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재명 반미(反美) 도박' 칼럼의 궤변
'방가조선일보' 논설주간인 김창균 씨가 2일 ‘5000만 식솔 볼모 삼아 반미(反美) 도박할 건가’라는 칼럼을 썼다. ‘5000만 식솔’은 윤석열의 내란을 이겨낸 대한국민을 가리키는 것이 틀림없다. 반미 도박이란 3500억 달러 투자에 대한 미국의 선불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결국 미국의 트럼프가 대한민국에 3500억 달러를 선불로 투자하라며 강요하는데 이 대통령이 5000만 대한국민을 볼모로 삼아 반미 도박을 하고 있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식솔'이라는 말부터 따져보자. 식솔(食率)이라는 표현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가장이 먹여 살려야 하는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를 가리킨다. 이 낱말은 윤석열의 내란 시도를 목숨을 걸고 막아낸 시민들에게 방가조선일보가 던지는 의도적인 모욕이다. 방가조선일보는 윤석열 일당의 내란 및 외환 시도를 마지못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대한국민을 배제해 오고 있다. ‘개딸’이라는 멸칭을 사용하는 것도 그 한 예이다. 자랑스럽게도 대한국민은 가장이 벌어오는 밥이나 기다리며 숟가락만 빨아대는 식솔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김 씨는 뜬금없이 우석대 박노준 총장의 인터뷰를 인용한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우석대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게 최우선입니다. 학교발전기금을 내는 분이나 교육 당국 관계자에게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선 그분들 신발을 닦고 양말을 빨아드릴 자세가 돼 있습니다.’ 갑자기 소환된 박 총장의 자세를 탓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박 총장이 밖에서 돈을 벌어들인다면, 트럼프의 협박은 집에 있는 돈을 약탈하려 드는 짓이다. 그에 무릎을 꿇고 ‘신발을 닦고 양말을 빨아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볼모라는 단어도 억지스럽다.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지강헌의 인질극이다. 그는 볼모를 잡고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아픈 말을 남기고 자결했다. 볼모는 죄 없이 잡힌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누군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범죄 행위를 가리킬 때 등장하는 말이다. 수천 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그 이득과 손실을 따져 국민과 국가를 지키려는 대통령에게 되려 볼모를 잡고 있다는 말을 쓰다니, 사슴을 말이라 칭하는 것과 같다. 대한국민을 볼모로 잡고 협박하는 사람은 미국의 트럼프다. 이런 김 씨의 어이없는 비유는 아무리 맞춰보려 해도 맞지 않는 레고 조각인 셈이다.
김 씨가 걱정하는 것은 결국 반미인 듯하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을 반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데 감히 그들과 대항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쓰는 한국 정부가 눈엣가시인 것이 틀림없다. 미국의 터무니없고 모욕적인 요구에 대한 정부의 입장조차 반미로 여기는 김 씨의 정신상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 씨에게는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국익의 차원에서 외교적인 노력이나 국민에 대한 호소 모두가 반미일 뿐이라는 말일까? 물론 김씨와 방씨조선일보에겐 미국의 뜻을 털끝만치라도 거스르면 모두 반미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방가조선일보의 선우정은 10월 1일에 ‘반미는 박정희 대통령처럼’이라는 칼럼을 냈다. 한쪽에서는 반미를 선동하는 듯한 교활하고도 어지러운 동네다.
김 씨가 이런 것을 글이라고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해진다. 혹시 아스팔트 바닥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이른바 극우 세력에게 보이고자 함일까? 아니면 우방이니 동맹이니 하며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모조리 짓밟고 있는 트럼프에게 잘 보이고자 함일까? 그러다 보니 인질범과 다름없는 트럼프와 지난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정부를 응원하기는커녕 협박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방가조선일보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노력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방가조선일보가 애써 소홀히 하는 보도가 있다. 일본은 미국과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0월 1일에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이에 대해 실제 투자금은 1~2% 수준이며 대부분은 대출 및 보증 형태라고 밝혔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대응으로 읽힌다. 3500억 달러 선불 요구에 직면한 우리 정부가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방가조선일보가 이런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이 의심쩍다. 평소에는 일본을 따르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보도 태도로 일관하는 방가조선일보에겐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다시 한번 냉정하게 돌아보자. 5000만 국민을 볼모로 잡은 것은 누구인가? 정녕 이 대통령이 국민의 생존권을 틀어쥐고 자신의 반미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인가? 5000만 대한국민을 볼모로 여기고 있는 사람은 트럼프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입으로는 우방과 혈맹을 내세우면서도 도박을 감행하고 있는 것도 트럼프이지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도박을 벌일 만큼 돈도 없고 한가하지도 않다. 당장 내란 세력 척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방가조선일보는 앞서 2025년 8월 18일 자 사설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여당의 정치적이고 과도한 친일몰이’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그들이 친일에 대한 언급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반민족 친일 행위자인 방응모의 노골적인 친일 행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번에는 용어가 반미로 바뀌었을 뿐이다. 반미라는 협박을 겸한 용어를 동원하여 국민과 국가의 자존감을 훼손하려는 술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언론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한 장면이다.
이제 대한국민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트럼프의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투자 요구에 맞서 거부 선언을 해야 한다. ‘트럼프의 깡패 짓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해야 한다. 김 씨는 여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서슴없이 깡패라고 불렀다고 탓하지만 그가 보이는 행태로 본다면 그는 깡패가 맞다. 김 씨는 우리의 이런 말들이 실시간으로 백악관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척한다. 바로 지금 그가 그 짓을 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정권이 ’3500억 달러는 부당하고 수용 불가능하다고 보도해 달라‘ 언론에 협조를 구한다고 나무라지만 대한민국의 언론이라면 협조를 구하기 전에 먼저 나서야 마땅하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갖은 시련을 이겨내온 대한국민은 가장에게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식솔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맞서길 요구하고 있다. 언제라도 힘이 필요할 때는 문제 해결에 나서려는 적극적인 행위자다. 방가조선일보가 매도하는 것처럼 국가의 위기를 방관하며 굴종적이며 사대적인 입장을 취하는 식솔이 아니다. 스스로 밥벌이에도 나서고 때로는 가장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당당한 생활인이다. 그들이 방가조선일보의 끈질긴 방해를 무릅쓰고 국민주권정부를 세워낸 것이다. 지금이 바로 대한국민이 다시 나서야 할 때다.
그리하여 다시 방가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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