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일대 4차로 가득 메워…10만 안팎 인파
"윤석열 끌어내릴 것" "김건희 구속" 강경 발언
이재명 중심으로 뭉쳐 정권 탄압 저지 한목소리
비명계 불참엔 "국힘이 얼마나 기뻐할까" 비판
"2월 국회서 김건희 특검과 이상민 문책 관철"
이재명 "검사독재정권에 경고, 이명박근혜의 길"
더불어민주당이 4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총출동하다시피 해 장외투쟁을 벌인 것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 숭례문 인근 KB국민은행 앞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는 국민 보고대회 형식으로 이뤄졌다. 사회자의 진행 속에 파란색 목도리를 두른 민주당 인사들이 잇따라 무대 위에 올라 시국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민주당 의원 100명 안팎에 지역위원장, 당직자와 당원들이 집결하고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해 남대문 일대 4차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민주당 추산 30만 명, 경찰 추산으로는 2만 명이 모였다.
박성준 대변인과 안귀령 부대변인 사회로 오후 3시 30분부터 시작된 1부 사전행사에서 첫 연사로 나선 서울시당위원장 김영호 의원은 "국민들을 직접 만나고 당원들을 결집해 무도한 윤석열 정부를 반드시 견제하고 그 폭주를 막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라고 이번 대회의 취지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항간에는 제1야당이 민생을 챙기지 않고 거리로 나왔다는 말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는 지난주까지 각 상임위원회에서 정부 부처 업무보고 일정 등을 꼼꼼히 챙겼다. 하지만 오늘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이 어려운 민생을 어떻게 풀 것인지 대화하러 광장에 나왔다. 오늘 규탄대회를 통해 민주당이 더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당 교육위원장인 정봉주 전 의원은 "민주당 탄압 물리치자" "이재명 탄압 물리치자" "대장동 특검 실시하라" "김건희 특검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내년에 당원 및 국민 여러분과 함께 윤석열과 맞짱 떠서 반드시 끌어내리겠다"고 호언했다.
청년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윤석열 정권은 어떻게든 검사들을 이용해서 그 칼날로 민주당을 쑤시려고 한다. 언론은 친명-비명으로 나누면서 우리가 내부 갈등으로 싸우게 만들려고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탄압에 굴해서는 안 된다. 똘똘 뭉쳐서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각 시도당과 지역위원회 깃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한다!' '주가조작 허위경력 상습사기 김건희 특검!'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 '난방비 폭탄 못 살겠다!' '물가폭탄 해결하라!' '내려와라 윤석열' 등이 적힌 손피켓과 함께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풍선을 흔들었다.
또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못 살겠다" "주가조작 논문표절 김건희를 특검하라" "검찰독재 규탄한다 민주말살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연사들 발언 중간에 이재명 대표가 집회장에 들어서자 참석자들은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난맥상 등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는 순서도 있었다.
전국여성위원장 이재정 의원이 사회를 맡은 2부 본행사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한꺼번에 단상에 올라갔다. 첫 발언에 나선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언급하며 "저는 (빈곤 포르노 관련 발언으로) 대통령실의 고발 1호가 됐다. 수사 받고 싶다. 김건희 여사님 저와 함께 수사받으시겠느냐"고 외쳤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김건희도 특검하고 수사하고 구속해야 한다. 김건희를 구속하라"며 "윤석열은 국민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대통령 못 하겠다면 그만두는 게 맞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이재명을 지키고 민주당이 윤석열을 확실하게 제압하자"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른바 비명계 의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역풍을 걱정해서 집회에 나오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을 보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얼마나 기뻐하겠느냐"며 "역풍 따위 걱정하지 말라. 바람은 앞으로만 분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힘차게 싸우자"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열거한 뒤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라고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유명 대사를 인용하고 "국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윤석열 정권은 정적 제거, 야당 탄압에만 올인하고 있다. 정권의 역주행과 폭주를 막아야 국민이 살고 나라가 산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우리가 이 추운 겨울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대책과 함께 반드시 할 게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 두 번째,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을 반드시 문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이었던 우상호 의원은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은 무너져내렸다. 159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영문도 모르고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 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밝힌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무능, 무책임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는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은 철저히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에게 있다. 전세계 어디에 15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이 숨져갔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이런 나라가 있느냐"면서 '이상민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여러번 외쳤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무한정의 먼지털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인권 탄압이고 수사권 남용"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검찰 권력을 독점해 오로지 야당과 전 정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탄압에 혈안이 돼 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검찰독재"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장동 수사를 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단언하며 "50억 클럽은 어디 갔느냐. 고위직 판‧검사의 비리는 어디 갔느냐.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의 공소장에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것이 검찰 조작 수사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오로지 특검만이 김건희 여사의 혐의를 제대로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정권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 위원장 고민정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 사례를 나열한 뒤 "우리가 누군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 모두를 구하기 위함이다. 이재명을 구하고, 문재인을 구하고, 우리 스스로를 구합시다. 모두 하나가 돼서 반드시 대한민국을 구하자"고 호소했다.
극우보수단체들이 인근에서 이른바 맞불 집회를 열며 스피커를 크게 틀고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의 고함을 질러 방해했지만 행사는 막힘없이 계속됐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표가 단상에 올라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이 대표는 "지금 이곳은 역사의 현장이다. 6월항쟁으로 군사독재를 종식시켰고, 촛불을 높이 들어 국정농단으로부터 민주공화정을 회복한 바로 그곳"이라며 "이제 우리는 소수 강자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의 약자들을 보듬어서 모두가 함께 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 출범 9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단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는가? 우리 국민들에게 꿈과 비전을 만들어주고 있는가?"라고 묻고 "전진은커녕 그 짧은 시간에 상상 못 할 퇴행과 퇴보가 이루어졌다"고 진단했다.
또 "정치가 아니라 전쟁을 하고, 상대를 죽이려는 정치보복에 국가역량을 낭비하는 바람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추락했다"면서 "유신독재 정권이 몰락한 자리에 검사독재 정권이 다시 똬리를 틀고 있다. 군인의 총칼 대신에 검사들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질식하는 민주주의를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과 관련해서는 난방비 폭탄과 고물가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윤석열 정권은 재정이 부족하다고 서민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공공요금을 올리고 있다. 재정이 부족하다면서 부자들 세금은 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깎아주는 것이냐"며 "가장 불공정하고 가장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독재정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 위기"라며 "윤석열 정권은 탄소문명시대로 거꾸로 가고 있다. 모두가 탈출하는 과거를 향해서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모든 영역에서 우리 사회가 퇴보하고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다. 패장인데, 전쟁에 졌는데,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위로 삼겠다. 국민의 피눈물에, 그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무슨 대수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어떠한 핍박도 의연하게 맞서고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잊지 않겠다"면서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에 경고한다.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라. 나라의 미래를 망치지는 말라. 몰락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갔던 길을 선택하지 말라. 국민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의 강력한 연설은 약 20분간 이어졌다. 그는 장외집회에 앞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에도 참석해 "평범한 유족을 투사로 만드는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행태에 분노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대정부 투쟁이 날로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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