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음식도 들여줄게"…검찰 통화 녹취 공개

송영길 잡으려 보좌관 배우자까지 회유 시도

"편의 제공하겠다…검찰청서 길게 접견하시라"

"검사님과 이야기 많이 해…잘 생각해 보시라"

당시 수사관 "위에서 한 것…편의 안 봐줬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단독] 풀(Full) 녹취공개 "검사님한테 말하면 추석음식도 들일 수 있어" 검찰, '송영길 사건' 피고인 쪽 회유 정황. 2025.10.1. 시민언론 뉴탐사 제작

이른바 '돈 봉투 수수 의혹 사건' 수사 때, 검찰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 보좌관 출신인 박용수 전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을 압박하기 위해 위법적인 수사 방식을 동원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전체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단독 입수했다.

녹취에는 검찰 수사관이 박 전 실장의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어 '구치소에 수감 중인 남편과 검찰 조사실에서 추석 음식을 먹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설득하면서 '박 전 실장 사건이 아닌 송 전 대표에 대한 진술'을 받으려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검사의 승인 하에 수사관이 박 전 실장의 배우자에게 전화한 것임을 알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대장동 사건, 대북송금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의 조작·기획 수사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연이어 민주당계 정치인들의 무죄가 선고되고 있는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같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남편 왜 혼자 모든 걸 껴안나"…검찰 회유
"검찰청에 오시면 장시간 접견할 수 있어"

1일 <워치독>이 입수한 통화 녹음파일·녹취록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김아무개 수사계장은 지난 2023년 9월 13일 통화에서 박 전 실장의 배우자에게 "시간을 저희들이 충분히 드릴 테니까, 우리 검찰청에서 내일 함께 접견을 간단하게 하시는 것도 어떻냐 싶어가지고 전화드렸다"고 말했다.

김 수사계장은 박 전 실장의 배우자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왕이면 그냥 저희들이 시간을 충분히 드릴 테니까, 오전에 여기서(검찰청에서) 그냥 저희들이 간단하게 박용수 씨 면담 차 소환을 했으니까, (배우자도) 함께 그냥 접견을 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거듭 설득했다.

김 수사계장은 박 전 실장의 배우자가 '남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취지로 말하자, "저희들이 좀 편의를 제공할까 싶어가지고 (연락)했더만"이라고 말하기도했다. 이에 박 전 실장의 배우자가 "제 편의를 봐주려고(요)"라고 하자, 김 수사계장은 "네 그렇죠, 이왕이면"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측근인 박용수 전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가 지난 2023년 7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2025.10.1.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의 측근인 박용수 전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가 지난 2023년 7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2025.10.1. 연합뉴스 자료사진

첫 번째 통화를 한 지 이틀 뒤인 9월 15일엔 '박 전 실장의 심경 변화가 있다'며 더 노골적인 회유를 했다. 박 전 실장이 참고인 출석을 거부하고 완강하게 버티자, 계속해서 배우자를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사계장은 "언론 기사에서 박용수 씨 (증언)한 그 내용 봤습니까?"라며 "제가 볼 때는 그게 박용수 씨한테 조금 불리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너무 혼자서 그러는 것(책임지는 것) 같기도 해서. 어떠십니까 사모님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안되면 저희들이 박용수 씨 오실 때 여기서(검찰청에서) 한번 면회하는 것도 어떻겠나 싶어가지고 한번 전화 드린 건데 그건 좀 힘드시냐. 어떠시냐, 그 부분은?"이라고 거듭 접견을 설득했다.

이에 박 전 실장의 배우자가 "변호사님께 한번 상의드리고 여쭤보는 게 어떨까 싶다. 그런데 남편이 계속 건강이 안 좋다는 염려는 있다"고 하자, 김 수사계장은 "건강이 좀 많이 안 좋으시고 하면 여기서(검찰청에서) 조금 더 길게 시간을 좀 줄 수 있다"고 했다.

김 수사계장은 "박용수 씨만 지금 모든 것을 책임을 지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제가 전화드린 것"이라며, 참고인으로 출석해 수사에 협조하면 편의를 봐줄 수 있다는 취지로 거듭 말했다.

송영길·이재명 '윗선' 수사 확대 목적 회유?

