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타이·쇠사슬 연행을 '조지아 사태'라 명명

그들 아닌 우리한테 책임이 있다는 배알없는 주장

'한국인 기술자 강제체포 구금' 이름부터 제대로

정명(正名)이란 말이 있다. ‘바른 이름’이라는 뜻으로 공자님 말씀이다. 정명이 가지는 의의는 역사적 진실과 책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책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해자나 피해자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반성과 사죄를 하거나 피해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단계까지 포함할 수 있다. 당연히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 모든 것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제대로 이름을 짓고 부른다는 얼핏 단순해 보이는 작업에 기인한다. 

'방가조선일보' 9월 9일과 11일 자에 박진과 장대익이라는 외부 인사가 글을 올렸다. 그들은 나름 전문가라지만 마치 하청을 받은 것처럼 제대로 할 말은 못 하고 방가조선일보의 속내를 그대로 반복하는 데 그치는 듯하여 애처롭다. ‘조지아 사태, 미국 진출 기업 전략 재점검할 계기로’ ‘조지아 사태, 인재 이동의 ‘경험 설계’부터 바로 잡아라’는 제목이다. ‘조지아 사태’라는 작명이 눈에 띈다. 전두환 살인마 정권이 내세웠던 ‘광주사태’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지금이야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르지만 이조차 정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방가조선일보는 윤석열 내란 정권하에서 벌어졌던 ‘10.29 이태원 참사’라는 어이없는 비극을 ‘핼러윈 참사’로 고집하고 있다. 참사의 본질을 흐려보려는 방가조선일보의 반인륜적 범죄 집단의 진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이번 조지아에서 벌어진 한국인에 대한 강제적이고 비인도적인 체포와 구금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매국 외교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윤석열 일당이 저질러놓은 맹목적인 굴종이라는 씨앗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기술자들이 노골적이고 의도적인 모욕을 당하는 어이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미국에 대해 배은망덕도 유분수라는 국민의 분노가 넘쳐나는 것이 당연하다. 평소에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자들에게조차 미국의 제국주의적 실체가 뚜렷하게 각인된 시간이었다. 

박진 씨는 전 외교부 장관으로 윤석열 반역정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박 씨는 이번 사건이 한국 기업이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법규 준수, 현지 사회와의 공존, 안전과 인권을 중시하는 경영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훈수랍시고 나불거린다. 즉 대한민국 기업이 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공존을 무시했으며 안전과 인권을 경시하는 경영을 했다는 주장임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대학 석좌교수라는 장대익 씨는 인재 이동의 ‘경험 설계’라며 화려한 논리를 구사했지만 결국 이번 사건이 우리 책임이라는 인식에서는 박 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미국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국민에게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훈계조의 말은 심술일 뿐이다. ‘흑발의 미국인’이 나서 제대로 염장을 지르는 꼴이라면 차라리 말을 아끼는 편이 낫다.

차제에 이 두 사람에게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다. 이와 같은 난동이 미국이 아닌 다른 정부, 특히 중국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도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가 문제였다는 식의 배알 없는 주장을 고수하겠는가? 무릇 전문가라며 나서려 하면 어떤 경우에도 진실에 기반한 주장을 해야 비로소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상대에 따라 논리가 달라진다면 아첨을 일삼는 값싼 바람잡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괜히 앞장서 논점을 흐리는 것을 넘어 자국민을 탓하는 자세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이 시점에 나서 불 난 집에 부채질할 일은 아니다. 

이제 조지아 사태에 대한 정명을 논해야 할 시간이다.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미국의 강압에 가까운 요구로 조지아 현지에서 공장을 짓던 대한민국의 기술자들이 강제적으로 체포 구금되었던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물론 헬기를 포함한 군병력까지 동원된 모습에 흡사 전쟁 상황을 연출하려는 저들의 의도가 드러났다. 내란을 막아내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국민은 미국 공권력이 케이블 타이는 물론 쇠사슬까지 이용하여 우리 국민을 강제 연행하는 장면을 처참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조지아 사태’라는 어정쩡한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다. ‘2025 조지아 한국인 기술자 강제 체포 구금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체포 및 구금에 대한 주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조지아 사태라는 표현보다는 한결 나은 듯하다.   

이번 방가조선일보의 기사는 영문판을 통해 미국에 널리 알려지고 마치 대한국민의 입장인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박 씨, 장 씨 두 사람의 글을 읽는 미국인들의 반응이 두렵다. 특히 미국의 해명이나 사과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음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미 국무부 부장관이 나서 ‘향후 어떠한 유사 사태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했다는 보도가 오히려 낯설게 들린다. 물론 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여전하다. 그래도 일단 우리 책임일 뿐이니 빨리 잊어버리고 앞으로는 잘하라는 황당한 충고에 허망하던 참이었다. 한국인도 하지 않는 일을 미국인이 나서 챙겨주니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면 비참한 일이다. 박 씨, 장 씨의 태도가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만세를 외치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현 정부가 나름 노력했음을 알고 있다. 피해 국민들도 어렵사리 귀국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일은 정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윤석열 일당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유린하려는 간악한 시도를 막아낸 용감한 시민이다. 우방도 동맹도 국익에 우선할 수는 없다. 또 다시 자주적인 주권국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미국에도 우방이나 동맹에 걸맞은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 당연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조치도 생각해야 한다. 대한국민이 비장한 결심으로 부당한 외세의 강요에 맞설 각오도 해야 한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는 되풀이된다는 말은 평범하지만 엄연한 진리다.    

방가조선일보는 2019년에 아베 정권이 한국 정부에 저지른 무도한 경제 제재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해 5월에 방가조선일보 일본어판에서 한국 정부의 전략 물자 불법 수출이 급증했다는 보도를 했고 일본의 자민당 의원은 이를 근거로 한국의 전략 물자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당시 전쟁광 아베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하면서 들었던 안보상의 이유가 바로 전략 물자 관리 미흡이었던 점은 그저 우연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번 ‘조지아 사태’로 명명하며 마치 대한민국이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처럼 노골적으로 왜곡하는 방가조선일보를 보니 참으로 불길하고 불길하다. 대한국민이 나서서 방가조선일보를 심판해야 할 때다. 

그리하여 다시 방가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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