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대 국정과제에 담긴 보훈정책 미진
애국지사 특별예우한다지만 생존 5명뿐
삼청장 복원, 효창독립공원 재추진해야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 등 현장교육 필요
지난 9월 16일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가 공개됐다. 광복80년이자 지난 3년 윤석열 정권의 독립운동 폄훼가 극에 달했기에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보훈 정책을 눈여겨 살펴봤다. 애석하게도 문재인 정부 당시 제시된 국정과제의 반복이자, 기존 보훈부 사업의 나열에 불과했고, 심지어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내용보다 구체성이 떨어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자주 언급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인식 불식'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뿐이다. 한마디로 '이재명표 보훈정책'이 안 보인다.
예를 들어 '독립유공자 및 유족 예우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생존 애국지사 특별예우금 및 간병비 추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왜냐하면 현재 생존 애국지사는 다섯 분에 불과하고 모두 100세를 넘기셨다. 이 다섯 분께 '특별예우금 및 간병비'를 추가한들 그 비용이 얼마나 될까. 이 같은 현황을 모른다면 마치 보훈부가 생존 애국지사 예우 강화에 큰 예산을 책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독립운동가 부재(不在). 이재명 정부가 곧 직면할 상황이다. 우리는 그동안 삼일절, 광복절에 독립운동가분들의 참석을 당연시했다. 독립운동가의 존재 자체가 곧 역사였고 생생한 교육이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옥분 할머니(나문희 분)가 증언대에서 "내가 바로 증거"라는 외침은 그 자체로 부정하기 어려운 힘을 갖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더는 아니다. 독립운동가 부재 시대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홍범도 흉상 철거나 김구 중국 국적 논란보다 더 큰 역사 왜곡이 닥쳐올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보훈부에 윤석열 3년의 역사 왜곡을 극복하고 내란을 막아낸 국민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몇가지 조치를 제안한다.
첫째, 12.3 내란 아지트는 물론 김건희가 서희건설 회장을 만나는 등 국정 농단의 장소로 악용된 삼청동 안가를 해체하여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의 삼청장으로 복원 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는 '내란 청산'과 '국민주권'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딱 들어맞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군정 종식을 명분으로 하나회 숙청, 궁정동·청운동 안가를 해체하여 집권 초기 개혁의 동력으로 활용했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가로막은 '효창독립공원' 조성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원과 더불어 독립운동가들이 안장된 효창원 참배를 통해 자신들이 독립운동의 적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부는 나아가 용산구가 관리하는 근린공원 신세인 효창공원을 '효창독립 100년 공원'으로 격상하고자, 총사업비 1330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22년 12월 '효창독립 100년 공원 조성'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서 탈락시켰다. 따라서 효창독립공원 조성은 독립운동 폄훼를 일삼은 윤석열 3년을 치유하고 '일상에서 보훈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이재명 정부의 보훈 기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중·고·대학생 대상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를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해야 한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교과서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역사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그중에는 극우 유튜브도 다수 포함된다. 역사 왜곡을 극복하려면 살아 있는 현장 교육이 절실하다. 살아 있는 역사교육을 하자면 교과서와 한국사검정능력시험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여기에 국가 재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현장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 책임자가 동행하여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경기도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도내 중학교 2학년생 1000명을 선발해 보낸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에 12억 4600만 원의 도 예산을 책정했다. 당시 이재명 도지사는 "이번 답사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한 살아있는 역사교육"이라고 말했다. 이는 규모는 물론 형식적인 실내 교육이 아닌 현장 체험중심의 역사교육으로 당시 타 지자체와는 확연히 비교됐다. 가령 17개 광역지자체가 임기 중 매년 중·고·대학생 1000명의 학생에게 국외 독립운동유적지 답사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4년이면 20만 4000명이다. 이는 20대 극우화를 막는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조치일 수 있다. 현장을 중시하며 신속하고 강한 추진력을 자랑하는 이재명표 보훈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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