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공간으로 부적절…선심 베풀듯 일방 통지"
서울시, 분향소 철거 8일 오후 1시까지 일단 연기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들이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 시도에 반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들이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 시도에 반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7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단체와 시민들이 설치한 서울광장 앞 분향소 철거 기한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8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 자진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의 2차 계고장을 전날 오후 유족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일주일간 행정대집행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광장 상설 추모시설물은 시민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무단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행정집행 철거는 행정집행 기관으로서 지극히 마땅한 조치”라고 말해 ‘철거 철회’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또 유족 측에 제안한 녹사평역 추모공간 수용 여부와 유가족 측이 생각하는 추모 공간 대안을 12일까지 오후 1시까지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녹사평역 분향소를 이미 다녀왔고 지금 서울광장에 설치된 건 시가 용인할 수 있는 공식 분향소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오 부시장은 “(유가족이 요구한) 공간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반대하는 이태원 상인들과도 직접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이런 과정을 유가족 측에도 전달했는데 느닷없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또 자신이 직접 전날까지 유가족 측과 소통해온 점을 강조하면서 “오늘 오전에도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 이정민 부대표와 소통하고자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이날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후안무치식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서울시가 마땅한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것을 협의라고 부를 수 있냐”고 항의했다.

유가협은 “오 부시장은 사적으로 유가협 부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추모, 소통공간으로 마련했으니 와 보라고 통보했다”며 “(유가족 측은) 부적절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세종로 공원 분향소를 거절한 이상 위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치 녹사평역 지하 4층 공간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는데, 갑자가 유가족 측이 서울시청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는 식의 서울시의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며 “유가협이 공식적으로 세종로 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박에 거절하고 녹사평역 지하 4층을 ‘기습적으로’ 제안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가협은 “국가가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선심을 베풀듯한 태도로, 유가족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서울시야말로 유가족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들이 제시한 공간이 부득이한 선택지라면서 면담 추진만 주장하던 측이 바로 서울시였다”며 “녹사평 지하4층을 던져주고 받을려면 받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협의라고 한다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혼상제로 세운 시청분향소를 행정대집행하겠다는 것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위법하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 중 하나인 서울시가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이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후안무치한 처사를 계속할 경우 유가족과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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