한다"고 했다.

이 군의 어머니는 끝으로 이 군에게 "지금 엄마 옆에는 엄마와 같이 소중한 아이를 갑자기 잃어버린 유가족분들이 엄마 손을 잡아주고 계신다"면서 "재현아, 엄마 갈 때까지 밥 잘 먹고 잠 잘자고 그렇게 지내야 해. 재현아, 내 새끼,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이 군 어머니의 발언에 유가족과 시민들이 흐느껴 울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추모 행진을 하며 독립된 조사 기구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2023.2.4. 김성진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추모 행진을 하며 독립된 조사 기구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2023.2.4. 김성진 기자

아울러 이날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희생자 111명(외국인 포함)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이름을 불리지 못한 나머지 48명의 희생자에 대해서도 "기억합니다"라며 추모했다. 이름을 불린 희생자는 지난해 12월 16일 49재 시민추모제 당시 79명보다 32명 늘었다.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유가족과 시민들이 눈물을 훔치거나 오열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는 오후 4시 30분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마쳤으며, 유가족은 곧바로 영정을 모신 새 분향소로 향했다.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헌화와 묵념 등을 했다. 유가족들에게 "힘내시라"고 격려를 나누기도 했다. 유가족과 시민, 자원봉사자 등은 서울시의 기습 철거 시도를 막기 위해 순번을 정해 분향소를 지킬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의 댓글창 운영에 대해 알려 드립니다] 

이태원 참사 집중 추모기간인 2월 3~5일에 2차 가해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댓글창을 닫아 달라는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의 요청에 대해 시민언론 민들레는 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밝힙니다. 

다만 민들레의 관련 기사 댓글창에는 다른 매체들과 달리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및 진상규명 노력을 지지하는 글들 외에 2차 가해에 해당되는 글은 거의-'전혀'라고 해도 될 정도로-달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민들레는 댓글창을 닫아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의 글을 막기보다는 이 기간 중에 혹시 달릴 수 있는 2차 가해성, 악성 댓글을 발견하는 대로 즉시 삭제 조치하는 방식으로 '댓글창 닫기'에 동참하기로 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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