담당 수사계장이 박 전 실장의 배우자에게 '남편이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한다'며 수사에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언급한 부분은 박 전 실장이 공판 준비과정에서 인정한 일부 사실관계를 의미한다. 수사계장 통화가 있기 하루 전인 2023년 9월 12일 박 전 실장은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에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윤관석 전 의원에게 6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혐의 등 일부를 인정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가 지난 2023년 6월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돈봉투 수수 의혹'과 관련해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검찰 청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2025.9.30.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가 지난 2023년 6월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돈봉투 수수 의혹'과 관련해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검찰 청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2025.10.1.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전 실장 쪽에 따르면 2023년 7월 구속된 뒤에도 검찰은 '접견하게 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변호인을 통해 해왔지만, 박 전 실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완강하게 버텼다. 하지만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뒤,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선 인정하게 됐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사법연수원 33기)는 박 전 실장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을 계기로 송 전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끌 수 있도록 회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앞둔 때이기도 하다. 검찰로선 '윗선'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 위한 추가 증언이 필요했던 만큼, 핵심 관계자이자 이미 구속기소된 박 전 실장을 참고인으로 부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당시는 검찰이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구속하려고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검찰은 박 전 실장을 고리로 송 전 대표뿐 아니라, 이 대통령까지 겨냥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실장은 송 전 대표 보좌관을 하기 전 2014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성남시청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과 성남시 행정지원기획조정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다만 박 전 실장이 참고인 소환에 불응하면서 추가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박 전 실장은 <워치독> 취재진과 만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나가긴 했지만, 출석 의무가 없는 참고인 신분으로 따로 검찰에 나간 적은 없다"며 "참고인으로 소환한 것은 당시 검찰이 어떤 것들을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반증을 한다"고 말했다.

"검사님 의견인가요?" "서로 이야기 많이 해요"
"검사님한테 말하면 추석 음식도 들일 수 있어"

수사계장의 회유 시도는 담당 검사였던 김영식 검사(현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연수원 40기)의 승인 또는 묵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9월 15일 이뤄진 두 번째 통화에서 박 전 실장의 배우자가 '검사가 수사계장을 통해서 의사를 전하는 것이냐' 물으니, 김 수사계장은 "아니다"라면서도 "물론 검사님께서 그런 부분을 조금 생각하고 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이에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담당 검사 의사라고 이해를 하도 되냐'고 재차 묻자, 김 수사계장은 "제가 우리 부에서 수석계장"이라며 "사건에 대해서 서로서로, 검사님하고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답했다. 담당 검사와 공통 인식을 가지고 제안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수사계장은 그러면서 "박용수 씨를 소환하는 목적은 이 공판보다는, 지금 (송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참고인으로 면담해보고 하는 게 주목적"이라며 "그때도 사모님도 오시면 '큰 틀'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검찰 쪽이 언급한 '큰 틀'은 수사에 협조하면, 편의를 봐주거나 형량 등을 거래해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5.5.13.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5.5.13.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가족들에게 심리적으로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는 부분들도 회유를 시도하는 데 이용했다.

김 수사계장은 박 전 실장의 배우자가 "(구치소에서) 남편을 만나는 시간이 고작 10분"이라고 하자, "저희들이 추석 전이고 하니까 (검찰청에서) 조금 시간을 길게 줘 가지고, 한번 좀 오셔가지고 뭐 음식이라든지 이런 것도 한번 뭐 들이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의만하면) 금방 해드릴 수 있다. 제가 우리 부에서도 선임 계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또 검사님한테 말씀드리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하니까. 하여튼 그런 부분도 생각을 한번 잘 해보시라"고 했다.

검찰 쪽은 불법적인 회유·압박을 시도한 데 대해서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사계장은 통화 말미에 "녹음 안 하시는 거죠? 허허"라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수사관 "위에서 한 것…편의봐준 것 없다"

박 전 실장 쪽은 이러한 검찰의 회유·압박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과 녹취서를 지난 22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에 제출했다. 검찰 쪽은 재판부의 설명 요구에 직접 답변하지 못하고 이전 수사 검사에게 문의한 뒤 "직접적인 회유는 없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박 전 실장 쪽은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 1심 유죄 증거가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저장 정보에 대해서도 검사가 입수한 과정을 설명해달라고 구석명신청(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을 한 상태다. 검찰이 녹취를 입수한 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설명하라는 취지다.

이른바 '이정근 녹취'는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 1심 사건의 유죄 근거로 인용됐지만, 최근 2심에서 위법 수집 증거로 판명되면서 당사자들이 잇따라 무죄를 받고 있다. 최근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뒤집힌 이성만 전 의원의 재판에서도 해당 녹취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송 전 대표의 재판도 마찬가지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9.30. 연합뉴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9.30. 연합뉴스

박 전 실장의 배우자에게 통화를 했던 김 수사계장은 <워치독>과 통화에서 회유·압박 의혹과 관련, "저한테 (전화)하지 말고 검사실로 하라"고 했다. '검사가 회유 의사를 전하라고 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엔 "저희들이, 위에서 해준 것"이라며 "박용수 씨가 접견이 많아서 겸사겸사 말한 거지 편의를 봐준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회유·압박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워치독>의 관련 질의에 "당시 수사 중인 사건 관련해서 당사자가 출석을 거부하고 있어 당사자 소환 과정에서 통화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공익 차원에서 박용수 전 정무조정실장의 건강 정보 등 개인사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통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합니다.

☞ 2023년 9월 13일 통화 녹취록 내려받기
☞ 2023년 9월 15일 통화 녹취록 내려받기

김시몬·김성진·허재현·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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